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의 재판 2주 앞두고 “4월 계약 조건 그대로 인수” 깜짝 발표
“이번엔 인수 가능성 확실시” 예상, 트위터측도 받아들일 가능성 커
NYT 등 “트윗 새 주인 머스크, 2024년 美 대선 판도에 영향” 해석도
“트럼프 등 우파 인사 계정 복구…미국 보수정치의 후견인 부상” 전망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일론 머스크.(사진 가운데).(사진=로이터 통신)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일론 머스크.(사진 가운데).(사진=로이터 통신)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일론 머스크가 3일(한국 시간 4일) “트위터를 본래 계약대로 인수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주당 54.20달러(약 440억 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그대로 실행할 것이라고 이날 깜짝 발표했다. 트위터와의 재판을 2주 앞두고 나온 발표로 인해 지난 수 개월 간 트위터와 머스크 간에 벌어진 치열한 법적 다툼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고, 곧 머스크가 트위터의 새 주인이 될 가능성이 확실해졌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인수 차원을 넘어, 장차 머스크가 미국 보수 우익 진영은 물론, 국제 정치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트위터 인수를 재확약한 후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WSJ’, 그리고 AP,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연일 그에 관한 분석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외신은 그의 결정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 등을 보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특히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배경뿐 아니라, 그가 글로벌 소셜 미디어의 새 주인이 될 경우 달라질 상황을 심층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세계 최고의 부자’였던 그가 이젠 ‘미국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될, 세계 최고의 미디어 권력자’로 거듭날 것”이란 예상도 곁들이고 있다.

외신들은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경우, 그는 최고 경영자인 파라그 아그라왈을 비롯하여 기존 임원진을 대거 해고할 것이 확실해보인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수개월간 트위터측과 법적 분쟁을 벌이면서 시종 “트위터의 현재 리더십이 불만족스럽고, 비효율적이며 회사를 위한 비전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힐난했다. 또 도중에 트위터 인수 계약을 철회하는 명분으로 삼은 가짜 ‘봇’과 허위 계정들의 책임도 임원진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머스크가 인수할 경우 적잖은 트위터 직원들이 반발하거나, 대거 퇴사할 가능성도 클 것으로 전망했다. 트위터는 다른 소셜 미디어 플랫폼보다 비교적 진보적인 성향을 띤 직원들이 많다. 그 때문에 “이미 몰입해온 많은 프로젝트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머스크 정권’과 소동을 벌이느니, 그냥 다른 곳에서 일자리를 찾기 시작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일부 직원들은 머스크의 인수를 예상하고 이미 퇴사했다. 그리고 인수가 실제로 성사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머스크 또한 “회사의 조직과 인력이 비대해졌다”고 암시하고 있어, 이런 예측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변화는 트위터가 미국 보수 우익 진영의 성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뉴욕타임즈’는 “트럼프를 (트위터 계정을 살림으로써) 복귀시키고, 다가올 중간선거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선 미국과 국제정치의 강력한 ‘스타’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점치기도 했다. 이에 관해 가장 심층적인 분석 기사를 곁들이고 있는 ‘뉴욕타임즈’는 “그 상징적인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복귀”라고 운을 뗐다. 실제로 머스크 자신도 “인수를 하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허용할 것”이라고 줄곧 말해왔다.

나아가선 온갖 음모론과 혐오 발언, 다른 사용자들에 대한 음해와 모욕 등으로 계정을 정지당하거나, 퇴출된 사람들도 대거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즈’는 “이른바 ‘다수의 우익 문화 전사들’이 머스크의 축복으로 ‘예배’에 돌아올 수 있게 된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머스크 자신도 평소 문자 메시지에서 “스팸 계정을 제외한 모든 영구 트위터 금지 계정을 되돌리고 싶다”며 (보수 우익 인사들의) 무차별적 복귀를 시사하기도 했다.

평소 머스크 자신은 스스로를 ‘중도파’라고 자칭하곤 했다. 그러나 때로는 “‘깨어난 좌파’에 대항한 십자군 운동”을 시사하며, 트위터를 ‘우익 목소리를 위한 더 우호적인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그의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한때 특정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를 거명하며 유머섞인 ‘트랜스포비아’(동성애 혐오)를 드러내,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보수 풍자 사이트 ‘바빌론 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도 그의 본심을 엿보게 하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반복적으로 공유했다는 이유로 개인 트위터 계정이 정지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보인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다른 우익 논객들과 함께 그를 복귀시킬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다음 달 있을 미국 중간선거의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예상되기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중간선거 전에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트위터) 강단에 다시 오르거나, 정치 광고에 대한 현재의 규제나 제한이 크게 완화될 것이 확실해보인다. 그러나 정작 정치 평론가나 언론의 관심을 끄는 것은 2024년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다.

이에 관해 가장 깊이있는 전망과 분석을 가하고 있는 ‘뉴욕타임즈’는 “2024년 선거는 얘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리곤 이를 ‘2024 could be the Elon Election’라고 표현했다.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일론 머스크의 선거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이긴 하나, 미국 정치에 끼칠 머스크의 막강한 영향력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이 신문은 “그때까지, 거래가 성사된다면, 머스크는 자신의 (우파적) 성향에 맞게 트위터를 완전히 개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무제한의 우익 트롤이나, 허위정보, 극단주의가 한껏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문은 그래서 “트위터가 오늘날과 같은 역할을 미국 정치나 미디어 문화에서 유지한다면 그는 2024년 대통령 선거의 중심적이고 양극화된(양극화의 상징적) 인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 의회 공화당원들은 이같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재확약에 “흥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공화당 정치인들이 트위터에서 극단적인 입장을 내세우다간, 투표함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을 수도 있다”면서 “오히려 머스크의 트위터 소유가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 될 수도 있다”는 해석도 곁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대해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그가 훨씬 더 큰 유명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의 권력은 주로 그의 엄청난 부와 온라인 팔로워의 규모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서 시사나 경제문제 전반에 관해 부담없이 농담과 조롱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다르다”고 했다. 그 동안은 그가 개인적으로 1억 800만 명의 팔로워들을 거느리고 있다고 해도, 트위터 사측의 의지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트위터를 소유하게되면 다르다”는 얘기다.

즉 “세계에서 가장 큰 메가폰 중 하나를 머스크가 직접 통제할 수 있게 되고, 무법천지로 바꾸든, 자신의 정적에게 복수하든, 자신의 사업 모험을 홍보하든, 아니면 완전히 다른 일을 하든,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를 좋아하는 머스크의 성향을 고려할 때, 머스크는 2024년까지 끊임없는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즉, 어떤 움직임을 보이든 간에, 그는 실시간으로 대중의 감시와 평판의 그늘에서 미국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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