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스턴 병원에서 수술환자에게 VR 헤드셋 제공, “극소량의 마취제”
“VR 즐기느라 거의 고통없어…회복시간도 일반 마취환자보다 훨씬 빨라”
VR, 인체에 해 끼친다는 인식과 달라, “국내 의료계에서도 주목할 만”

(사진=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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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환자에게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하면 수술 중 고통을 덜어준다는 실증적 사례가 보고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기술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스 이스라엘 디콘세스 메디컬 센터 연구원들이 손을 수술해야 하는 여러 환자들에게 VR 헤드셋을 착용하게 했더니, 마취를 약하게 해도 고통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록 해외 사례이지만,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런 VR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특별히 관심을 끄는 소식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VR기술에 대한 통념과는 결이 다른 소식이다. 즉 VR이나 AR, MR 헤드셋과 같은 HMD를 끼고 가상현실을 즐길 때 인체에 자칫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VR HMD로부터 유발되는 멀미 증상이나 시력 저하, 눈의 피로, 안구건조증, 심지어는 시각적 자극으로 인한 뇌전증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래서 전문가들 간에는 인체 골격이나 시력, 신경학적 영향 여부를 두고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처럼 VR 기술을 수술 환자와 같은 위중한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오히려 유익한 의료기기의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엔가젯은 현지 매체 MIT 뉴스를 인용하며 구체적인 임상 현장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반 환자는 시간당 750.6mg의 진정제 프로포폴이 필요했지만, 명상, 자연 장면, 비디오와 같은 편안한 VR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125.3mg만 필요로 했다. 그들은 또한 회복 시간도 빨랐다. 마취 후 깨어나는 시간이 평균 75분인데 비해, VR기술을 적용한 수술 환자들은 마취 후 63분이 지나 마취가 풀렸다.

VR세계에 몰입한 덕분에 마취제를 덜 사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VR에 몰두하면서, 그렇지 않고 환자가 오로지 수술 자체에만 주의를 끌 경우 겪게 될 고통을 덜어주었다”며 “환자들의 주의력을 VR속의 현실로 돌리면서 산만하게 만든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VR기술을 개발한 연구원들은 “애초 헤드셋 착용자들이 VR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수술실로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다소 다르게 해석했다.

즉, 환자 자신이 ‘VR을 보고있으면 현실을 잊어버리고 고통도 적을 것’이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때문이란 것이다. 이는 환자에게 가짜 약을 먹이면서 “명약”이라고 속이면, 실제로 병이 낫는 경우도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베스 이스라엘 디콘리스 팀은 이같은 플라시보 효과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다시 행해질 후속 실험은 고관절과 무릎 수술을 받는 환자에 대한 VR의 효과도 측정할 예정이다. 앞서 VR기술을 시도한 바 있는 프랑스의 요셉 병원도 이 기술이 환자들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래서 이번 후속 실험을 통해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 그 이상의 치유 능력이 있을 경우, 급속히 의료계로 VR기술이 확산될 전망이다.

엔가젯은 “그럴 경우 환자들은 고통을 덜 받고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병은 마취 용품을 최대한 활용하고, 대신에 수술 후 회복을 위한 침대를 무료로 하며,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환자와 더 높은 품질의 치료를 허용한다면 병원들도 VR 헤드셋에 지출하는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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