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ICT․IT 기술 등 국제표준화 선점 경쟁 치열
자국 기술의 국제표준화로 진입장벽 설정, 기술경쟁 우위 등
인접 기술영역으로 영토확장, 국제 기술특허 시장도 장악

사진은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 현장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2022 메타버스 페스티벌' 현장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AI,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경쟁에선 특히 국제적으로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곧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지름길이다. 주요국들 간에는 IT, ICT기술의 국제 표준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자국의 기술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빠르게 국제 표준으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국제기술경쟁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에 국가기술표준원 등을 중심으로 국제 표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에 관해 최근 현황 브리프를 내놓은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이젠 누가 먼저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국제표준을 선점하여 해당 기술과 시장의 생태계 구조를 결정하고 자국의 특허기술을 표준특허로 등록하느냐에 따라 승자가 결정된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사실상의 시장지배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초연결/초융합 기반의 기술 혁명이라고 할 디지털 시대엔 더욱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차원에서 표준화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바이오, 물리학 등의 기술과 산업, 사회 각 영역의 경계를 연결하고 융합하며 지능화하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도 늘 “ISO, IEC, ITU 등 국제표준화기구에 얼마나 많은 자국 표준을 반영하느냐가 국가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며 “표준화의 목적과 역할이 기존의 단순한 ‘규격생산의 수단’에서 국가 간 ‘무역 및 상호운용성 촉진의 수단’이라는 보다 적극적 개념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세계 주요국가 들 간에 자국의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들기 위한 국제표준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구체적으로 국제표준화 선점과 표준특허(Standard-Essential Patents)로 나타난다. 그 중 표준특허는 표준화된 기술을 사용할 때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특허다. 다시 말해 표준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기술료 수익(일종의 로열티)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표준화된 자국 기술을 응용한 다양한 영역으로 손쉽게 확장해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이에 “선진 각국은 표준특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이는 국제표준화가 ‘무역 및 상호운용성 촉진’을 넘어 ‘글로벌 시장지배 전략’이라는 개념으로까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에 우리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중심이 된 이같은 노력 중 대표적인 것은 ‘선행 표준화’다. 이는 아예 기술 개발 이전부터 표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술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아이디어 단계부터 국제표준화를 미리 시도함으로써 한층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선행표준화를 통해 국제 표준특허를 선점하고, 국제표준화 리더십의 확보도 가능하다”면서 “이에 기존 추격자(Fast follower)전략에서 벗어나, 국제표준 선도자(First mover)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기술 분야별로 표준화를 위한 환경을 분석하고, 프레임워크를 개발해 선행 표준화를 지원하고 있다.

국표원은 지난 11일에도 ‘R&D 사업화 표준연계사업’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R&D 표준 연계’는 곧 R&D 단계에서 제품특성과 시험평가, 제조방법, 절차 등의 표준을 병행하여 개발하는 것이다. “‘R&D 사업화 표준연계사업’을 통해 R&D 기술별로 표준화 동향을 조사‧분석하고, R&D 표준 연계 타당성을 검토하여 R&D 표준 연계 과제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면서 “발굴된 과제에 대해서는 그 결과물이 국제표준으로 지속적으로 개발될 수 있도록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표원은 최근에는 또 “기존의 ‘하향식 표준화’에서 민간 주도의 ‘상향식 표준화’로 국가표준화 전략을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맥을 같이하는 중소․중견기업과의 표준화 지원 매치업 정책도 펴고 있다. 이는 “중소·중견 기업이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표준화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해 국제표준 선점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기업과 국제표준 컨설턴트를 1대1로 짝지어 기업의 국제표준화를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란 설명이다. 또 ‘국제표준 컨설턴트’는 해당 기업의 보유 기술의 국제표준 제안에서부터 제정까지의 전 과정을 전담 지원한다고 전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4일에도 국표원은 자율주행기술의 표준화를 주도한다는 취지로 자율주행 분야의 국제 표준개발 기관인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표원에 따르면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는 86개국 20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자동차·항공분야 기술 및 표준개발기관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한-미 표준개발 기관이 자율차 표준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술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란 설명이다.

이를 통해 두 기관은 ▲표준개발 기관이 보유한 표준의 공동 활용 지원 ▲공통 관심분야에 대한 표준 및 간행물 개발 ▲공동 워크샵, 세미나, 협력 프로그램 시행 등에 상호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즉 표준화 협력체계를 통해 국내 전문가들이 SAE 표준 제정과 개정 작업에 참여하고,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기술협력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른바 ‘사실상 표준화 활동 지원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말 그대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s) 기술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비록 ISO, IEC, ITU 등과 같은 공적 표준화기구는 아니지만, 국제적인 시장 영향력이 있는 각 영역별 민간 기관, 예를 들어 ASTM, IEEE, 3GPP 등이 제정한 표준을 일컫는다. 이들 은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첨단기술 분야 국제표준으로서, 이를 선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세계 주요국들도 자국 기술이 국제표준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시장 기반의 민간주도 표준화 활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산업 분야별 표준기구들 역시 민간기구가 9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국제표준화에서의 중국 견제와 표준화 지원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독일국가표준전략 백서인 ‘독일 표준화 로드맵-Industry 4.0, version 2.0’을 통해 ‘표준화에 의한 플랫폼 선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표준화 계획인 이른바 ‘중국표준 2035’을 통해 농업에서 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산업 분야의 표준화를 아우르고 있다. 그 중 핵심은 ‘차세대 정보 기술 및 생명 공학 표준 시스템’ 수립이다. 이는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의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의 표준화를 망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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