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계 일각, FTX 사태 계기 투기감소 등, 안정적 성숙 낙관
“투자·기술가치 재조명, 시장 회복, 보안․투명성과 신뢰받는 거래소 중심 재편”
“일시적 하락장 불가피, 거래소 ‘옥석구분’, 다양한 금융기업 진출 등”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FTX사태의 후폭풍으로 인해 암호화폐 등 가상자산 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향후 전망까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금융계 일각에선 최근 이같은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시장의 회복과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시각도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가상자산 비즈니스, 아직 기회는 있다! - FTX 사태에 따른 가상자산 거래소 비즈니스 영향과 시사점’이란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기대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 기관의 이새롬, 김혜선 연구원은 해당 보고서 결론에서 “FTX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 공시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기성 거래는 감소하고, 가상자산의 투자·기술적 가치가 재조명되어 시장은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높은 수준의 보안과 투명성으로 신뢰를 갖춘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시적인 하락장은 불가피하나 거래소의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다양한 플레이어들(players)이 진출하면서 시장은 초기의 과열성장에서 안정적인 성숙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이는 현재 미국 현지의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진단이다. 현지에선 거래소는 물론, 암호화페 대출이나 관련 투자기업들도 줄줄이 도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국내 거래소들은 그나마 ‘특금법’ 등 규제로 인해 비교적 미국에 비해선 투명성과 거래 안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경영연구소의 이런 전망은 아무래도 국내 암호화폐 업계의 향후 지형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연구소는 FTX사태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으로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과 불투명한 거래소 업계의 메커니즘 등을 꼽는다. 일단 “가상자산 시장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오던 세계 3위 거래소 FTX는 2022년 11월 11일 유동성 위기로 파산을 신청했다”면서 “FTX 거래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투자자, 유관 회사 등의 막대한 손실뿐 아니라 전체 가상자산 시세가 연쇄적으로 급락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FTX 파산의 표면적 이유는 유동성 위기이지만, 그 바탕에는 ▲ 거래소 이외의 업무를 겸업하면서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을 부풀리고, ▲비체계적이고 불투명하게 그룹을 운영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또 ▲외부 모니터링 부재도 사태를 키운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연구소는 그러나 이같은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들어 가상자산의 향방을 낙관적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거래소를 운영해온 ‘스탠다드 챠터드’, DBS, SBI 등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사업 성장의 잠재력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해 비즈니스를 중단하지 않고, 보안 강화와 서비스 업그레이드, 고객군 확대, 경쟁사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 “골드만 삭스, 노무라, 피델리티 등도 시장 상황을 관망하면서 점진적으로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거래소 사업 진출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내의 경우 규제 불확실성, 사고 발생 위험 등으로 금융회사들의 진입을 위한 환경이 아직은 조성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 등 제도권 금융업계의 시장 참여를 권유하기도 했다. 특히 “거래소 비즈니스는 매매대금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안정적인 이익구조로 인해 수익성이 높고, 운영을 위해 다양한 혁신 기술이 필요하므로 금융회사 입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