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MR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 출시 예고···메타보다 한 발 앞선 XR 구현
VR시장 거품빠지고 경쟁 치열, 애플 경쟁력 “가격·성능·대중화가 관건”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쓰고 가상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VR기기를 쓰고 가상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은 본문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안정현 기자] 애플이 올해 VR 시장에 뛰어든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침체기에 들어선 VR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주목된다. 관련 시장을 선도해온 메타가 최근 고전하고 있는 상황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애플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애플, 메타 VR 뛰어넘는 XR 기기 선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애플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기자 마크 거만(Mark Gurman)은 블룸버그를 통해 "2023년은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의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애플의 MR 헤드셋 기기는 'xrOS'라는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구동된다.

또 "애플의 현재 계획은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이라며 "개발자들이 6월 안으로 소프트웨어를 정비한 뒤 가을에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의 '리얼리티 프로'는 XR(확장현실)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VR(가상현실)에 초점을 두고 있는 메타보다 더 발전된 형태다. XR은 디바이스를 착용해 가상환경을 체험하는 VR과 현실세계에 가상영상을 겹치는 AR(증강현실), VR과 AR을 혼합한 MR(혼합현실) 모두를 아우르는 기술이다.

블룸버그, 디인포메이션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의 MR 기기는 메인 SoC(M2)와 ISP 두 개의 내장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M2는 현재 애플이 제작한 칩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구현한다고 평가받으며 전작인 M1 보다 200억개 많은 트랜지스터가 집적됐다. 가격은 2000~3000달러로 예상된다.

별도 장치를 필요로 않는 독립 기기가 될 것이나, 애플의 아이폰 등 다른 기기와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니의 4K 해상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와 12개 이상의 카메라도 장착된다. 시야각은 메타의 퀘스트 프로가 제공하는 106도 보다 넓은 120도다.

이밖에도 △손동작·시선 추적 센서 △와이파이 6E 지원 △안경 착용자를 위한 별도 렌즈 등 편리성에 초점을 맞춘 기능이 대거 탑재된다.

◆ 꺼져가는 VR 거품···성능·가격 경쟁력 갖춰야

VR이 미래를 이끌어갈 신기술 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으나 관련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일반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와 활용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경제 위기까지 불어닥치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자 시장 거품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전세계 VR 헤드셋과 AR 장비 출하량은 지난해 12%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VR 헤드셋 판매 수익이 전년 대비 2배 뛴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과열 경쟁도 부담이다. 메타의 퀘스트 시리즈 말고도 대만 HTC의 Vive 시리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이 VR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거대 기업 외에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앞다퉈 VR 기기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이 어려워지자 메타의 VR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MR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를 출시했다. 전작인 퀘스트 2보다 가벼워지고 해상도 또한 개선됐다고 평가받았으나 가격이 4배 넘게 올라 하이엔드 전용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비판받았다.

다른 예시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교적 빠른 시점인 지난 2015년 홀로렌즈(HoloLens) AR 헤드셋을 선보였는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육군이 홀로렌즈를 적용한 군용 헤드셋을 구매한다는 계획을 보류했다. 제품 테스트 중 두통, 메스꺼움, 피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제 VR 시장은 획기적인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VR' 타이틀 자체만으로 각광받던 2년 전과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예시처럼 편리하지 못하고 비싸기만 한 VR 기기는 시장에 치여 실패할 공산이 크다. 이른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애플의 MR 기기가 이러한 악조건을 딛고 성공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 애플의 VR 야심작, 성공할까?

한편 신제품 가격이 최대 3000달러 수준으로 예측되는 만큼 제품의 주 타겟층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전문가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애플은 2025년 전후로 MR 헤드셋보다 낮은 가격대의 'AR 글래스' 출시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 등 소수를 겨냥한 고가 제품으로 시장 반응을 살핀 뒤 가벼운 글래스 제품으로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새 기기가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했는지를 관전 요소로 짚었다. 인터넷,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MR 기기에서도 네트워크 효과가 소프트웨어 기능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또 메타가 자사 플랫폼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오피스365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것을 두고 "애플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완성도 높은 가상 공간을 제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의 VR 기기는 대체로 GPU와 ISP 반도체 전력을 둘러싼 디스플레이 수율이나 공정상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점에도 주목했다. 즉, 그 때문에 올해 출시될 애플의 새 기기는 기술적 측면 등에서 완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MR 기기가 2024년, 2025년까지 매년 출시될 것으로 예상돼 "기술의 병목(하드웨어)과 킬러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 여부를 확인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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