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노조반발에 아마존 궁여지책…택배기사, AI비서 휴대, 배달 나서게
AI기술까지 동원, 불만높은 기사들과 노조 회유, “그러나 여전히 불만 팽배”
한국처럼 과로 속 중노동, “높은 이직률과 구인난 고민끝 내놓은 아이디어”

(사진=아마존)
(사진=아마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택배 기사들도 늘 과로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 최대의 물류․택배 기업인 아마존은 최근 자사 노동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AI 비서인 ‘알렉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만약 물건을 전달받는 고객이 AI비서 알렉사에게 “택배 기사님 고마워요”라고 말하면 그에게 소포를 배달한 기사에게 5달러를 포상금으로 준다는 아이디어다.

앞서 아마존에는 택배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노사 간에 분쟁이 이어졌다. 그 결과 시간 당 1달러의 수당을 더 주기로 합의하긴 했지만, 노동조건에 대한 기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국내 택배 기업인 쿠팡이나 CJ 등을 연상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국내와 다른 것은 미국에선 현재 화물트럭기사나 택배 기사 등 고된 노동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에선 구인난을 겪고 있다.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없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아마존으로서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택배기사가 알렉사를 휴대하고 배달에 나서게 하며,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한편으론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를 홍보하는 효과도 내심 노린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는 또 하나의 마케팅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일부 아마존 택배기사들은 휴가철 주문량이 많아 “내 인생이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그 만큼 불만이 팽배했던 것이다. 이에 앞으로 기사들은 고객이 “알렉사, 기사님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5달러의 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술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이같은 아이디어는 아마존이 창사 이래 150억 개의 소포를 배달한 것을 기념하는 이벤트로 시작되었다. 알렉사를 통해 감사 인사를 받은 기사가 5달러를 받는가 하면, 가장 많은 감사 인사를 고객으로부터 받은 5명의 기사를 별도로 선정해 1인당 1만 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그들이 선택한 자선단체에도 별도로 1만 달러를 기부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이벤트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약 510만 달러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테크크런치’는 “반면에 아마존은 작년에 반(反)노조 컨설턴트들에게 43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며 밝혔다.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쓴 비용도 이번 보너스와 비슷한 수준인 점을 비꼰 것이다.

사실 한국의 택배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아마존 기사들 또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마존의 택배 자회사인 ‘아마존 플렉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 기사들은 시간당 18달러에서 25달러 사이를 버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 플렉스를 통해 계약한 운전자들은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자신의 시간에 맞춰 배달을 하는 긱(gig, 임시직) 노동자들이다. 아마존은 이와 별도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배달서비스 파트너(DSP)를 통해 기사들을 모집, 계약한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분석 전문 ‘VICE’ 보고서에 따르면 휴가철이 되면 배달 기사들이 밤늦게까지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한 상황이다. 어떤 운전자들은 밤에 배달을 할 때 총을 맞을 뻔했다고 한 반면, 다른 운전자들은 배달을 더 빨리 하기 위해 안전벨트도 풀고 운전했다. 심지어는 회사측이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찾지못한 나머지 유리병에 소변을 누는 사례도 흔하다. 실제로 지난 10월에는 한 기사가 배달 중에 여러 마리의 개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도 생겼다. 특히 심야 배달이 이들에겐 더욱 위험하다.

그래서 아마존은 비록 시간당 약 1달러씩 수당을 늘리는 등 회유책을 쓰고 있지만, 애초 5달러를 요구했던 기사들과 노동조합들은 여전히 불만이 높다. 더욱이 2024년경이면 미국 내에선 높은 이직률로 인해 택배나 배달업종에 종사할 인력들이 창고 근로자들이 고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더욱 초조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알렉사 인사말’과 5달러 이벤트는 이런 목전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궁여지책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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