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어, 구글도 크롬서 쿠키 페지, ‘쿠키 없는 시대'’ 선언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토픽 AI' 통해 “포스트 쿠키 시대” 밝혀
시민단체, 규제기관 “실제 개인정보 보호 기능 미흡” 부정적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구글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토픽 API를 통해 ‘쿠키 없는 시대’를 선언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드 파티’, 즉 사용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을 수집, ‘맞춤형 광고’로 활용하는 수법이 잦아들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앞서 애플이 먼저 자신만의 ‘탈(脫)쿠키’를 선언하면서 구글과 메타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이에 고심을 거듭한 구글이 후속으로 비슷한 전략을 내놓으면서, 나름의 ‘비상구’로 내놓은 것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의 ‘토픽 API’다. 이에 따라 이들 빅테크들의 ‘탈 쿠키’ 현상이 가속화될 것인지가 새삼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세계 온라인 광고시장의 메커니즘에 큰 변화를 가져올 변수로 주목되기도 한다.
앞서 애플이 먼저 ‘앱추적 투명성’ 원칙 선언
이번 구글의 쿠키 폐지 움직임은 애플이 앱추적 투명성(ATT) 원칙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21년 애플은 ATT를 iOS에 도입하며 고객이 동의를 한 경우에만 활동 기록 등을 광고주들에게 공개할 수 있게 했다. 애플의 이같은 정책은 디지털 광고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메타와 구글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후 구글은 이 정책에 비견할 만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제3자에게 사용자 기록을 함부로 넘기지 않는 방식이란 점에선 애플과 유사하다.
기술매체 ‘테크크런치’는 “점차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다뤄지며 '소름끼치는' 맞춤형 광고에 신물이 난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구글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앞으로는 애플과 구글이 열어젖힌 '포스트 쿠키' 시대에서 '퍼스트 파티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기존의 제3자(the third party) 쿠키와 달리 사용자가 직접 제공하는 데이터는 개인정보 보안법을 위배하지 않으면서 맞춤형 광고 전략으로 쓰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기업 '플래티어(Plateer)'는 SaaS형 솔루션을 통해 각 이커머스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한 개인화 마케팅을 제공해오고 있다. 글로벌 애드테크 기업 '알티비하우스(RTB House)' 또한 구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계획 중 하나인 ‘플레지 테스트(FLEDGE Test)’에 뛰어들어 쿠키 없는 환경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타겟팅 솔루션을 개발했다.
‘토픽 API’…구글의 ‘관심 기반 광고(IBA) 시스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웹과 Android 앱의 개인정보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글 나름의 계획이다. 토픽 API는 구글의 새로운 ‘관심 기반 광고(IBA) 시스템’으로, 제3자 쿠키(cookie) 수집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게 핵심이다. 그간 메타 등 소셜 미디어는 인터넷 사용 정보가 담긴 임시파일 형태의 쿠키를 수집해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반려견 의류 판매 사이트를 방문하면 다음날 반려견과 연관된 쇼핑몰 광고가 뜨는 것이 그 예다. 이렇게 메타 등 제3자에 의해 쿠키가 무작위로 제공되자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이 개발한 토픽 API는 크롬 이용자의 방문 기록을 350개의 토픽(주제) 안으로 추린다. 여기서 성별, 인종과 같은 민감한 범주는 제외된다. 사용자가 토픽 API가 구동되는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를 바탕으로 1주일에 1개씩 3주 동안의 관심 토픽 3개를 지정해 이를 광고 회사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쿠키를 사용한 광고 설정과 달리, 사용자가 방문한 사이트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사용자는 주제를 자율적으로 삭제할 수 있으며 아예 크롬 상에서 토픽 API 기능을 멈출 수 있다.
토픽 API을 발표하기에 앞서 구글은 사용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을 동질 집단으로 묶는 FLoC 방식을 고안하기도 했다. 집단화 효과를 통해 특정 개인이 식별되지 않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개별 사용자를 충분히 특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단에 묶인 일부가 광고주로부터 제외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불발됐다. 즉 토픽 API는 구글이 규제기관의 비판을 교훈 삼아 심기일전해 선보인 새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이기도 하다.
“구글 ‘토픽 API’, 여전히 못믿어” 부정적 시각도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그러나 광고 솔루션 '프라이버시 샌드박스(Privacy Sandbox)'의 핵심 '토픽 API(Topics API)'를 두고 구글과 규제 기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글 측은 토픽 API가 사용자의 흥미를 부르고, 그들과 관련성이 더 높은 광고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일부 글로벌 규제기관은 사용자 정보가 제대로 보호될 지 의문이라며 구글의 새 정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18일 기술매체 '테크크런치'는 “W3C의 TAG(Technical Architecture Group) 측은 지난해 3월부터 토픽 API가 사용자를 원치 않는 추적으로부터 지켜낼 수 없고 부적절하게 감시할 수 있다”며 그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르면 TAG의 회원 에이미 가이(Amy Guy)는 "우리는 이것(토픽 API)가 더이상 진행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TAG는 또 “‘크롬’이라는 제한된 브라우저 내에서 토픽 API가 구동될 경우 웹 사용자의 경험이 고립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토픽 API에서 브라우저는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이는 사용자가 자신의 어떤 정보가 공개되고 어떠한 맥락에서 누구에게 공개되는 지에 대한 세밀한 통제권을 갖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솔루션이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보호 미흡” vs “검증 통해 유용성 입증”
이 단체는 앞서 브라우저 엔진 '웹킷'과 '모질라' 등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보호의 결함에 대한 변명"이라거나, "개인정보 보호 효과는 떨어지고 광고주가 누릴 유용성은 감소될 것"이라 말하는 등 구글의 새로운 기술을 두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에 구글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회사 측은 “구글은 타사 쿠키보다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높인 토픽 API에 전념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갈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현재 토픽 API를 적극적으로 테스트하고 있으며, 당사는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테크크런치'에 밝혔다.
이같은 부정적 여론과 설전을 벌여가면서도 구글은 자사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전망이다. 회사는 올해 3분기 경 ‘크롬’에서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API를 출시해 일반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는 크롬에서 쿠키를 차츰 제거해 나간다는 구상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