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카카오․네이버 등, 해외는 아마존․구글․애플․메타 등
방대한 데이터 독점으로 지배적 지위, 소비자선택권 억압
“데이터 공유, 소비자 데이터 주권 등으로 진입장벽 깨야”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시장에서 독점적이고 지배적 지위를 갖는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픈뱅킹이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와 같은 규제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이른바 ‘AGFA’(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페이스북)) 등 빅테크들의 금융계 진출이 활발하며, 국내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대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카카오 페이, 네이버 페이 등으로 대표되는 지급 기능과 대출, 예금 기능을 비롯하여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에 대해 “특히 지급 서비스는 이미 시민들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상황이며, 소비자들도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의 접근이 쉽고 편리하다는 이점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면서 “이미 지급 부문 외에도 대출, 보험, 자산관리 영역까지 넓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파악했다.
‘합리적 규제로 시장 왜곡 방지’ 목소리
자본시장연구원은 “빅테크나 대기업의 금융진출은 자칫 온라인 플랫폼 상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빅테이터를 레버리지 삼아, 금융부문에서의 경쟁을 왜곡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에 대한 합리적 규제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토스금융’처럼 처음부터 금융을 주력 사업으로 한 핀테크와는 달리, 빅테크 내지 카카오․네이버와 같은 경우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성된 데이터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함으로써 더욱 시장 왜곡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르면 빅테크와 대기업들은 P2B(Platform to Business users), 즉 수직결합과 플랫폼 내 통제자 내지 독점적 지위를 통해 자사상품 우대나, 독점적 지위의 레버리지를 활용함으로써 이용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일상화하고 있다. 또 P2P(Platform to Platform), 즉 데이터 독점과, 시스템 호환성을 통해 경쟁 플랫폼을 배제하고, 진입장벽을 구축함으로써 시장 경합의 여지를 없애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실제로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고급의 방대한 고객 정보를 십분 활용한다. 고객들의 검색 정보, 소비 행위, 다양한 실시간 활동 정보를 이용하여 자사의 금융상품을 우선적으로 권장한다. 플랫폼 내 경쟁사의 특정 금융상품의 마케팅이나 판매 정보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럴 때 흔히 ‘넛지 전략’을 활용하거나, 검색 결과에서의 순위 결정 방식을 이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방대한 고객정보로 넛지전략, 묶음판매 등’
이른바 ‘묶음판매’(bundling, tying) 전술도 구사한다. 즉, 멀티 플랫폼의 특성을 십분 살려,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는 고객에 대해 자사 금융상품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이 경우 금융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경쟁업체의 금융상품 대신 번들링을 선택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끼워팔기’에 속는 셈이다.
또 수요 측면에서도 이들은 특유의 무기를 활용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석훈 선임연구위원 등은 이를 ‘락인(lock-in) 효과’로 이름 붙였다. 즉, “소비자들이 거래 과정에서 이들 대형 플랫폼에 제공한 정보를 다른 플랫폼들은 쉽게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고객들로선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빅테크의 고객 데이터 독점은 플랫폼 간 경쟁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며, 이는 결국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혁신 경쟁을 저해함으로써 독과점 지위가 지속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엔 소비자의 데이터 이동권(Data portability)이 부각되고 있다. 즉, 소비자들이 거래 플랫폼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플랫폼에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이를 위한 실행 방식은 오픈뱅킹, (EU의) GDPR, 빅테크 규제 등이 있다. 앞서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차이로 인한 진입장벽이 완화되고, 결국 플랫폼 경쟁을 촉진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시킨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수요 측면에선 ‘멀티호밍’과 플랫폼 선택권이 확대된다”고 했다.
‘소비자들, 데이터이동권으로 멀티호밍’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동일한 자신의 데이터를 여러 플랫폼에 제공할 수 있어, ‘멀티호밍’이 가능하다. 여러 플랫폼 회원으로서, 옮겨다니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또 데이터의 이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플랫폼으로 쉽게 전환할 수도 있다. “이는 또 시장 경쟁 측면에서 봐도, 일부 플랫폼들의 독과점을 뚫고 신규 진입이 가능해짐으로써 경쟁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에선 (가칭) ‘온라인 플랫폼이 공정화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일단 업계의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방침으로 유보된 상황이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매우 적극적인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EU는 디지털시장법, 미국은 ‘A Stronger Online Economy: Opportunity, Innovation, Choice’ 패키지 법, 일본은 ‘특정 디지털 플랫폼 투명성 및 공정성 향상에 관한 법률’(신디지털법) 등이 시행되고 있다.
‘오픈뱅킹으로 데이터 공유’
특히 오픈뱅킹이 유력한 자유경쟁을 위한 규제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빅테크를 포함한 모든 플랫폼들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경합적인 시장 환경을 위한 데이터 공유정책이다. 물론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성훈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들이 이러한 오픈뱅킹을 통해 때로는 기존의 은행보다도 정보 우위에 있게 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빅테크의 정보우위로 인해 오픈뱅킹의 친경쟁(pro-competition) 정책이 훼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현재 오픈뱅킹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빅테크 포함)의 성장도 주목할만하다. 또한 핀테크뿐 아니라 빅테크의 금융 마이데이터사업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국내에는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설, 토스, 뱅크샐러드, 핀크, 쿠콘, NHN페이코, 민앤지, SK플래닛, 핀다 등이 성업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