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문제는 ‘친환경’이 아닌 ‘규제’...중앙집중화만 심해질 뿐”
“규제 당국, 역할 커진 암호화폐 거래소 통해 통제와 관리 용이”
“‘확장성, 분산 및 보안’ 모두 충족하는 ‘트릴레마’ 해결이 관건”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블록체인 상에서 보상을 받기 위한 조건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merge)한 이더리움의 ‘머지’를 두고 개발자들은 기대가 크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 일각에선 “그런다고 암호화폐 침체나 현재 닥친 문제들이 하루아침에 해결될지 의문”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특히 ‘뉴욕타임즈’나 ‘블룸버그’ 통신 등 유력 외신들은 거의 ‘비관’에 가까운 논조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즈’는 아예 “앞으로 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확언해 눈길을 끈다. 개발자들은 일단 이번 이더리움의 ‘머지’는 블록체인상의 새로운 검증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에너지 소비량이 99.95%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기존 블록체인보다 훨씬 환경 친화적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암호 퍼즐을 풀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고성능 컴퓨터 네트워크를 유발하는 작업증명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곤 했다. 그러던 것이 투자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을 기회를 얻는 대가로 공유 풀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방식의 지분증명에 이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과연 이더리움의 에너지 사용량 때문에 침체 국면이 도래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물론, 암호화폐 시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환경 문제를 언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소모와는 무관한 이유로 암호에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그 보다는 많은 사람들은 도지코인이나 루나에 돈을 걸었다가 잃었거나, 해킹과 사기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또 암호화폐의 불투명성에 겁을 먹기도 하고,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새로운 형태의 돈(CBDC)에 반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재 암호화폐에 대한 또 다른 큰 위협은 ‘규제’다. 산업을 규제하는 당국자들은 암화화폐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늘 생각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특히 불안정한 코인뿐 아니라, 루나와 같은 폰지 사기나, 특정 국가가 배후에 있는 랜섬웨어 공격, 투자자들에 대한 불투명한 암호화폐 대출 사기 등을 크게 우려하며, 규제의 칼날을 드리울 태세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즈’는 “이더리움이 99.95%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일부 당국이나 정치인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게리 겐슬러 美증권거래 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채 ‘암호 산업을 보다 강력하게 통제되어야 한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 상기했다.
그럼에도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 침체로 감내했던 수조 달러의 손실이나, 일련의 대규모 사기 및 해킹, 그리고 새로운 규제 당국의 조사 등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악조건을 극복하고 만회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그래서 “이번 ‘머지’로 인해 그런 기대에 걸맞게 이더리움의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즉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운영을 위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버닝(파괴)해야 했지만, 이제 지분 증명으로 바뀜으로써 참가자들에게 보상을 지급하기 위해 애초부터 이더리움을 (작업증명처럼) 많이 만들 필요는 없고, 이로 인해 이더리움 전체 공급이 위축돼 기존 코인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일뿐이라는게 ‘뉴욕타임즈’의 예상이다. 즉 작업증명 대신 지분증명으로 전환함으로써 코인을 많이 소유한 대형 투자자 위주로 운영될 경우, 이는 중앙집중화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그로 인해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리도 등 거대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역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덕분에 규제 당국으로선 이들 몇몇 거래소들만 통제하면, 의심이 가는 특정 거래를 비롯해 거래 전반을 들여다보고 관리하기가 매우 용이해진다.
그 때문에 코인베이스의 CEO인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어 규제 당국의 요청에 순응할 바엔 차라리 거래를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상황이 그런 만큼 루나, 셀시우스 등으로 많은 돈을 잃었던 투자자들이 ‘머지’ 덕분에 흑자를 회복하거나, 잃어버린 자산을 되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뉴욕타임즈’의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또한 ‘머지’는 또한 암호화폐 시장 내부에서 코인 간의 긴장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미, 일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작업증명 알고리즘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들과는 달리, 지분증명으로 전환한 이더리움에 대해 “개발자 등이 고의로 비트코인(투자자들)을 골탕먹이든가,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만 회생하기 위한 꼼수”라며 불만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제 개발자들은 핵심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을 다룰 것”이라며 ‘뉴욕타임즈’와는 또다른 결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머지는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과제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기도 했다. 즉 머지에서 나아가 블록체인의 핵심적 3가지 측면인 ‘확장성, 분산 및 보안’을 모두 충족시키며, 또한 거래 비용 최소화도 구현해야 할 것이리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를 가로막는 블록체인 트릴레마’, 즉 ‘퀵 테이크’로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가장 큰 과제로 지목하면서 수 년 내 개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분산형 애플리케이션의 프로토콜 전문업체 비코노미의 마케팅 책임자인 아디트야 칸두리는 “머지 등과 같은 업그레이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더리움을 더 확장 가능하고, 더 빠르고, 더 저렴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이더리움 스케일링 솔루션 ‘폴리곤’을 기반으로 구축된 분산형 거래소인 퀵스왑(QuickSwap)의 공동 크리에이터인 사메프 싱하니아는 “이같은 과제에 대해선 아직 활발한 연구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모든 단계가 완료되기까지 2~3년은 쉽게 걸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더리움 공동창업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이런 과제들이 모두 마무리되면 “결국 네트워크가 초당 10만건의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통신’은 “이더리움의 많은 투자자들은 머지로 인해 시행되는 새로운 지분증명 형식으로 (많은 코인을 소유한) 소유주에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을 경계, 디지털 지갑에 각자의 토큰을 저장해두기만 할 것”으로 예상하며, “적어도 당분간은 그들을 버닝할 수 없을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