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 “10W/mm의 세계적 수준 고출력 질화갈륨 전력소자”
전기차 전력시스템 AESA 레이더·고주파 통신 등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자

질화갈륨 전력소자를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진들.(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질화갈륨 전력소자를 개발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연구진들.(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전기차 전력시스템을 비롯해 레이더, 고주파 통신 등 디지털 산업에 매우 중요한 질화갈륨(GaN) 전력소자가 국내 기술로 개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자로 각광받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이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원은 21일 “세계적인 수준의 ‘S-대역 300와트(W) 급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질화갈륨은 흔히 반도체 소자로 쓰이는 실리콘(Si)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항복전압’으로 고전압 동작에 유리한 물질이다. 스위칭 속도가 매우 빨라 별도의 에너지 저장 공간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고전압 전력 반도체에 적합하다. “또한, 갈륨비소(GaAs)에 비해 7배 이상의 높은 전력밀도 및 전력효율을 얻을 수 있어 통신시스템 효율 개선이나 소형화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군사용 레이더나, 고주파용 통신시스템, 전기자동차용 전력 시스템 등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산업적,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군용 전투기 핵심기술인 에이사(AESA) 레이더용 질화갈륨 집적회로(MMIC)에도 적용할 수 있어, 국방 분야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에이사 레이더용 질화갈륨 집적회로 기술은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만 개발, 보유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이들 국가를 따라잡거나, 경우에 따라선 추월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 나라가 질화갈륨 전력소자 부문 기술 개발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커서 소자의 구매와 활용, 처리 등에 제약이 많았다. 이에 연구원이 개발 작업에 착수, “고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질화갈륨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구조를 설계하여 세계적인 수준의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해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개발된 전력 소자 칩을 패키징하여 출력전력 300W, 전력밀도 10W/mm 이상의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성능을 검증, 확인했다. 이는 약 8.4W/mm 수준이었던 기존의 상용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성능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수준이란 설명이다.

연구원은 특히 “설계부터 공정과 측정, 패키징까지 모두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 개발을 이뤄냄으로써 반도체 소재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또 “25년 이상 화합물반도체를 연구해온 인적, 물적 노하우와 반도체 전력 소자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장비와 시설이 바탕이 되어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질화갈륨 전력소자의 시장은 그 전망이 매우 밝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1억 2천만달러였으나, 앞으로 연평균 59%씩 성장해 2027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향후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의 출력을 강화하는 한편, 5G 28GHz 대역의 주파수로의 확장을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국방 레이더·통신, 6G 차세대 이동통신 등 반도체 핵심부품의 국산화 및 일본의 주요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질화갈륨 기반 집적회로 개발 연구도 심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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