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경제 이종광 숭실대 겸임교수 ] 우선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며, 조직경영과 어떤 관계가 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조직 문화와 조직형태를 중심으로 생각해봤다.
최근 유행어처럼 이슈가 되는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 (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기술들이 모든 산업에 걸쳐 기업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혁신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리서치, 개발, 마케팅, 판매, 유통 등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현재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을 이길 수 있는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동력, 2차 산업혁명이 전기와 생산조립라인, 3차 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3D 프린터, 드론, 로봇 등이 상호 융합되면서 지금까지와 다른 빠른 속도로 기존 산업 질서를 파괴하고 기술 중심의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고 있다.
현재 쉽게 우리가 경험하는 사례를 보면, 지난 2016년 3월 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AI의 존재와 능력을 실감하게 하였으며,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또한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자율주행 차량, 사람처럼 보고 듣고 인지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가상비서, 챗봇 등으로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다.
2016년 미국 대통령 당선 예측에서 기존 모든 여론조사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측 했지만, 인공지능 모그IA는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결과 트림프 승리를 예측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가로등 조명 밝기를 유동 인구에 따라 실시간 조정해서 전력 자원을 획기적으로 절약하고,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는 수천개의 신호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조정하여 차량의 평균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IT강국 에스토니아에서는 ‘엑스로드(X-Road)'라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국가 플랫폼을 통합 관리하고 있어 전자투표제도, 전자신분증을 도입하고, 인공지능 판사가 일정 규모 재판을 하고 있다. 이는 기존 판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액 재판을 인공지능 판사가 함으로써 판사는 중요한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여 효율성을 높인다.
금융산업 역시 기존구조를 파괴하고 변화의 중심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금융산업은 경제이론에 의하면 지금까지는 어느 산업보다도 복합금융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왔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와 범위의 경제 효과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더 큰 자본과 점포, 인력을 더 많이 가질수록 경쟁력이 더 커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제 금융산업은 전문화된 디지털금융, 핀테크에 의해 하나씩 언번들링(Un-bundling)되면서 그 법칙이 무너지고 큰 규모와 넓은 범위는 경영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은 “변화”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가 조직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적자생존(適者生存) 이론은 생물학에서 비롯되었지만, 현재 경영학 이론에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조직은 생존, 발전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퇴화되어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키워드는 변화를 인식한 적응이다. 몇 번 강조하지만 현재의 변화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와 많은 양이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우연한 기회에 중앙 박물관을 관람하다가 너무 많은 시대와 시간을 경험하고 있어 잠시 먹먹해졌다. 2천년 전 철기 시대 유물로 전시 된 철제 쟁기를 유심히 보다가, 이와 비슷한 도구를 불과 40년 전에 내가 사용한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2천년 전 도구를 40년 전에 사용하고, 나는 지금 인터넷과 스마트폰, AI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현실이 아이러니컬했다. 도대체 몇 년의 문명을 공유하고 있는가!
도구의 활용 측면에서 본다면 한 세대를 살면서 2천년을 경험한 것이고, 불과 최근 20년 동안의 변화는 과거 2천년과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른 것이다. 예측컨대 앞으로 변화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를 적응하기 위한 조직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영은 국가 경영과 기업 경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목적의 일부를 제외하면 방법은 비슷하다.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어 준비를 하고 있으며, 각 기업마다 특별 조직을 만들어 대비를 하고 있다.
경영의 요소인 인사, 조직, 재무, 기술, 마케팅 등 분야별 대책이 있겠지만, 4차 산업 혁명 산업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협력에 의한 융합으로 실현된다. 그런 측면에서 조직원 개개인의 의식구조와 조직원 간의 소통, 조직간의 소통이 성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조직 문화와 조직 형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홉스테드 (Geert Hofstede)가 세계 각국 문화를 분석한 문화차원이론에 의하면, 우리나라 문화는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한때 집단주의 문화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데 기여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조직문화는 집단보다 개인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유와 독립성이 중시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집단주의 문화보다 개인주의 문화가 더 바람직한 것이다.
조직형태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나 기업의 조직은 총무, 생산, 판매 등 기능별 조직을 기초로 하여, 위계 질서가 분명한 상명하복 중심의 계층별 수직적 조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 한계를 맞아 이미 사업부제 조직, 메트릭스 조직 등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조직 형태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자율과 분권,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인 네트워크 형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은 산업 및 업종 간 무경계성, 시장 예측의 어려움, 급변 상황의 상시화 등으로 기업들로 하여금 극한의 불확실성(extreme uncertainty)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늘 그렇듯이 “위기는 기회다”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위기는 위기 일뿐이다. 기회를 얻는 자는 그야말로 극소수이고 나머지 대다수가 위기를 맞는다. 4차 산업 혁명시대 거대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각과 행동을 신속하게 바꿈으로써 환경에 적응하는 생존자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