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전사적 역량 투입 메타버스 사업, 불투명하고 기대 못미쳐” 진단
"가상 현실 게임 ‘호라이즌 월즈(Horizon Worlds)’ 시장 반응 싸늘해"
‘퀘스트2’ 호조 불구, 틱톡 견제와 애플OS 개인정보보호 변경으로 고전

(사진=AFP. Getty Image)
(사진=AFP. Getty Image)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페이스북’에서 ‘메타’로 상호까지 바꾼 메타가 정작 메타버스 사업에서 혼돈과 좌절, 내부 갈등을 겪으며 표류하고 있다고 10일 ‘뉴욕 타임즈’가 대서 특필해 관심을 끈다. 이 신문은 ‘회의론, 혼란, 좌절 :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투쟁의 내면’이란 제목을 단 장문의 기사에서 “(메타로 상호 변경한) 이후 1년 동안, 메타는 수십억 달러를 썼고 저커버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메타의 메타버스 노력은 평탄치 않은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가 나오기 전인 지난 주에도 저커버그는 “모든 신규고용을 중지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혀 메타의 경영사정이 녹록지않음을 짐작하게 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사의 메타버스 간판제품인 가상 현실 게임 ‘호라이즌 월즈(Horizon Worlds)’가 애초 기대에 못미치고, 최근엔 앱을 재조정하는 동안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중지하는 ‘품질 동결’ 조치를 취하는 등 시행착오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일부 메타 직원들은 “치밀한 계획이라기보다는 저주커버그의 변덕스런 의사결정에 회사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잦은 전략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즈’는 “나아가서 메타의 한 고위 임원도 회사가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헤프게 쓴 돈이 회사를 어렵게 만든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 신문은 12명 이상의 전·현직 메타 임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메타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돈과 갈등, 모순을 심층 취재, 보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메타는 수 일 내로 지금까지의 메타버스 사업 아이템들에 더해, 개발자 회의를 통해 새로운 VR 헤드셋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서 침체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활로 모색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틱톡’이 메타의 대표적인 양대 수익 모델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젊은 사용자들을 빼돌리고 있는가 하면,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의 개인 정보 보호를 변경하는 바람에 메타의 수십억 달러 어치 광고 수익이 날아가게 생겼다.

또한 메타의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60%나 폭락했다. 이는 메타가 보여준 갈짓자 행보에다, 투자자들이 메타버스란게 당장 가시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월 말, 메타는 거의 모든 신규 채용을 동결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저커버그는 직원들의 해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해 더욱 시장의 불안을 사고 있다.

저커버그가 조언을 구한 투자자 겸 메타버스 전문가 매튜 볼도 “2022년 메타사업이 직면한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라며 “메타버스 미래에 대한 비관론자들의 예측이 현재로선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뉴욕 타임즈’에 밝혔다. 실제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한때의 ‘반짝 유행’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파탄에 이르는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그러나 메타의 대변인 앤디 스톤은 “본사는 여전히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다”면서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냉소를 보내기는 쉽다. 사실 신기술을 실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컴퓨팅의 미래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우리는 꾸준히 밀고 나갈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뉴욕 타임즈’는 “그 동안 메타는 소비자용 V.R. 헤드셋인 ‘퀘스트 2’가 시장에서 호조를 보이며 1,500만 개 이상이 팔리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라고 했다. 즉, “미래 메타의 운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도구를 제공할 수 있느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메타버스 세계를 선점하고자 했던 메타의 야심은 그 결과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메타는 지난 2월 자사의 ‘Horizon Worlds’ 게임이 약 3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를 확보할 만큼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명 몇 달 전보다는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룬 29억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사용자와 비교하면 하잘 것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메타의 고민을 더하는 것은 미국 규제 당국이다. 당국은 앞서 메타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사들인 것처럼 사업 확장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려는 시도를 규제하고 있다. 지난 7월, 연방거래위원회는 유망한 V.R. 피트니스 앱의 제조업체인 인사이드를 메타가 인수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까지 제기했다. 메타는 이에 “현실과 법이 잘못됐다”며 이에 맞서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더욱이 메타버스에 대한 저커버그의 열정은 메타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가상 회의실 기능을 갖춘 메타의 ‘Horizon Workrooms’ 앱 안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열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많은 직원들은 아예 V.R. 헤드셋을 소유하지 않고 있거나, 아직 설정도 하지 않은 실정이다. 개중엔 관리자가 이런 상황을 알아채리는 바람에 마지못해 기기를 구입하고 등록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익명의 전문 소셜 네트워크인 ‘블라인드’가 메타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월 여론조사에서 전체의 58%만이 회사의 메타버스 전략을 이해한다고 답했다. 직원들은 또한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로 경영목표를 바꾸면서,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늘아나고, 사내 분위기도 무척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불평 또한 대단하다. 메타 내부에서는 일부 직원들이 농담으로 핵심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M.M.H'라고 부르는데, 이는 'Make Mark happy'(저커버그만의 자기 만족)의 약자라고 한다.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사업으로의 전환을 반대해온 또 다른 저명한 내부 인사 중엔 전직 임원인 존 카맥도 있다. 그는 유명한 게임 개발자이자 페이스북이 2014년에 약 20억 달러에 인수한 VR 회사인 오큘러스의 전 최고 기술 책임자다. 그는 메타에서 현재 임시직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카맥은 “메타의 메타버스 베팅 결과, 작년 A.R.과 V.R. 부서가 입주한 사업부에서 10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면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낭비되는 것을 생각하니 속이 메스꺼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메타버스의 개발은 대기업 관료주의와, 다양성이나 사생활에 대한 침해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회사 안팎의 비난과 압박이 커지자 저커버그는 메타 직원들에게 지난 후 단호한 메시지를 선포했다. 단적으로 말해 “(메타버스를 반대하면) 회사를 그만두든지, 아니면 적극 동참하든지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실 그는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아마도 회사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기대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열기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그리곤 정리해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뉴욕 타임즈’는 “이처럼 갑작스런 정리해고 가능성에 직면한 일부 메타 직원들은 일단 표면적으론 메타버스 사업에 새삼 관심과 열정을 갖는 분위기”라며 “사업팀들은 너도나도 ‘Horizon Workrooms’ 내 회의를 통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앞날은 암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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