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법무부, SEC, 바이낸스에 ‘FTX’ 사태 원인, 자금세탁 등 혐의
DCG, 제네시스 등에 ‘내부거래’, ‘부당대출’ 등 혐의로 소환 조사
당사자들 “법과 원칙에 충실한 경영” 적극 부인…시장은 예의주시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또 다시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비롯, 암호화폐 시장 대출업체인 제네시스 등이 미국 사법 당국 등에 의한 수사와 조사가 강도높에 진행되고 있다. 또 제미니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금융당국의 감시와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며칠 간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낸스는 파산하 FTX와 밀접한 거래 관계가 있음이 드러나면서 미 연방 법무부가 지난 4년 간 이어진 수사가 정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이낸스의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거래처인 금융회사들에게 바이낸스와의 통신 기록을 넘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법당국의) 소환장을 검토한 두 명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했다”며 이런 내용을 전했다.
미 법무부 전문 암호화폐 수사단 꾸려
앞서 지난 달 ‘로이터통신’은 “이번 (바이낸스 등에 대한) 수사에는 법무부 자금세탁팀, 시애틀의 미국 검찰청, 국가암호화폐 집행팀 등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바이낸스 수사는 그 동안 소리없이 진행되어왔으나, 지난 해 2월 최은영 신임 국장을 영입한 법무부 암호화폐 수사단이 구성되면서 강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바이낸스측도 이같은 상황을 인정했다. 바이낸스 대변인은 10일 “광범위하게 보도된 바와 같이, 규제 당국은 동일한 문제의 많은 부분에 대해 전체 암호 산업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암호화폐 산업은 그 동안 빠르게 성장했으며, 그 과정에서 바이낸스는 불법 활동을 탐지하고 방지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와 기술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보안과 규정 준수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고 ‘디크립트’에 밝혔다. 자신들은 모든 원칙에 충실할 뿐 잘못한게 없다는 주장이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 산하 검찰은 이미 수집한 증거가 창펑 자오 CEO 등 바이낸스 임원들을 기소하기에 충분한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 4명은 지난해 12월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 중 적어도 일부가 기소하기 전에 혐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도록 이 사건을 좀더 구체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낸스, FBI출신 임원, 최고 변호사 총출동
그렇다고 바이낸스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회사측은 9일 트위터와 ‘로이터 통신’을 통해 “(당국은) 본사의 뛰어난 법 집행 팀을 공격하고 있다”면서 “특히 본사의 정보 및 조사 책임자인 티그란 감바리안의 블로그 게시물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했다. 감바리안은 블로그를 통해 “본사는 2022년 한 해만 4만7000건이 넘는 위법이나 편법의 소지를 없애고, 정직하고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해왔다”면서 “우리가 시도하는 이런 정당한 ‘정면돌파’는 ‘무대’ 뒤에서 소리없이 진행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으며, 언론이나 대다수 대중에게 거의 인정받지 못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방 당국의 수사가 아직은 언론 노출을 꺼리며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낸스는 감바리안과 같은 전직 연방 수사관들로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꾸리고, 사법 당국에 대해 “본사는 해커를 찾아내고 도난당한 자금을 동결하는 등 자금시장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해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는 바이낸스가 그 만큼 당국의 수사와 이번 사태에 대해 느끼는 초조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창펑 자오 CEO가 블로그에서 “비록 FTX의 붕괴로 인한 여파가 본사에 대한 수사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만, 나와 본사는 결코 그런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DCG, 제네시스도 내사 거쳐 수사 대상 올라
한편으론 암호화폐 시장의 글로벌 대출업체인 제네시스도 같은 처지에 있다. 뉴욕 연방검찰은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와 함께 디지털통화그룹(DCG)의 대출전문 자회사인 제네시스의 내부 이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DCG는 제네시스의 모기업이다. 또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데스크,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 암호화폐 채굴 서비스 제공업체 파운드리 디지털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사실상 이들 회사들이 같은 그룹에 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만큼 DCG와 제네시스에 대한 수사와 조사는 그 여파가 클 수 밖에 없다.
보도에 따르면 DCG는 뉴욕 동부지구 검찰로부터 서류 요청과 함께 조사를 받았다. ‘블룸버그’는 또 자사와 통화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SEC도 DCG를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아직 당국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고, 이제 막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DCG와 회사의 최고 경영자 배리 실버트 모두 아직은 어떠한 혐의도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고발자가 증권위에 제보
DCG측은 “DCG는 강한 청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항상 합법적으로 사업을 수행해왔다”면서 “본사는 DCG에 대한 뉴욕 동부 지역의 조사가 있다고 믿을 만한 정보나 이유가 없다.”며 확인을 요청한 ‘디크립트’에게 그런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듯했다.
단지 DCG 자회사는 제네시스의 대변인은 “특정한 수사나 규제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그러나 (당국과 늘) 정기적인 대화 통로를 유지하고 문의를 받으면 관련 규제기관 및 당국과 협력한다”고 밝혀 사실상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앞서 DCG와 제네시스가 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주장은 이미 지난 4일경부터 트위터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디크립트’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암호화폐를 해설하는 @AP_Abacus는 “SEC와 직접 협력하는 DCG 내부고발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며 이같은 사실을 ‘디크립트’ 등 매체에 알린 바 있다.
실제로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연방검찰의 DCG에 대한 범죄 수사는 이미 지난 11월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갑작스러운 붕괴에 앞서 시작됐다. 당시 FTX가 파산에 빠진 직후 제네시스는 ‘전례 없는 시장 혼란’을 이유로 자사 대출 플랫폼에서 인출을 중단했다.
제네시스, FTX파산으로 큰 타격
FTX가 파산했을 당시, 제네시스는 이미 암호화폐 헤지펀드인 ‘스리 애로우스 캐피털’(3AC)의 파산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 7월 해당 헤지펀드 청산 문서에 따르면, 3AC는 제네시스의 중개회사인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으로부터 23억6000만 달러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 무렵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제네시스 글로벌 트레이딩’은 모회사인 제네시스가 인수한 12억 달러에 대해 3AC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 11월에는 DCG도 제네시스에서 돈을 빌린 사실이 드러났다. 일종의 내부 거래인 셈이다. 이번에 당국의 수사를 받게 된 것도 바로 이런 혐의가 포착된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려지기론 DCG는 현재 5월 제네시스에 만기가 도래할 5억7500만 달러 규모의 기업간 대출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제네시스는 이처럼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지난 주 목요일 전 직원의 30%를 해고해야 했다. 회사 대변인은 ‘디크립트’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이러한 조치들은 우리의 사업을 진전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부”라고만 짧게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