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디파이, NFT, DAO 등의 불공정거래행위 총체적 규율
기존 ‘특금법’보다 차원 높은 디지털자산거래 시장 규율의 ‘모법’격
“FTX사태나 루나-테라 사건 등 국내 발생 소지 원천 차단”

FTX 바하마 본사 이미지.(사진=뉴욕타임즈)
FTX 바하마 본사 이미지.(사진=뉴욕타임즈)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FTX사태는 국내 가상자산시장과 금융계 전반에도 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에 이런 디지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총괄적으로 관리, 규제하는 ‘디지털자산법’(가칭)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삼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추측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1만여 명의 피해자가 있고, 투자 원본이 사실상 어려운 피해액도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선 지난해 시행된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덕분에 FTX사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있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가 당국에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한 바람에 FTX 등 일부 외국 국적의 거래소들이 철수한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등을 통해 여전히 국내에서도 투자가 가능한 바람에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권의 적잖은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총체적인 규범으로서 ‘디지털자산거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도 암호화폐 시장을 비롯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NFT 등 디지털자산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율하는 8개의 제정안이 상정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 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디지털자산시장의 생리가 복잡하고 변수가 많고, 디지털자산거래에 대한 입법 참여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규제만 할게 아니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법안도 함께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맞물린 것도 한 원인이다. 이에 학계 일각에선 우선적으로 시장을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고, 투자자와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대목에 먼저 우선 순위를 두는 등 단계적이면서도, 속도감있는 제정을 촉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입법의 필요성과 입법안의 공통성 측면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입법되어야 할 부분이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 규제조항”이라며 “입법 필요성 측면에서 (우선 순위를) 고려할 때, 국내 디지털자산시장에서 규제공백이 가장 큰 부분이 불공정거래규제”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이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디지털자산시장은 복잡한 형태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고, 기술혁신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디파이 시장의 급속한 성장, NFT와 같은 새로운 상품의 출시, DAO(탈중앙화자율조직)와 같은 새로운 조직 형태의 발생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같은 그의 주장은 지난 5월의 루나-테라 사태가 계기가 되었지만, 최근의 FTX사태로 인해 한층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시장의 빠른 변화를 법규로 만들고, 완성도 높은 규제체계를 정립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이런 입법적 한계는 비단 디지털자산시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신기술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공통적인 현상이다. 특히 모든 경제 현상 가운데 가장 허점이 많은 분야가 디지털자산시장이며, 그 중에서도 규제공백이 가장 큰 부분이 불공정거래규제다. 현재 주요 디지털자산은 대부분 가상자산거래소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에 대해 상장관리의 일환으로 공시(백서 포함)제도를 운영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불공정거래가 일어날 경우는 공권력을 수반하기 때문에 자율규제의 형태로 불공정거래규제를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주요국들은 각기 나름의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규제에 관한 근거 법령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관련 근거 법령이 없다. 따라서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형법 또는 특정경제범죄법상의 사기죄를 적용하지만, 그나마 사기죄 구성요건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즉, “가해자의 기망행위나, 피해자의 착오와 처분행위에 관한 주관적ㆍ객관적 구성요건과 인과관계를 합리적 의심이 없는 수준에서 입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라-루나 사건의 주범 권도형씨는 “베팅에서 크게 잃었지만 사기를 친 것과는 다르다”고 말하며 자신이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당국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다. 할 수 없이 자본시장법상의 불공정거래금지 위반으로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그나마도 ‘루나’가 ‘증권’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없고, 범죄 혐의도 입증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별도의 디지털자산거래에 관한 불공정거래 규제조항이 반드시 명기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김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불공정거래규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디지털자산법의 세 가지 긍정적 효과를 나열하고 있다. 우선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강력한 사후적 제재 효과다. 또 디지털자산시장의 잠재적 범죄 동기를 꺾어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덕적 해이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나아가선 의무공시, 사업자규제, 자율규제, 스테이블코인 등에 관한 규제조항 정비도 추후 꼭 필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애플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