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생체정보, 개인정보 누출, ‘성폭력, 인종차별, 혐오’도
현실세계의 모순 그대로 반복, 과몰입․중독으로 현실세계와 단절
“산․학 협력으로 ‘윤리적 지침’ 마련, 가치철학 차원서 실천해야”

사진은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의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의 모습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메타버스의 유용성과 실체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는 가운데, 분명 이는 새로운 가상체험과 상상력의 확장과 콘텐츠의 무한한 확보, 가상과 현실을 잇는 창조와 생성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실체에 대한 논란 만큼이나 그 부작용과 함께 경계해야 할 현상도 만만찮다. 심홍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지능정보진흥원에 게재한 관련 논문을 통해 “가상 세계에 대한 이용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버폭력으로 대변되는 성폭력이나 혐오, 정보격차, 과몰입이나 중독 등의 곤경과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고 적시해 눈길을 끈다.

프라이버시 침해 심각

그에 따르면 이용자는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상공간과 현실을 잇는 경계지점에서 제3자에 의해 자신의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등을 수집 당하고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게로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또 VR이나 AR 기능이 탑재된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만큼, 이용자의 생체정보 같은 개인의 민감 정보가 공유되거나 해킹당할 우려도 상존한다.

또 “가상현실 환경은 이용자의 분자 구조나 유전적 서열과 같은 복잡한 생물학적 데이터 세트를 시각화하고 상호작용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면서 “메타버스는 VR 공간 등 완전한 디지털 공간을 지향한다는 특징을 띠고, 공간이나 콘텐츠가 디지털이라는 특성이어서 이용자를 감시하고 추적하는 것이 완벽하게 가능하고, 이용자에게 특정한 의도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목에서 심 연구위원은 메타버스의 선구자격인 루이스 로젠버그 박사를 인용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즉,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이용자 중 일부는 컴퓨터가 생성한 페르소나(SimGens)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SimGens라고 불리는 페르소나(또는 아바타)는 AI 알고리즘에 의해 SimGens 자신의 성별, 머리색, 옷 스타일을 꾸밀 수 있다. SimGens의 스타일은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설득하고 소구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된다. 그러나 “SimGens는 상호작용 도중에도 이용자의 표정과 목소리의 억양을 읽어내 이용자의 관심사와 성향을 반영한 상호작용을 할지도 모른다”는게 로젠버그의 우려다.

현실세계의 모순, 메타버스 공간서 그대로 재현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현실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그대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즉, 성폭력, 인종차별, 혐오 등이 그런 경우다. 메타버스 이용자는 성적 내용을 노골적으로 포함한 가상환경이나 경험을 마주할 수 있고, 심지어는 현실세계의 성폭력과 유사한 행위를 당할 수도 있다. 또한 혐오 발언이나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공간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메타버스는 본질적으로 그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동의 유형에 대해 제한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에 대해 선한 행위와 악의적 행위를 즉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보격차 역시 문제다. 심 연구위원은 “정보격차로 인해 개인은 메타버스에 대한 접근과 참여를 잠재적으로 제한당할 수 있다.”면서 “일부 이용자만 온전히 가상 세계에 참여하고 새로운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다른 이용자는 메타버스 공간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되거나 참여조차 시도할 수 없는 상황적·인지적 환경을 조성한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이는 메타버스의 다양한 순기능으로부터 이용자를 완전히 유리시킬 수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격차와 함께 과몰입과 중독 현상도

메타버스는 또한 이용자의 과몰입과 중독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용자는 과몰입으로 인해 가상 세계 안에서의 관계와 활동을 현실세계에서의 그것과 혼동하며 혼란에 빠진다. 이는 자칫 “현실세계의 관계와 활동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급기야 중독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메타버스 기술이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흔히 나타나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소비할 경우 현실과 연계된 개인적 관계를 무시하거나, 현실 세계에서 영위하던 활동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선 “메타버스의 이용과 개발을 포괄하는 윤리적 지침”을 강조한다. 심 연구위원은 “메타버스의 ‘함정’을 극복하고, 메타버스의 안전한 사용과 책임감 있는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속력 있는) 윤리적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고 현시점에서는 메타버스를 규제하기보다 정책적, 제도적 차원에서 메타버스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 장기적, 근원적으로는 “웹3.0,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등 메타버스가 지향해야 할 가치철학으로 제기되고 있는 기존 철학의 잠재력과 지향점, 문제점을 연구, 보완하고, 메타버스의 혁신적 경험이 인간에게 부여할 수 있는 긍정적 혜택과 효과를 인문학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면서 “산업계는 이처럼 학계에서 제기하는 메타버스의 역기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책과 메타버스 이용자 보호를 위한 실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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