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생활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의 실태를 인식해보고, 그 피해와 리스크가 무엇인지, 인공지능이 어떤 해결책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도덕적 해이(위태)(Moral Hazard)의 일반적 개념은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과 의무를 소홀이 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고도 사회적 책임감이나 도덕적 반성을 하지 않는 태도 또는 그런 상태를 저지르는 행위이며,

경제학에서 개념은 경제활동을 하는 거래 당사자중 한쪽이 상대를 완벽하게 감시, 통제할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이 존재할 경우 정보를 가진 쪽이 정보를 가지지 못한 쪽에 손해되는 행동을 하는 현상으로 정의 된다.

노벨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위험을 동반하는 사업의 시행주체와 위험 발생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을 모럴 해저드로 규정했다

1960년대 이후 경제학자들은 위험에 대한 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위험 발생에 따른 비용이 위험행위 주체가 아닌 제3자에게 전가될 때 발생하는 비효율(inefficiency)”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경제학에서 제기된 이론이지만 지금은 금융시장, 노동시장, 정부정책, 전문경영인 대리인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패한 정책이든, 도산한 기업이든, 공직자 비리문제든 모든 실패 뒤에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되었다. 그만큼 도덕적 해이문제가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구분되어야 할 개념이 있다. 도덕적 해이와 위법행위이다. 도덕적 해이가 위법행위의 일부분이지만 개념은 구분되어야 한다. 보험금 보상을 받기위해 살인을 하고, 자동차 사고를 고의로 내고, 금융권 채무를 면제 받기위해 서류를 위조하고, 홀인원 보험금을 수령하기위해 캐디와 짜고 서류를 위조하는 것은 위법한 범죄행위이다.

이 이론이 체계화된 유래는 18세기 영국 해상보험 시장에서 사례다. 그 당시 영국은 세계 해상업의 중심지였으며, 해상업 특성상 자연환경에 따른 많은 위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위험을 해상보험에 의존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때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보험을 가입한 후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사고예방에 대한 주의정도가 낮아졌으며,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정도도 훨씬 낮아졌다. 심지어 사고를 고의로 일으키기도 했다. 보장된 손해를 보험에서 보상을 해주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것이다. 그 결과 보험료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게 되었고, 많은 보험사가 도산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 획기적인 보험제도 개선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모럴해저드 원인은 일반적으로 양심불량, 욕심, 도덕성 결여 등으로 들 수 있지만,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학적 측면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경제주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원인이다. 거래당사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동일하게 대칭이 되어 그 정보를 활용하여 어느 쪽이든 감시와 통제를 통해 비도덕적인 행위를 못하게 하도록 시스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거래에서는 상대방의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예를 들면, 은행에 대출을 하려고하면 채무자의 많은 정보를 묻기도 하고, 증명서를 제출하기를 요구한다. 보험가입도 마찬가지다. 사고이력, 직업, 나이, 학력, 재산 등 많은 정보를 요구한다. 특히 보험은 계약 후 발생하는 손해에 따른 보상이기 때문에 계약자의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모럴해저드를 감시, 통제를 위해 정보가 중요한 경제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험업종에서 늘 모럴해저드가 문제되고 있다.

 

보험은 여러 사람이 적은 금액으로 보험료를 지불하고, 손해를 본 소수에게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므로, 도덕적 해이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수록 가입자 전체에게 보험료가 높아지는 영향을 준다. 대표적으로 해당되는 자동차보험, 실비보험에서 도덕적해이로 보험료가 예측보다 매년 상승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영향이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예를 들면, 보험가입자는 진료 후 병원비와 처방한 약값의 일부를 자기부담금으로 하고, 나머지는 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설계이다. 그 비율이 어떻게 되었던 적정여부를 진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생활에 일어나는 현실에 비추에 보면, 보험의 영향으로 병원을 놀이터처럼 자주 다니기도 하고, 집집마다 약봉지가 수북이 쌓여있다.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심하다.

건강보험 관련 도덕적 해이 사례를 수리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행위의 효용가치 기준으로 볼 때, 보험가입 이후 의료기관의 방문은 가입 이전보다 훨씬 늘어나고, 그 효용가치는 줄어 사회적 비용지출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보험금 지급액은 늘어나고 그 비용자체가 모든 보험 가입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실비보험 역시 도덕적 해이로 인해 수지균형이 무너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의사는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실비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료를 달리하는 것이다. 보험가입자에게는 더 비싼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나라마다 운영 방식이 많이 차이가 나게 운영되고 있다. 건강보험도 근본적으로는 보험이기 때문에 보험이론에 적합한 제도가 되어야 한다. 보험은 주체가 가진 리스크 전가(tranfer) 방법으로 위험을 보험회사에 넘기는 구조다.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 중에 회피, 분산, 결합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험은 위험의 빈도(frequency)가 낮고, 심도(Severity)가 깊은 손해를 관리하는 방법에 해당된다. 다시 말하면, 일상생활에서 겪는 여러 위험 중에 드물게 일어나지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큰 손해에 대비한 재무적 대응 기법이다. 여기서 큰 손해에 주목해보자. 건강에서 큰 손해란 돈이 없어서 진료를 못 받을 정도의 그런 위험이다. 큰 수술이나, 희귀병, 사고에 따른 치료 등이 큰 손해에 해당된다.

빈도도 마찬가지다. 자주 일어나는 작은 손해는 다른 방법의 리스크 관리가 적합하다. 이론적으로 보면, 지금처럼 감기환자, 통증환자, 일상 조그만 소액 진료비에 대하여는 보장을 줄이고, 큰 손해 해당자에게 보장을 늘리는 것이 맞는 구조다. 동일한 액의 기금이 소요되는 것을 가정한다면, 큰 손해와 작은 손해의 보장을 달리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도덕적해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필요 없이 병원을 가지 않을 것이며, 필요 없이 약을 타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도덕적 해이의 주체는 의료행위 효용에 무관하게 병원을 자주 찾는 환자, 실비보험 가입여부에 따라 진료를 차별하는 의사, 건강보험의 문제점을 알면서 의료업계, 제약업계의 포풀리즘 때문에 개선을 못하는 정치인과 관료들 모두 해당된다.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모럴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입사지원자의 여러 가지 정보를 요구한다. 회사입사 후 직원이 되면 직무를 태만하거나, 기대만큼 능력이 없거나, 불성실하거나 하는 모럴해저드를 미리 예방하기위하여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다. 이것이 출신학교, 성적, 자격증, 가정환경, 자기소개서 같은 것이다. 만약 기업입장에서 노동시장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취득하여 채용에 활용했지만, 취업희망자 누군가가 회사의 채용정보를 미리 알고 선제적 대응해서 합격을 했다면 오히려 정보의 비대칭으로 지원자에게 회사는 역 선택을 당한 모양이 된다.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도 도덕적 해이의 한 형태이다. 지주(주인)와 소작인(대리인) 사이의 계약에 있어서 일정량의 수확은 소작인이 가지고 그 이상의 수확은 지주가 가진다고 하자. 지주는 소작인이 일하는 것을 늘 감독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 경우의 정보비대칭이다. 이러한 계약 하에서는 소작인은 수확량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몫을 생산할 만큼만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다. 소작인이 열심히 일해서 많은 수확해도 계약된 자신의 몫 이상은 지주가 다 가져가서 노력에 대한 대가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수확량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하는 도덕적해이다.

기업 경영에서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에서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데, 대리인인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경영 의사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경영인의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위해 인센티브제도, 주식옵션이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도덕적 해이를 극복한다.

경제학에서 도덕적 해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감시(monitoring)와 동기유발 등이 있다. 첫 번째, 감시는 직접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는 타율적인 방법이다. 거래 상대방이 도덕적 해이를 못하도록 감시하고, 점검하기 위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다. 공동시설 사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자 계량기를 설치하고, 화재보험 가입자의 화재예방을 위해 시설을 점검하고, 사용자에 대하여 안전 교육하는 것, 기업경영의 경우 사외이사 선임, 정기적인 회계 감사 등이 해당된다.

두 번째, 동기유발은 정보비대칭은 해소되지 않으나 경제주체 스스로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도록 노력하게 하는 자율적인 방법이다. , 공동체의 이익에 공헌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피해를 주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이나 의료보험 등에서 손해액의 일부를 보험가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공동보험제도가 동기유발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공동보험제도 뿐만 아니라 경험요율제도도 사용하는데 이것은 과거에 사고경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는 제도이다. 보험요율을 사고 경험에 따라 차등 적용하면 안전운행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모럴해저드의 일종인 보험사기 규모는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보험회사들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하여 보험금 산정이나 보험사기 예측과 같이 지금껏 사람의 직관, 경험에 의존했던 업무를 차츰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과 공유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가입자와 모집인, 의료기관과 보험계약, 사고 정보 등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학습한 뒤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대상을 찾아냄으로써 보험사기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면 패턴을 분석해 사기 여부를 판단하며, 피보험자와 공모 의심자를 연계 분석함으로써 조직화된 보험사기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험 소비자 정보를 빅데이테 분석하여 모럴해저드를 획기적으로 줄이고자 시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와 모럴해저드는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인지 예측해보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분명 취득하는 정보의 양과 가공방법에서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앞설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각 분야별 빅 데이터를 정보화하여 감시, 통제 체제가 갖추어지면 우리사회 만연한 모럴 해저드가 줄어들길 기대한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인공지능의 윤리문제 이다. 데이터를 놓고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도 비윤리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윤리규범을 정하는 문제도 대두되었다. 인공지능의 효율성 측면만 치우치면 인간의 윤리성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의 수준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물 불 안 가리는 인간처럼 비양심, 비도덕, 거짓까지 일삼는 수준은 안 되길 바란다. 윤리성, 인권, 인성, 정직성을 지키는 범위 내 에서 활용되길 바란다.

[애플경제 이종광 숭실대 겸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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