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권 기업, ‘BIM, MIS와 PMIS, RFID, 생체인식, 드론, 3D스캐너, 가상현실’ 등
31위권 이하, ‘엑셀 작업, ERP․PMIS 20% 미만, P3 등 특화 프로그램 거의 없어’
[애플경제 전윤미 기자]국내 건설업계에서도 ‘스마트 건설’ 기술을 두고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위권 이내의 업체와 31위권 바깥의 기업들 간의 격차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건설산업 디지털 전환은 대체로 ‘정보 디지털화’, ‘업무 디지털화’를 거쳐 ‘디지털 전환’을 완성한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애초 건설업계에선 이미 1990년대에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를 구현하기 위해서 건설정보를 디지털화하고 통합된 체계로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는 컴퓨터 기술의 한계에다, 프로세스와 단절된 시스템 구현 등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가 소프트웨어 간의 데이터 호환 기반을 제공하는 ‘윈도우’ 운영체계가 도입되면서 디지털화의 원초적 동기가 생겨났다. 이에 건설정보 시스템 간의 호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사 차원의 경영관리 시스템(MIS)이나 건설정보관리 시스템(PMIS) 개발이 이어지면서 통합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그 후 객체지향형 설계 시스템의 발전으로 3차원 설계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CIC의 궁극적인 목적이었던 설계와 시공의 통합은 BIM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설계 주체와 시공 주체 간의 단절된 업무 프로세스는 BIM의 통합적 활용에 장애요소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원은 “많은 건설기업들이 지식관리 시스템(KMS)을 구축하고 건설지식을 데이터베이스화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으나 성공적인 사례가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스마트 건설’ 도입 수준에 따라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종합건설업체의 경우 30위권까지는 디지털화 수준이 비슷하며, 31위권 이하에서는 그 보다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1~10위권 기업은 BIM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고, MIS와 PMIS를 보유하고 있으며, RFID, 생체인식 기술, 드론, 3D 스캐너, 스마트 센서, 가상현실 등 스마트 건설기술들을 일부 적용하고 있다.
11~30위권 기업은 절반 정도의 업체가 BIM을 사용하고, PMIS는 보유하지 않은 업체가 다수였으며, 스마트 건설기술도 일부 사용하는 업체도 있다. 31위권 이하 기업은 전체 업무의 70%를 엑셀 등 범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ERP나 PMIS 등을 사용하는 비율은 20%에 못미치고, P3 등 업무에 특화된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구원은 “‘정보 디지털화’는 기존 아날로그 자료와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종이 위주의 도면을 CAD로 디지털화하는 ‘단순 디지털화’ 단계에 이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이 도면의 형상뿐만 아니라, 구현하고자 하는 시설물의 정보까지 담아내는 ‘분석 가능 디지털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인 ‘업무 디지털화’는 자료나 정보를 디지털화함에 따라 기존의 업무 체계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업무 범위와 조직, 프로세스가 적용되는 단계다. “업무를 통합하는 디지털화된 시스템이 도입되면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프로세스들이 제거되고 가장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를 통한 업무 혁신이 이에 해당한다”는 연구원의 얘기다. 세 번째 단계인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화를 통해서 기존 사업 영역을 벗어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즉, 디지털화의 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1~10위권의 기업들은 이 정도 수준을 달성하거나,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특히 디지털화의 조건으로 ‘현장’을 ‘공장화’하는 택트(tact)공법을 그 사례로 들었다. 즉, 부자재나 부품의 공장 생산을 통해 현장 작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적용한 OSC(Off-Site Construction) 방법론을 핵심으로 한 택트공법은 “건설현장의 작업 프로세스를 규격화함으로써 건설현장을 통제된 제조공장의 작업 여건처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건설공사에서 조적공사, 방수공사, 타일공사 등의 공종들이 층마다 환경이 다르고, 각 작업들의 소요 시간이 다르다.
이에 ‘디지털화’를 위해 각 공종들의 작업 시간을 동일하게 함으로써 각 층에서 진행되는 작업 여건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도 그 전제 조건이다. 연구원은 또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공법, precast concrete)’를 예로 들었다. 즉, 벽과 바닥 등을 구성하는 콘크리트 부재를 미리 운반 가능한 모양과 크기로 공장에서 만든 다음, 건설현장에서는 설치 작업만으로 공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연구원은 “디지털 전환의 각 단계에 맞추어 건설정보를 표준화하고 업무를 체계화하고, 기업별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출할 수 있어야만 ‘스마트 건설’ 기술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