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의 진실올해 복권판매액이 코로나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심지어 지난 11월에 복권위원회에서 올해 판매액을 1,054억원 추가로 승인해 어려운 경기를 틈탄 사행성조작을 정부가 앞장선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민생활에 깊게 침투한 복권을 구매자 입장에서 복권의 구조적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구입하고 있는지와 복권 판매가 국민생활 및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복권(Lottery,福券)은 돈으로 표를 구입하고, 당첨조건에 맞으면 해당 당첨금을 구입자에게 주는 방식의 게임이다. 표를 구입하는 방식에 따라 즉석식과 추첨식으로 구분된다. 즉석식은 구입즉석에서 숨겨진 숫자를 긁거나 다른 방식으로 알아내어 당첨여부를 알 수 있고, 추첨식은 구입한 순간에는 당첨여부를 알 수 없고,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방법에 의해서 당첨여부를 알 수 있다. 로또처럼 숫자가 적힌 공을 기계에 넣고 뽑아서 추첨을 하기도하고, 숫자가 적힌 회전판에 화살을 쏘는 방식으로 추첨을 하기도 한다.
그럼 누가, 왜 복권이라는 경제이론에도 맞지 않는 경제제도를 운영하는가의 문제다. 합리적인 경제제도는 위험을 제거해야 하는데, 복권은 없는 위험을 만들어 손해가능성을 스스로 부담하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행산업(射倖産業)이다.
복권사업 주체는 종류에 따라 여러 기관으로 분류되지만, 궁극적으로 국가사업이며, 목적은 공공이익증진을 위한 기금 마련이다. 또는 생활 속 건전 오락으로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복권사업은 국가가 주도하는 사업이며, 기획재정부 산하 복권위원회에서 판매액, 사업별 비율, 기금용도, 금액 등을 종합 관리한다. 당연 세금으로 충당해야할 부분인데, 복권이 필요해서 기금을 만든 것 인지, 기금이 필요해서 복권을 만든 것인지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 복권의 수익구조는 총 판매액 기준으로 당첨금, 기금, 사업비로 구분된다. 당첨금은 총 판매액의 약50%, 기금적립금이 42%, 사업비로 8%이다. 복권 구매자 입장에서 구입가격의 50%만 당첨금으로 받을 수 있는 확률인 셈이다. 즉, 1000원짜리 로또는 구입 후 당첨금으로 되돌려 받을 평균가치가 500원이 되고, 420원은 기금에 사용되며, 80원은 인쇄나, 가게 운영의 사업비가 되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 발행되는 모든 복권 전체를 구입했을 경우, 당첨금은 전체금액이 50% 이므로, 50%의 손실이 발생한다. 포커나 화투 도박 같은 제로섬(zero sum game)이 아닌 것에 주목해야 한다.
복권의 수리적 기초는 확률과 조합이다. 로또 복권 1등 당첨될 확률은 45개 숫자 중 6개를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8백14만5천분의1이다. 미국 켈리포니아주 로또는 49개 숫자 중 6개를 맞추는 구조라 1천4백만분의 1이다. 각 사업주체마다 숫자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확률과 당첨금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상대적 당첨확률이 높지만 당첨금이 적다. 하지만 매주 8백만분의1의 확률에 인생을 걸고, 또 한주를 기다리는 우리 서민 복권중독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복권은 확률 게임이다. 확률은 지나간 과거와 관련이 없이 항상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한다. 지나간 과거 데이터는 지금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복권에 중독된 사람들 중에는 오랫동안 당첨되지 않는 숫자를 고르는 사람들, 계속 낙첨될수록 8백만분의1에 확률에 가까워진다는 허황에 빠져서 계속 복권에 인생을 거는 사람이 있다. 통제의 환상에 빠져 복권의 결과를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안타깝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판매명당을 찾아다니면서 줄서서 복권을 구입하고, 좋은 꿈을 꾸었다고 복권을 구입하는 것이 재미를 떠나 정도가 심해지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최근 AI를 이용해 역대 당첨번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산출된 번호를 수치화하여 당첨율을 높여준다는 유료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꿈속에서 나온 단어들을 입력하면 그것을 근거로 당첨번호를 추출해주는 유료 앱도 많이 출시되어있다. 이러한 주술적인 내용에 현혹되는 일이 없어야겠다. 복권의 수학적 확률은 주술로 변하는것도 아니며, 종속적인 것도 아니다.
복권의 특성을 몇 가지 보면, 복권의 판매 장소는 큰 대로변 보다는 골목길이 잘 팔리고, 잘사는 부유한 동네 가게보다는 상대적 못 사는 골목길 지역 가게가 잘 팔리며, 소득이 높은 층 보다는 소득이 낮은 층이 구매량이 많고, 학력에서도 다른 경제제도와 비교할 때 고학력층보다는 상대적 저학력 층이 선호하고, 여자보다는 남자의 구매 비율이 높으며, 처음 구매보다 재 구매 비율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구매동기가 단순한 즐거움과 기부보다는 금전적 이득과 당첨에 대한 경제적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즉, 재미로 구입하는 것 보다 생계의 간절함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이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사회적, 경제적 취약층이 경제적 어려움을 성실한 근로 없이 한 번에 해결하기위해 자주 복권을 산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기초아래 복권제도의 합리적인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복권사업 연도별 판매액은 2017년 4조2천억원, 2020년 5조4천억원, 2021년 5조9천억원, 2022년 6조5천억원이다. 올해는 지난 11월에 연초계획보다 1천억원 넘게 변경 승인했다. 이는 전년대비 8.7% 늘어난 것이며, 2017년 대비 54.7%늘었다.
최근 5년간 경제성장률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복권 발행규모가 확대 되었다. 코로나 경기침체와 실업률증가에도 불구하고 복권발행액이 급증한 것은 어려워진 경제를 극복하기위해 “한탕주의”가 기승을 부리는데 정부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국가에서 허락한 사행사업은 복권, 카지노, 경마이다. 사행산업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가에서 엄격히 통제, 관리를 한다. 역사적으로 도박 때문에 망한 국가도 있었다. 그만큼 사행산업은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며, 국민들이 성실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의욕과 깊은 관계가 있다. 투기와 한탕주의가 성행하게 되고, 도박중독과 범죄가 성행하게 되면 국가발전과 안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실업자와 서민들이 대박의 꿈을 좇아 인생역전의 환상을 안고 대박을 위하여 배팅하는 돈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기도 하며, 회사 공금을 유용하여 직장을 잃는가 하면, 복권이나 도박에서 많은 돈을 딴 사람조차도 쉽게 얻은 재물을 지키지 못해 결국 불행하게 생을 마치는 일을 사례를 통해 많이 볼 수 있다.
도박과 투기와 복권이 성행하는 사회는 건전하지 못한 사회이다. 일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회다. 최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작된 유동성 증가와 그로 인한 자산 가격상승, 과도한 부채 누적, 금리인상 등으로 앞뒤가 꽉 막힌 상황이 되었다. 특히, 영끌족에게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경제의 불안까지 더해져 자포자기하는 마음에 사행성 게임에 빠져 들까봐 불안하다. 해마다 복권 판매액이 증가하는 것이 이에 대한 시그널이다. 부동산, 증권, 코인이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되었다. 투자의 의미를 잃은지 오래다. 요행을 바라는 투기의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정부는 좀 더 섬세하게 이러한 사실에 근거해 탄력 있는 판매조절과 책임 있는 규제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애플경제 이종광 숭실대 겸임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