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 힘든 한 해 준비하는 빅테크 기업들 전망
“지난 수 십년 동안 유례없었던 시련 앞둔 ‘사면초가’ 신세”
“경기침체, 경쟁업체 추격, 규제 강화, 가상화기술 전망 불투명 등”
유력외신․분석가들 시각 통해 “한국 내 상황도 돌아볼 계기”

사진은 '메타'의 로고와 간판.(사진=게티 이미지)
사진은 '메타'의 로고와 간판.(사진=게티 이미지)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2023년에는 치고 올라오는 경쟁업체와 유망한 스타트업, 당국의 규제,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인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힘든 한 해를 준비하는 빅테크’라는 제하의 기획기사를 통해 이들 거대 기술기업들의 비관적인 앞날을 새삼 심층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기술 기업의 운명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2023년에 그들이 처할 도전 과제와 장애물을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분석, 나열했다. 이는 비단 미국 등 해외 빅테크뿐 아니라, 국내의 대기업이나 대형 기술기업들로서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 눈여겨볼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위기는 국내 업계에도 결국 ‘나비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금년 시장에 대한 미국 현지 유력언론과 분석가들의 총체적인 시각이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평가 대상이 곧 박테크란 점에서 우리로서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WSJ에 따르면 이들 빅테크와 경영자들은 전례가 없는 도전 앞에서 ‘그들의 회복력’이 유례없는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세월 이들 빅테크는 한때 투자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거나, 반대로 작은 경쟁업체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규제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희로애락으로 점철되었다. 때론 거액의 벌금을 물기도 했고, 팬데믹 위기나 세계적 불황을 겪었다. 그러나 WSJ은“그 어떤 것도 빅테크의 수익과 이익이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상기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 변화”

이 신문은 “그러나 이제 대세가 바뀌었다.”고 단언했다.

즉 “또 다른 불황이 다가오고 있고, 유럽의 경우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규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면서 “더욱이 새로운 경쟁자들과 신기술들은 시장에서 일부 빅테크들의 점유율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또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들은 팬데믹 기간에 메타버스 등 가상화 기술이 향후 유망할 것이란 기대에 이에 관련된 인력과 신제품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빅테크 기업들도 위기를 감지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유례가 없는 규모와 속도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아마존이 약 18,0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 역시 전례없는 실적 부진에 전체 직원의 13%, 즉 약 11,0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주)은 11일 자사의 헬스케어 사업부인 베릴리의 직원을 15%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통계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릴리즈 닷파이(Release.fyi)에 따르면 대체로 기술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17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줄였다.

빅테크에게 몰아치는 “삼각 파도”

WSJ는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 경제적 위기요인이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즉, 인플레이션의 가속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공급망 병목 현상을 빚었다. 결국 경기 침체가 시작되었고, 이는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며, 구글이나 트위터, 메타 등 빅테크를 지탱하는 광고 수익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계열사들을 먹여 살리는 전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 지출도 크게 줄어들고 있어 문제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업종에서 빅테크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리서치 전문업체인 인사이더 인텔리전스(Insider Intelligence Inc.)에 따르면 구글과 메타는 다른 시장보다 더 느리게 성장하는 바람에, 지난 해 미국 디지털 광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부분적으로는 아마존과 바이트댄스의 틱톡과 같은 신생 기업들이 디지털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반면에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광고 지원 버전의 넷플릭스 출시를 가속화하고 성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AI기술의 발전은 “디지털 경기장을 재편성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 출시된 ‘챗GPT’는 사람의 이런저런 질문에 꽤 그럴듯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프로그램이 때때로 사실적인 오류를 범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같은 현재의 검색 엔진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챗봇을 만드는 오픈AI는 지난 2021년 당시보다 약 두 배인 약 290억 달러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기존 주식을 매각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 몸값이 커진 것이다.

규제 강화 앞에서 몸 낮춰

또한 부쩍 심해진 미국과 유럽 각국의 규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오랫동안 투자자들에 의해 대부분 무시되어 온 비정형적이고 비(非)가시적인 위협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기술 규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도전 요인들이 되고 있다.

1월 초 유럽연합 규제 당국은 메타의 표적 광고에 대한 불법성을 확정했다. 이 회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의 온라인 활동을 기반으로 한 광고를 블록에서 계속해서 노출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한 것이다.

EU는 또한 작년에 통과시킨 ‘디지털 시장법’ 등 두 개의 다른 새로운 법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들 법률은 빅테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더 작은 규모의 경쟁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빅테크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더 엄격하게 감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빅테크의 경쟁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시장법’은 2024년에야 시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들 빅테크들로 하여금 사업 관행을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사는 그 동안 “보안을 위협당할 것”이라며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인앱결제를 고수했다. 그러나 새로운 법에 따라 자사의 앱스토어 밖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유럽에서의 ‘반독점 소송’에서 합의 조건으로 새로운 법을 준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제3자 판매자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줄 것을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법의 다른 조항들은 검색 기능을 가진 회사가 다른 회사들의 것들보다 자사의 제품들과 도구들에 대한 결과에 우선권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구글이 블록에서 운영하는 방법에 대한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빅테크들은 “새로운 법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규제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 빅테크 규제 확산할 수도

구글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제 완전히 (규제책을) 준수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세스와 제품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개월 동안 유럽 위원회와 건설적이고 실무적인 규제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WSJ에 밝혔다. 순순히 규제 제도에 승복하겠다는 뜻이다.

애플과 아마존은 겉으론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그런 메타 대변인은 최근 실적을 묻는 WSJ와의 통화에서 마크 주커버그의 성명을 인용했다. 주커버그는 앞서 “우리는 조직 전반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더 강력한 우선 순위, 규율 및 효율성이, 현재의 환경을 탐색하고 훨씬 더 강력한 회사로 부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 바 있다. 스스로 외부 규율과 규제, 도전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WSJ는 “빅테크에 대한 유럽연합의 이같은 규제는 영국과 인도 등 유사한 규제 조항을 포함한 입법을 고려하고 있는 세계 다른 국가들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규제장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았다.

프랑스 릴의 ‘EDHEC 경영대학원’ 증강법 연구소의 앤 비트 법학 교수는 “EU의 ‘디지털 시장법’은 이미 빅테크에게 그들이 일찍이 겪고보지 못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만약 국제적인 여론과 압력이 누적된다면, 조만간 이들 빅테크는 그 앞에서 순응하며, 스스로 전략과 몸가짐을 재조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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