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들 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 행적 나열하며, 일제히 비난
머스크, 사용자 투표에 “사퇴 후, SW와 서버만 맡아” 영향력 유지 뜻
“10년 전 머스크, 꿈많고 개방적, 지금은 초라한 모습” 칼럼도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CEO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데 대해 그 ‘저의’를 두고서도 여러 가지 곱지 않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껏 보기 힘들었을 만큼, 그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현지의 대부분 언론매체들은 트위터 인수 후 머스크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행적을 뭉뚱그려 신랄한 비판을 퍼붓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중엔 머스크의 ‘무늬만 사퇴’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트위터에서 손을 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 동안 머스크는 트위터에 몰입하느라 상대적으로 테슬라에 소홀하지 않느냐는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은 상태였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는 확실치않으나, 그는 이미 지난 11월부터 트위터의 공식 CEO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히긴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초 트위터상의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급진전했다.
사용자들이 다른 소셜 미디어(예를 들어 ‘마스토돈’ 등)를 트위터에서 링크할 경우 해당 계정을 차단하는데 대해 항의하자, 머스크는 보란 듯이,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감행했다. 그러나 투표가 진행되면서 당초 의도와는 달리, 머스크가 회사의 CEO직에서 물러나야 하는지를 둔 신임 투표로 바뀌었다. 결과는 투표자 1,750만 표 이상 중 57.5%의 다수가 그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처음엔 이를 대수롭지않게 여겼던지, “나더러 물러나라고요? 그럼 나도 굳이 회피할 생각없어요. 물러날께요”라며 약간은 비아냥쪼의 답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며칠 후인 20일 그는 “나를 대신하여 (트위터의 힘든 경영을 책임질 만큼) 어리석은 사람을 발견하는 즉시 CEO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후에는 소프트웨어 및 서버 팀만을 맡아 운영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아, 여전히 트위터 경영 실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제는 현지 외신들 대부분이 최근 일론 머스크의 행적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부 매체는 거의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등 그를 실리콘 밸리의 ‘악동’으로 만들고 있다. 그 중 AP통신은 “새로운 임원진 섭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고, 어떻게 후임자에게 인계할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예 그의 말을 ‘허언’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AP통신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머스크의 행동을 나열했다. 즉, “트위터 광고주들을 불안하게 했고 사용자들을 내쫓다시피 했고, 트위터 인력의 절반을 해고하고, 계약 콘텐츠 진행자를 쫓아내고, 2016년 이후 혐오 발언, 아동 착취, 자살, 자해 등 플랫폼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정화하기 위해 구성한 ‘신뢰 및 안전 자문 위원회’도 해체해버렸다”는 것이다.
논조는 다르지만,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통신, 그리고 매셔블, 테크레이다 같은 기술매체들도 비슷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매셔블’은 머스크의 트위터 CEO 사퇴 의사가 알려진 후 “그가 언제 ‘퇴위’할지에 대한 정확한 징후는 아직 없지만, 그는 인재들을 밀어내고 서버를 엉망으로 만들기 위해 트위터에 발톱을 박았다.”며 “이제는 어떤 ‘불쌍한 영혼’이 머스크의 난장판을 이어받아(신임 CEO가 되어), 그가 만들어낸 모든 문제의 희생양이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테크레이다’는 그가 그 동안 보인 행동에 대해 ‘광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테크레이다의 편집장 랜스 울라노프는 칼럼을 통해 머스크가 평소 좋아했던 전기작가 애슐리 밴스에게 들었다며 “머스크는 트위터가 내년에 50억 달러 비용이 들 수도 있고, 자신은 (트위터를 사기 위해) 15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으며, 2023년에는 30억 달러의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밴스에 따르면, 그 때문에 머스크는 지난 5주 동안 미친 듯이 비용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울라노프는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것은 머스크가 트위터의 광고 기반과 수익 흐름에 가한 명백한 ‘훼손’이다.”면서 “그 동안 언론의 자유에 대해 트위터였건만, 앞으로 이를 신경 쓰지 않고 선동적인 악성 콘텐츠들을 마구 뒤섞게 되면, 트위터는 더 이상 신뢰할 만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설 자리가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울라노프는 “그러나 이는 자격을 갖춘 CEO의 행동이 아니다. 나는 여지껏 테크 기업 CEO 중에서 일론 머스크만큼 깊은 실망을 한 적이 없다”며 “내가 10년 전에 그를 만났을 때, 그는 개방적이고, 재미있고, 수줍고, 추진력이 있고, 엉뚱한 꿈처럼 보이는 것들을 성취하는데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머스크는 작고, 경박하고, 충격적일 만큼 초라해진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트위터를 떠나거나, 적어도 그의 지도자 역할을 포기할 것을 약속했는데, 그건 좋은 소식이고, 진짜 좋은 (크리스마스) 명절 선물이다. 그가 곧 출구(사퇴 등)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자”며 그가 트위터에서 실질적으로 손을 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