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공장, 현실공정의 애로 해결
현대차, 유니티와 제휴, 싱가포르·미국 공장에 디지털트윈 적용
벤츠, 엔비디아 ‘옴니버스’와 협력해 가상의 팩토리 구축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최근 현대차를 비롯한 벤츠 등 자동차업계는 IT기업들과 기술 제휴를 하거나, 협업을 통해 디지털트윈의 가속도를 내며, 생산성을 높이고 공정 오류를 줄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실시간 3D 플랫폼 업체 유니티(Unity)와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로드맵 마련을 위한 MOU'를 체결한 이래 디지털트윈 개념을 바탕으로 한 가상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현대오포에버, ‘메타 팩토리’ 구현
현대차가 지난해 말 완공한 싱가포르 주롱 혁신단지 내 용지 4만 4000㎡, 연면적 9만㎡, 지상 7층 규모의 혁신센터 HMGICS를 그대로 구현한 '메타 팩토리'가 대표적 성과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담당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타팩토리 구축은 제조 혁신 분야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신기술 도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오토에버는 이러한 '꿈의 공장'을 현실화하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HMGICS에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동하고 가상 검증을 통해 피드백을 수행하는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물리적인 개체를 가상세계에 모델링·미러링 하는데서 벗어나, 모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 세계의 생산 설비를 최적화하고 스스로 문제점을 인식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양방향 트윈' 기술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오토에버는 디지털트윈 핵심 기술로 AI 알고리즘을 클라우드에 서비스할 수 있으며 공장 가동 전에도 설비 물동량 등을 비교 확인할 수 있는 ‘CoreNect Core Simulator’를 개발 중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전기차 배터리 성능 관리 방안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현대차는 도로 위를 달리는 ‘아이오닉 5’에서 주행 테이터를 모아 디지털 세계에 가상의 전기차를 구현, 차량 별 배터리 수명을 예측했다.
이와 함께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인 HMGMA에도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형 공장을 완성해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를 본격 양산한다는 구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엔비디아 ‘옴니버스’ 접목
독일의 자동차 기업 메르세데스 벤츠도 공정 디지털화에 속도를 낸다. 최근 막을 내린 CES2023에서 벤츠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 솔루션 '옴니버스'를 이용해 첨단 가상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옴니버스는 기업 등이 기존 공장의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3D 개발 플랫폼이다. 벤츠는 A·B클래스, EQA 등을 생산하는 독일 라슈타트 공장에 '디지털 퍼스트' 공정을 구축 중이며 조만간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제조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달 초 엔비디아의 자동차 사업부 부사장 대니 샤피로(Danny Shapiro)는 IT 매체 '테크크런치'를 통해 "벤츠는 이미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차 기술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험해오고 있다"며 "옴니버스를 통해 조립 과정 속 모든 차량·로봇·근로자를 모델링해 실제 가동 전에도 공장을 설계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벤츠는 이러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전세계 공장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철강 분야도 디지털트윈 ‘붐’
한편 디지털트윈 기술은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반도체, 철강 등 제조업 분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디지털트윈 시스템을 통해 반도체 제조 공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오는 2025년 완공되는 미국 반도체 글라스 기판 생산 공장에 디지털트윈 기술을 적용해 수율과 품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ICT는 포스코의 제철소를 대상으로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조업의 미래 2'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트윈 기술 발전에 따라 '자동화'에서 '자율화' 형태로 제조 공정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화는 이전에 정의된 시나리오 안에서 작동되는 반면, 자율화는 예상 밖의 상황에서도 지능화된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공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멘스의 수석 부사장 베른트 맹글러(Bernd Mangler)는 어셈블리(Assembly)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디지털트윈 기술은 자동차 시스템 다운타임을 줄이고 실시간 의사결정을 통해 생산성·유연성·지속가능성 모두를 향상시킨다"며 “신속한 데이터 공유를 통해 설비·기계·소프트웨어 팀 간의 협업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츠(Market and Markets)는 전세계 디지털트윈 시장이 앞으로 연평균 57.6%씩 성장해 2025년에는 55조 4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또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에 포함되며 국가 경쟁력을 키울 핵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