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구동 자동차 'SDV' 기술, 자율주행 구현의 핵심
현대차 등 자체 OS 개발···구글 등 빅테크도 SDV 시장 진출
소니혼다모빌리티 차내 게임 기능 확대, 현대-엔비디아도 도전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ccOS의 개념도.(사진출처 =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ccOS의 개념도.(사진출처 = 현대차그룹)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금년에는 완전 자동화 혹은 유인 반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자율주행의 가장 큰 화두인 SDV(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Soft ware-Defined Vehicle)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해 포드 등으로부터 천문학적 투자를 받으며 한때 몸값이 9조원에 달했던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는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렇게 위기감이 고조되자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실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관련 기술에 더욱 힘을 주력할 예정이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자동차다. 전자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를 통해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운전자의 개입이 줄어들어 차량이 하나의 생활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되며, 차에서 게임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도 업계의 관심사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KPMG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 달러에서 2035년 1조 달러로 연평균 41% 성장할 전망이다.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는 2030년 전후일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 올해부터가 자율주행 기술 선점의 '골든타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빅테크 vs 완성차 업체, 차량용 OS 경쟁"

현대차그룹은 SDV로의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는 비로소 보다 완벽한 SDV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세계 현대차그룹 차량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며, 특히 올해부터 출시하는 모든 전기차·내연기관차도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개발한다. 또 SDV 개발을 위해 공용화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차량에 적용한다.

이 밖에도 테슬라·폭스바겐·도요타 등은 현대차와 같이 통합형 운영체제(O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는 전장부품이 늘어나고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발전하며 차량용 통합 OS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것과 맞닿아 있다.

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과 퀼컴·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도 SDV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례로 이달 초 진행된 세계가전박람회 'CES 2023'에서 구글은 차량 OS '안드로이드 오토'를 체험할 수 있는 차량 2대를 배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기술로 전기차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했으며, 아마존은 AWS(아마존웹서비스)의 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활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아마존은 자사 AI 스피커 '알렉사'를 전기차 회사 '루시드'의 자동차에 적용했다.

특히 스텔란티스·혼다·볼보 등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활용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안드로이드 오토'와는 달리 자동차 전체 통합 관리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편리한 경험을 선사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완성차 기업이 통합형 OS를 적용해 소비자가 그 결과물을 비교하게 되는 시점은 2024년 전후로 예상한다"며 "이때까지의 기간은 미래차 OS 경쟁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SDV가 향후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의 독자적인 OS 생태계와 빅테크의 차량용 OS 사업이 맞불을 전망이다.

"이젠 차에서 운전 안하고 게임한다"

SDV와 함께 차 안에서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이 점차 넓은 범위로 가능해지면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들어 게임·라디오·음악 등 오락 요소가 차량에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소니와 혼다가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기업 소니혼다모빌리티는 CES 2023에서 '아필라(Afeela)' 모델을 선보였다. 게임·영화 등 콘텐츠 감상에 최적화된 아필라는 소니의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는 물론 '포트나이트'를 제작한 미국의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탑재한다. 2025년에 예약을 받아 2026년 전세계 고객에게 인도할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이를 두고 "미래차 부품·서비스 수요에 주목하는 IT 기업(소니)과, 차량용 SW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레거시 완성차 기업(혼다)의 협력 사례"라고 분석했다.

IT 기업과 완성차 기업이 협력하는 사례는 소니와 혼다 뿐만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CES 2023에서 현대차그룹·BYD 등에 자사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지포스나우(GeForce Now)'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벤츠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ZYNC와 함께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BMW는 7시리즈부터 게임 플랫폼 에어콘솔의 캐주얼 게임을 도입한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