전문가들, ‘공정 스마트화, 로봇 자동화만으론 도입 명분 불충분’
미국선 “단기간 적용해볼 순 있어”…그럼에도 ‘시기상조’ 의견많아
“향후 로봇과 고용 간 관계 변화따라 ‘로봇세’ 명분 달라질 수도”

'2022 로보월드'에 출품된 치킨 로봇. 뜨거운 기름솥 앞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닭고기를 튀기고 걸러 내는 작업을 도맡아한다.
'2022 로보월드'에 출품된 치킨 로봇. 뜨거운 기름솥 앞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닭고기를 튀기고 걸러 내는 작업을 도맡아한다.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인공지능이나 디지털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으며, 인간으로 하여금 설 자리가 없게 할 것인가. 이런 물음은 이미 제3차산업혁명의 일환으로 컴퓨터 기술이 발달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제기되며 숱한 논의와 쟁론의 소재가 되었다. 그 궁극적 해답은 아닐지언정,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로봇시대에 대응, ‘로봇세’를 징수해야 한다는 논의가 날로 구체화되고 있다.

‘로봇으로 실직’ 전제, 로봇세 주장

실제로 로봇과 자동화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실직의 위기에 처하는 등 노동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피해’를 당한 당사자들을 지원하고, 또 다른 직업과 생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로봇세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원론적 의미로 로봇세는 로봇을 보유한 기업에 일정하게 부여되는 세금이다. 최근 이에 관한 매우 구체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 조세재정연구원은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를 상실한 사람들의 재취업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로봇에 의한 대체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개인소득세를 보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그 효용과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로봇세에 관한 가장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제도화의 가능성이 높은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앞서 조세재정연구원의 이환웅, 강동익 연구원은 “로봇세 도입효과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선행연구들을 조사한 결과, 로봇세의 도입 필요성은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미국을 그 선험적 사례로 들었다.

한국은 아직 마찰실업 충격 적어

일단 미국의 경우는 단기적으로 로봇세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미국에서의 로봇 도입에 따른 부정적인 고용효과가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아직 로봇 등을 수단으로 한 디지털트윈이 전체 산업의 10% 미만인 한국의 경우는 그다지 로봇에 의한 마찰실업이나 고용 충격이 크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와 별개로 로봇세는 좀더 차원높은 경제․사회적 의미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즉 “로봇세 도입 논의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로봇으로 인하여 노동이 대체된다는 경제․사회적인 점과, 이로 인하여 노동소득분배율이 악화되고 형평성도 악화된다는 점”이란 얘기다.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반전도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실증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광업·제조업 부문에서 로봇을 도입하면 오히려 고용의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때문에 로봇세 도입의 전제조건이 한국에서는 충족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들은 오히려 한국의 경우 로봇 및 로봇세와 관련, 발상의 전환을 제시하기도 했다. 즉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하여 노동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로봇의 도입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마트공장과 일자리의 본질적 상관관계

한편으로 이와 관련해선 스마트공장과 일자리의 본질적 상관관계도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일부 연구 결과에 의하면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오히려 고용과 일자리가 늘어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는 생산성이 증대되기 때문에 고용총량이 창출된다는 해석이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문업체인 F사 대표는 “로봇 시스템을 포함한 스마트 팩토리의 구현은 실제로 단위 생산을 늘리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키면서 고용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점에서 공정의 스마트화와 로봇 자동화를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드는 것은 논리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로봇을 도입하거나, 로봇자동화를 구현한다고 해서 로봇세를 매기는 것은 논리와 명분에서 공감하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조세재정연구원은 “향후 로봇도입과 고용 간의 관계가 달라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로봇세 도입에 대한 판단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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