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사태’ 파운드화 대신 비트코인 거래량․가격 폭등, “최고 안전자산”
로이터, “선진국 통화 대비 이런 폭등은 처음…새로운 ‘암호우주’ 등장”
“법정화폐 불안할 경우, ‘하드캡․청렴성․분산형’ 암호화폐 가치 재발견”

(사진=로이터 통신)
(사진=로이터 통신)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한때 파운드화 폭락은 비트코인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을 끈다.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의 파격적인 감세 정책으로 영국 파운드화가 폭락했던 시점에 투자자들 간에는 ‘비트코인으로의 탈출’에 비유되는 대규모 비트코인 헤지 사태가 벌어졌다. 그 바람에 비트코인은 한때 거래량이 전월 대비 최고 233%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초월적 우주’(메타버스)에 빗댄 ‘암호(화폐)우주’(Cryptoverse)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그 나라 통화를 비트코인으로 헤지하기 시작할 정도면, 그것이(통화가) 얼마나 골칫거리이길래 그런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 9월 23일 금융시장을 공포로 채우며 파격적인 감세안을 담은 초미니 예산을 내놓은 후, 일부 투자자들은 파운드화를 떠나 암호화폐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당시 리서치 업체 크립토컴페어 자료에 의하면 9월 비트코인과 파운드 간 거래량(헤지로 인한 거래)은 전월 대비 전반적으로 233% 급증했고, 파운화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급락한 유로화와 암호화폐의 거래량도 68%나 급증했다. 이를 두고 벤처투자기업인 티르캐피털 관계자는 “선진국 통화 대비 (비트코인) 물량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시장 데이터 회사인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파운드화가 달러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월요일은 상항이 더욱 심각했다. 이날 파운드와 비트코인 간의 거래량이 하루 최고치인 8억4600만 파운드(9억55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연중 최저치에 가까운 반면,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미국채권의 변동성은 ‘미국채권옵션 변동성 추정지수’가 가장 높았던 지난 2020년 3월보다 더 높이 치솟았다. 비트코인에 비해 변동성이 더 클 만큼 투자가치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리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미국 국채는 비트코인과 동등하거나 더 변동성이 컸다. 파운드화 폭락 이전인 9월 초 비트코인 변동성은 채권 대비 65 대 31, 즉 채권보다 2배 이상 컸다. 그러나 역시 ‘변동성 추정지수’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미국 10년 만기 채권은 현재 서로 비슷한 21 안팎을 맴돌고 있다.

비트코인은 본래 태생이 그렇듯이, 통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임시 변통의 대안 정도로 의미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법정 통화에 대한 규제와 보호책으로 인해 그런 ‘신화’가 희석되고 있다. 급기야는 암호화폐 시장 자체가 극심한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트러스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은 다시 헤지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대거 베팅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파운드화는 연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즉 법정화폐가 폭락하거나 압박을 받을 때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에 뛰어들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 보다 더한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소액 투자자들이 금이나 채권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즉 안전자산이어서가 아니라, 신속하고 치고빠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IDX 디지털 에셋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벤 맥밀런은 그래서 “비트코인은 본래 ‘위기에서 벗어나는’ 자산, 혹은 ‘안전으로의 도피’ 수단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일부 자본 시장 참가자들은 “파운드화의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변동으로 인한 차익거래에 정통한 거래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나마 트러스가 사임하고, 영국 정부가 재정 계획을 번복한 후 파운드화가 강세를 회복하면서 비트코인과 파운드화 사이의 거래량은 이제 미니 예산을 편성하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암호화폐 시장 관측통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9월 급등은 주류 금융 이외의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지속적인 매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트코인의 ‘매력’과 장점을 다시금 인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코인셰어스’의 일부 연구원들은 “파운드에서 비트코인으로의 대규모 유출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해석했다. 즉,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본래 투명성을 위한 하드캡, 청렴성, 분산형이 특징”이라며 “투자자들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지원하는 통화가 불안할 경우 그 대안으로 이런 암호화폐를 보유하는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새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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