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바이오 프린팅, ‘바이오 잉크와 세포 함께 프린팅, 장기유사체 제작’
“생체적합성 고분자, 천연 고분자 등 바이오 생체 소재, 3차원 구조체로 출력”
국내서도 “신체부위, 인공장기로 교체․치료 기술 개발”, ‘트랜스휴먼’ 시대?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인체 오장육부를 마치 자동차 부품 갈 듯, 인공적으로 만들어 교체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바이오테크가 발달하면서 실제로 3D 바이오 프린터를 사용한 ‘인공장기’ 개발과 보급이 새로운 산업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오와 기계, 전자 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전자) 인공장기’는 그 실용화가 멀지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합성생물학’ 기술 현실화
많은 과학자들은 이미 마치 ‘트랜스휴먼’을 방불케 하는 이같은 상황을 예정한 바 있다. 이른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현재까지 알려진 생명정보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기존 생명체를 모방하여 변형하거나, 기존에 존재하지는 않았지만 생물의 구성요소와 시스템을 인공적으로 설계하여 구축하는 것이다.
이미 세포 기반 장기에 관한 연구는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엔 디지털 기술로 인공 망막이나, 의족, 의수, 인공 심장 등을 비롯한 전자 인공장기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KDB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의 서수영 연구위원은 “전자 인공장기 바이오와 기계, 전자 기술 등을 활용하고 융합함으로써 조직과 장기를 대체하는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면서 “인간의 생체정보와 상호작용하는 장치나, 이식형 장치에 관한 기술이 그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3D바이오 프린터와 프린팅이다. 이미 바이오나 의료 분야에서도 인공조직이나 인공장기 제작을 위해 3D 바이오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진작에 시장분석기관인 IRS글로벌은 “3D 바이오 프린팅은 3D 프린팅 기술과 생명공학이 융합된 개념이며, 이를 이용하여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상으로 쌓아 올려 조직, 장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디지털 인공장기의 실용화를 예상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3D 바이오 프린팅은 생체조직과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기증자도 있어야 하고 유전자도 맞아야 하는 등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3D 바이오 프린팅이 주목받고 있다.
인체 친화형 재료 사용, ‘3D 바이오 프린트’
‘3D 바이오 프린트’는 기존의 3D 프린트 기술에 ‘재료’를 바꾼 기술이다. 즉, 입체적(3D)으로 만든 형상의 재료가 세포와 같은 인체에 들어갈 수 있게 응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생체의 조직이나 세포, 또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장기와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인쇄물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 낸 모형을 실제 장기로 대체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인공장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IRS 글로벌은 “3D 바이오 프린트가 일반 3D 프린트와 구별되는 점은 바로 프린트에 사용되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면서 “흔히 ‘바이오잉크’라고 불리는 재료가 인체 안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버티는지, 장기의 기능을 얼마나 잘 대신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동물 세포를 재료로 썼을 때, 열에 의해 기능이 변하지 않고, 몸에 삽입되었을 때 원래 인간의 세포와 잘 융합되어야 하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앞서 서수영 연구위원도 최근 ‘인공장기 개발과 동향’이란 브리프에서 “개인 맞춤형이나 면역거부반응 최소화를 위한 세포 기반 장기 유사체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3D 바이오 프린팅’을 대표적인 기술로 꼽았다.
그는 재료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즉 “‘3D 바이오 프린팅’이란, 생체적합성 고분자, 천연 고분자 등과 같은 바이오 생체 소재를 3차원 구조체로 출력하는 기술”이라며 “세포와 바이오 잉크를 함께 프린팅하여 장기 유사체를 만들 수 있다”고 방법을 설명했다. 특히 생체재료나, 조직 내 세포를 제거하여 탈세포화한 세포외(外) 기질(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생체고분자 집합체)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세포의 부착과, 증식, 분화 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같은 방법은 이미 인체 모형 제작에 활용된 바 있다”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소재 개발이나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며 체내 이식용, 체외 장착형 모델까지 출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최근의 동향을 설명했다.
미국, 중국 등 실용화 눈앞, “국내서도 기술 개발 활발”
특히 그는 미국의 오르가노포(Organovo)사 등 해외사례를 인용해 눈길을 끈다 그에 따르면 이 회사는 하이드로젤 프린팅을 한 후, 세포 응집체를 특정 위치에 프린팅하는 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최초로 인공장기를 프린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인공 혈관, 인공 간 등을 제작하고 있다. 또 중국의 레보텍사도 자가 세포의 분화를 돕는 바이오잉크와 세포를 함께 프린팅함으로써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 혈관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사의 경우 바이오잉크에 세포를 함께 넣어 3차원 프린팅을 하는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기나,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만들거나, 심장질환, 연골 재생, 인공 혈관 등을 위한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차원에서도 이른바 차세대 ‘12대 핵심기술’의 하나로 인공장기와 유사장기 제작기술을 포함한 바 있다.
이를 위해 환자 맞춤형 3D프린팅를 응용한 SW솔루션을 개발하고, 의료용 3D프린팅 통합 플랫폼을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정형외과ㆍ재활의학과ㆍ치과ㆍ이비인후과 치료물을 제작 하는 SW기술과 서비스 플랫폼 등이 그에 포함된다.
과기정통부는 또 “육체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맞춤형 근골격을 위해 복합 3D프린팅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자가진단 SW기술이나, 근골격 안전시스템용 부품의 최적화를 위한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바이오 3D프린팅을 이용한 동물실험 대체용 인공피부 모델을 개발하고, 전층 인공피부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고, 인공피부 모델의 시제품도 제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학계 ‘세계 최초 인공 근육 제작’
이미 국내에서도 이같은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세계 최초로 인공 근육을 만들어낸 사례가 있다. IRS글로벌에 따르면 포스텍 조동우 교수는 바이오잉크를 사용해서 근육 조직의 세포외기질(ECM)로 인공 근육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근육은 실제 근육처럼 자극에 반응하는 움직임을 보여 한층 실물에 가까운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같은 용도의 3D 바이오 프린팅은 보통의 3D 프린팅과 기본적인 출력 원리는 같다. 단지 3D 바이오 프린팅은 살아있는 세포를 출력하기 위해 생체적 합성을 갖는 고분자나, 생체 재료 등을 기본 소재로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같은 3D 바이오 프린팅 기법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작은 크기의 방울로 재료를 분사하여 출력하는 잉크젯(Inkjet) 방식이 있고, 일정한 점도 이상의 재료를 공압이나 피스톤으로 밀어내는 미세 압출(Micro-extrusion) 방식이 있다. 또 빛에 의한 광 경화성 수지 표면에 광원을 조사(照射)하는 광 조형 방식이 있다.
특히 IRS글로벌이 “각각의 방식에 따라 인공장기 제작의 품질과 성능에 차이가 있다”고 한 점은 유의할 대목이다. 이에 따르면 잉크젯 방식은 출력 속도가 빠르고, 적은 비용이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열응력에 의한 세포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또 미세 압출 방식은 세포를 고밀도로 적층할 수 있어 다양한 형상을 제작할 수 있지만, 프린팅 정밀도와 속도가 비교적 느리거나 못미친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광 조형 방식은 노즐에서의 세포 막힘 현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교한 프린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출력 속도가 느리고, 광 조형을 위한 소재와 세포간의 적합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