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남편 관련 가짜 뉴스, 트위터 링크, “본인의 정치적 의도 반영?”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비판 트위터글에 본인 입맛 맞는 ‘가짜 뉴스’로 대응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주 금요일(현지 시각)공식적으로 트위터를 소유할 것임을 선언, 사실상 트위터의 새 주인이 된지 얼마 안돼 그의 정치적 성향이 이젠 문제가 되고 있다. 거의 모든 현지 언론들은 이날 “당초 합의된 인수금액 440억 달러 즉 주당 54.20달러로 (인수가) 마무리됐다.”고 제각기 다양한 분석 내지 전망기사를 내보내기에 바빴다. 그러나 정작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있은 민주당 출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자택 침입사건에 대한 그의 시각과 태도였다.
머스크는 30일(현지 시각)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에 대한 공격에 대한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한 링크를 트위터에 올렸다. 이는 그렇잖아도 머스크가 앞으로 트위터 사용자들이 허위정보나 혐오 발언을 올려도 묵인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를 재확인시키는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AP통신은 “‘머스크의 트윗’은 이제 근거없는 음모론으로 연결되며 첫발을 떼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보다 조금 앞서 머스크의 트윗은 “힐러리 클린턴이 9월 11일 사망했다”는 캘리포니아의 뉴스 전문 웹사이트 산타모니카 옵서버의 기사를 링크하기도 했다. 이 사이트는 가짜 뉴스로 악명높다. 결국 이 트윗은 삭제되긴 했지만, 앞으로 트위터의 게이트키핑 정책을 엿보게 하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산타모니카 옵서버는 “(낸시 펠로시의) 남편인 폴 펠로시의 사생활(혹은 스캔들) 때문에 지난 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부부의 자택에 괴한이 침입해 공격한 것”이라며 근거 없는 주장을 보도했다. 이에 힐러리 클린턴이 나서 트위터를 통해 “그 동안 공화당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부부에 대해) 증오에 가득찬 정신나간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런 결과가 ‘폭력’으로 비화된 것은 충격적이긴 하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같은 클린터의 트윗이 공개된 직후 산타모니카 옵서버 기사를 링크하며, “이번 사건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힐러리 클린턴의 트윗을 사실상 반박하는 것이며, 그 자신부터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트윗을 통해 유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옵서버’는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장 유력한 언론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전형적인 가짜 뉴스 매체”라고 낙인찍은 곳이다. 머스크는 그런 매체를 인용하며 트위터에까지 링크시킴으로써 그의 정치적 성향을 의심받고 있다.
앞서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지난주 금요일 새벽 데이비드 드페이(42)가 펠로시 가족의 퍼시픽 하이츠 자택에 침입해 “낸시는 어디 있느냐”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리며, 남편 폴 펠로시와 대치했다고 밝혔다. 드페이프는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폴 펠로시를 망치로 한 번 이상 타격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살인미수, 노인학대, 강도혐의로 체포되었다. 미국 검찰은 그를 31일 기소할 계획이며 다음날엔 공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공격이 “의도적”인 것으로 무작위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범행 동기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그로 인해 온갖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가 사이비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소식을 자신이 인수하기로 확정된 트위터와 연결시킨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반민주, 친공화당’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검증 여부와 무관하게 선정적인 가짜 뉴스나 정보를 무분별하게 전달하며 상술로 이용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다.
앞서 트위터의 안전·청렴 책임자인 요엘 로스(Yoel Roth)는 트위터를 통해 “‘비방’과 ‘혐오스러운 행위’에 대한 회사 차원의 체계적인 검증과 여과 기능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런 발언이 나온지 하루 만에 힐러리 클린턴과 머스크 간에 사실상의 트위터 공방전이 벌어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한 직후,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위터가 이제 얼마만큼 정보 필터링 정책을 펼 것인가”를 보기 위해 인종차별적 비방이나,“트럼프가 이겼다”와 같은 가짜 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머스크 스스로 벌인 이런 행동은 앞으로 트위터의 정치적 중립이나, 정보의 투명성, 객관성에 대한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머스크 자신은 금요일 트위터를 위한 ‘콘텐츠 중재 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광고주들에게는 웹사이트가 ‘모든 저질의 정보를 위한 공짜 마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또한 자신을 “절대적인 언론의 자유를 숭배하는 자”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처사에 일부 주요 광고주들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광고주 중 하나인 제너럴 모터스는 “머스크가 이끄는 트위터가 정보 검증과 감시 체제를 갖출때까지” 트위터에서 광고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머스크를 불신하는 분위기다. 미네소타주 민주당 출신인 에이미 클로부차 의원은 NBC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머스크가 트위터를 운영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펠로시 의장 자택에 대한 공격 용의자인 드파페가 온라인에선 반유대주의 공격과 온갖 음모론을 배포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를 막기 위해선 트위커가 상당한 수준의 ‘콘텐츠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못 믿겠다"고 했다.
한편 머스크는 은행들로부터 125억 달러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 등 투자자들로부터 71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을 수 있어 트위터 최종 인수에 성공했다. 그가 그 동안 외부 투자자들과 어떤 우여곡절의 협상을 벌였고, 테슬라 주식 중 얼마를 팔아 (모자라는 투자 부분 등) 나머지를 메워야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 금요일 오후 5시까지 거래를 성사시키거나, 아니면 법정으로 향해야 했다. 그래서 ‘매셔블’ 등 기술매체와 ‘NYT’ 등 유력언론들 모두가 “머스크가 델라웨어 대법원에서 거래를 완료하도록 강요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식으로 보도를 이어갔다.. 이는 상당한 수준에서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해진다. 머스크는 인수협상이 진행되는 내내, “개인적으로 트위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스팸의 양이 지나치게 많고, 편집 버튼과 같은 특정 기능이 부족하며, 플랫폼의 콘텐츠 조절 정책이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런 머스크가 정작 자신의 정치적 의도에 맞는 가짜뉴스까지 끌어다 노출시킴으로써 본래의 그런 인수 동기를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