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SEC, ‘어닝 프로그램’ 문제삼아 제미니․제네시스 증권법 위반으로 고발
‘인플레 진작’ 등에 연초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아발란치, 리도 폭등세
그러나 폭등세 지속성 의문, SEC 조치 결과 따라 암호화폐 시장 또 ‘출렁’ 예상

(사진=디크립트)
(사진=디크립트)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연초 폭등세가 이어졌음에도 새해 암호화폐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주 암호화폐 상위 20개 코인 중 실질적인 손실을 기록한 코인은 없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대부분의 주요 암호화폐는 12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는 고무적인 신호에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미국 SEC(미국증권관리위원회)가 증권법 위반으로 제네시스, 제미니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벌이는 등 연초 암호화폐 시장은 희비가 엇갈리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은 루나․테라, FTX사태에 이어 붕괴 직전의 혼란을 겪었다. 그나마 새해 들어선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되었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시장이 안정세를 보였지만, 유력한 거래소들에 대한 미 증권 당국과 사법기관이 조사와 수사가 이어지는 등 여전히 시장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BTC, 한 주 만에 23% 폭등, 2만달러 넘어

BTC는 지난 주 목요일 미국 노동통계국이 12월 물가상승률이 전월 7.1%에서 6.5%로 둔화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지난 해 11월 초 FTX 붕괴 직전 이후 처음으로 1만900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암호화폐 시장(암호화폐뿐만 아니라 주식)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물가 상승과 싸우기 위해 종전과 같은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곧 늦출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었다.

이튿날인 금요일 저녁, BTC는 2만 달러 선을 넘고 FTX로 인한 손실을 메꾸며 랠리를 이어갔다. 이날 ‘코인게코’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주 전체로는 23% 증가한 20,899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도 21%↑…“월가 흐름타는 것 안좋아” 우려도

ETH(이더리움) 역시 이같은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에 이미 수요일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비슷한 상승세를 보였다. 목요일엔 1,400달러 선을 넘었고 토요일 아침엔 1,538달러로 일주일 동안 21%나 상승했다. ETH는 FTX가 암호화폐 시장을 붕괴시키고 붕괴시켰던 11월 8일 이후 보지 못했던 기록을 갱신했다.

지잔 주엔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모두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의 주간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월가의 파도’(주식시장 흐름)를 타는 것에 대해 적잖은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공개 펀딩 기업인 ‘Laguna Labs’(라구나랩스) 스테판 러스트 CEO는 “비트코인이 전통적인 금융지표와 증시에 발맞춰 움직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추세”라면서 “알다시피 비트코인은 월가의 대안적인 금융 시스템으로서 설립된 것인데, 지금은 길을 잃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트’에 밝혔다.

반면에 거시경제 흐름과 무관한 암호화폐 자체 호재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아발란체 블록체인의 네이티브 토큰인 ‘AVAX’는 자사 개발사인 아바 랩스(Ava Labs)가 아마존의 AWS와 파트너십을 맺고 곧 암호화페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는 소식에 수요일 하룻동안 무려 29%나 급등했다. 양자의 제휴는 AWS가 공공 및 민간 부문에 걸쳐 아발란치를 확산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았다 AVAX는 결국 토요일(14일) 오전 현재 44% 상승한 상태로 한 주를 마감했다.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 ‘리도’ 41%↑, 솔라나 65%↑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Liquid Staking Protocol)의 자체 토큰인 리도(Lido) 역시 이더리움 네트워크 스테이킹을 유도하면서 주목할 만한 상승을 보였다. 이더리움은 지분증명(PoS) 합의메커니즘을 사용하므로, 32ETH를 스테이킹해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스테이킹한 자산이 묶인다. 이때 LSP는 락업(묶여서 인출이 불가능)된 코인과 예상된 보상수익가치를 반영한 파생 토큰, ‘리도’를 발행하여 이같은 기회비용을 상쇄해준다.

이용자들은 이를 활용해 블록체인에 예치된 물량과 동일한 가치를 갖고 시장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주엔 이같은 파생토큰인 ‘리도’가 41%나 올랐다.

솔라나는 FTX사태와 샘 뱅크먼 프리드로 인해 큰 손해를 입고, 가격이 사상 최저가로 폭락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4일 솔라나 역시 22.54달러를 기록, 일주일 동안 무려 65% 급등한 금액으로 장을 마감했다.

SEC “‘어닝 프로그램’ 증권법 위반”, 제미니․제네시스 고발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SEC가 증권법 위반으로 제네시스, 제미니에 대한 본격 조사에 들어가면서 시장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회장은 증권법 준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일갈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SEC는 “이들 회사들이 ‘제미니 어닝’에 투자한 수십만 명의 투자자들로부터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자산을 조달했다”며 “이는 일반 투자자들이 그에 버금하는 물량의 증권을 매각할 만큰 거액의 미등록 매물”이라고 불법성을 강조했다.

게리 겐슬러 SEC 회장은 이날 발표에서 “제네시스와 제미니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설계된 공시 요건을 우회해 일반인에게 미등록 증권을 제공했다”면서 “암호화폐 대출 플랫폼과 기타 중개자들에게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증권법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키기 위해 그간 강조해온 조치를 기반으로 한 조사”라고 밝혔다.

그러면 그는 “이번 조치는 투자자들을 가장 잘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에 대한 신뢰를 증진시키는 조치로서 결코 선택 사항이 아닌 법적 근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미닝의 공동설립자인 타일러 윙클보스는 ‘디크립트’에 보낸 인터뷰 답변서에서 “제미니와 다른 채권자들이 자금 회수를 위해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SEC가 오늘 (성급하게) 소를 제기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이러한 조치는 당사의 정상화 노력을 강화하고, 수익자가 자산을 되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행동은 완전히 역효과를 낳는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시장 일각 “겐슬러 회장, 뒷북치고 있다” 비난

또 시장 일각에서는 SEC의 발표 시점을 문제삼거나, 어닝 프로그램을 조사하고 규명하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에 또 다른 이들은 “SEC가 ‘어닝 프로그램’을 미등록 증권으로 확정한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해 대조를 보였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또 게리 겐슬러 SEC 회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이자 리서치 기관인 ‘메사리’의 창업자 란 셀키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코인베이스를 공격했던 겐슬러는 정작 FTX의 SBF가 사기행각을 벌이는데에는 관대했고, 현물 ETF를 거부해 개인 투자자들 앞에 ‘침을 뱉는’ 동안 정작 뭘 했는가”라며 “그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파산한 법인에게 뒤늦게 벌금을 부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2021년 2월에 출시된 제미니의 어닝 프로그램은 암호화폐에서 최대 7.4%의 APY(평균수익률)를 얻을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고객들에게 인출과 관련된 잠재적인 위험신호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문제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2일, 제미니의 공동설립자인 카메론 윙클보스는 제너시스의 소유주인 DCG와 그 설립자이자 CEO인 배리 실버트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제미니가 사용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는 것을 두고 벌여온 DCG 및 제네시스와의 분쟁에 대해 ‘합의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실버트와 DCG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트위터를 통해 남탓을 했다.

한편 SEC는 미국 뉴욕 남부지법에 이들을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영구적인 가처분 구제, 부당 이득의 포기, 민․형사상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 결과에 따라선 또 한 차례 글로벌 암화화폐 시장이 한 바탕 들썩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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