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반도체 경기하락, 인플레이션 영향 등 ‘대대적 지출 축소 계획’
블룸버그 통신 “지난 수년 만에 가장 큰 도전 과제에 직면” 분석
미․중갈등, 중국 침략 가능성, 반도체 경기 둔화 등 ‘겹겹이 악재’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국제적인 반도체 시장 침체로 인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대만의 TSMC가 최근 전체 총지출을 크게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계획이다. 최근의 단기 매출이 지난 수 년 간에 비해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게 원인으로 알려져 주목을 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만년 잘 나갈 것 같았던 TSMC는 최근 예상보다 저조한 매출로 인해 대폭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부진이 바닥을 모르게 날로 악화될 것으로 보면서 TSMC의 이런 조치는 이제 시작일 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국의 삼성전자도 지난 해 4/4분기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한 시점이로고 밝혔다. 이에 삼성 임원들은 “곧 서버 칩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 한 해 동안 소폭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곁들였으나,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TSMC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자사의 기술과 함께 ‘규모의 경제’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부터가 최근의 악화된 경제 환경을 우려, 소비를 줄이고 ‘신중 모드’를 취하고 있어 문제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무역 통제를 강화하고,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급등, 잠재적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도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대한 지출을 억제하고 있다.
아이폰과 맥용 실리콘 칩의 독점 공급업체인 애플의 영향도 크다. 즉 애플이 중국에서 실시하는 조립 작업의 문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저우의 애플 공장에서 발생한 코로나로 인한 혼란 상황이 자사 공급망의 취약성을 노출하자 애플은 생산량 추정치를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TSMC에게도 큰 악재로 작용했다.
TSMC는 최근 고객의 다양화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삼성과 인텔과의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 생산 용량 확장을 시도하는 등 대응책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감가상각 및 운영 비용이 총 마진을 제한하고 있다”는게 ‘블룸버그’의 진단이다.
한편 TSMC는 이번 1분기 매출이 167억~175억달러를 기록, 평균 예상치인 179억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다만 상반기 매출은 한 자릿수 중반에서 높은 비율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회사측은 “하반기에는 회복되어 2023년 전체의 소폭 성장을 의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인 제프 푸 하이퉁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TSMC의 상반기 가이드라인은 분석가들의 예상과 거의 일치하는 반면, 한 해 전체 전망은 우려보다는 양호에 가까운 편”이라며 “하반기 성장은 어드밴스드 마이크로디바이스, 엔비디아, 애플 등 고객들의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밝혔다.
한편 TSMC는 자본지출이 2022년 363억달러에서 올해 320억~360억달러로 줄어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TSMC가 2022년 계획을 약 10% 삭감한 후 349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블룸버그 통신은 “TSMC의 주가는 팬데믹 기간 동안 두 배로 오른 후 작년에 27% 하락했고 올해는 약 8% 상승했다”면서 “세계 최대 칩 기어 제조업체이자 TSMC의 주요 공급업체인 ASML 홀딩 NV의 주가도 암스테르담 거래에서 약 1% 상승했다”고 전했다.
지난 주 골드만 삭스 그룹과 UBS 그룹 AG는 TSMC가 목표로 하는 2023년 매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지난 10개월간 평균 목표치를 39% 줄여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은 여전히 전자제품 수요의 장기적인 추세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지난달 차세대 칩 양산을 시작하고 미국 애리조나주에 대한 투자를 400억 달러로 늘렸다.
TSMC는 지난 12월까지 분기 순이익이 78% 증가한 2,959억 대만달러(97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평균 2,878억 대만달러로 환산, 추정했다. 매출은 43% 증가한 6,255억 대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TSMC은 특히 그 동안 삼성 등에 비해 가격 경쟁력면에서 우위를 점해왔다. 그런 가운데 수익성의 척도라고 할 총 마진은 작년 평균 52.7%에서 기록적인 62.2%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환율 하락가 비용 억제 노력에 힘입은 것일 뿐 실적이 개선된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면에 인플레이션과 해외 생산 확대 계획이 성장 지표를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글로벌 정책 입안자들은 최첨단 칩의 공급망이 중국이 언제든 침략할 가능성이 있는 섬나라 대만에 달려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애플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은 TSMC에 첨단 칩 제조 기지를 다양화할 것을 요구했다. 그 결과 TSMC는 유럽에 자동차 칩 공장을 세운데 이어, 일본에도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