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개발자 대신 스스로 필요한 앱 개발…‘디지털 민주주의’?
현업 직장인들 다수가 ‘시민개발자’로, IT고용시장 지각변동도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 로우코드(Low Code)나 노코드(No Code), 즉 LC/NC는 ICT기술에 그다지 정통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코딩과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IT기술의 보편화’를 넘어서서 그야말로 ‘디지털 민주주의’의 첫걸음으로 인식될 정도다.
사실 일반인들로선 감히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거나, 코딩을 한다는 자체가 엄두고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LC/NC 개발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널리 확산되면서, 보통 사람들, 즉 ‘시민개발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가트너는 일찍이 “부족한 IT인력난을 극복하고, 의료 분야 등 전문 업종에서 의료인과 같이 현업에 밝은 전문가들이 직접 앱을 개발하며, 그 만큼 개발 속도도 빠를 것”이라고 그 장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렇게 되면 평범한 직장인들이나 생활인들도 말 그대로 ‘시민개발자란’가 될 수 있다. 경리․회계나, 경영기획, 총무, 마케팅, 홍보, 구매관리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해당 부서나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코드나 로우코드로 코딩할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업무나 부서에 필요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종전에는 앱 하나를 개발하려면, 프로그래밍 전문가 그룹인 IT부서에 부탁하거나 의뢰해야만 했다.
그러나 많은 부서와 사람들이 앱 개발을 의뢰하다보니, IT부서와 팀은 늘 만원 사례를 빚곤 한다. 밀려드는 개발 요구를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이에 현업 부서들도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LC/NC는 그런 점에서 기업 문화의 혁신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앱을 개발하여 IT기술문명을 직접 향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래서 노코드 문화를 보도한 적이 있는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디지털 민주주의’의 도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가트너는 이같은 노코드, 로우코드 문화에 대해 “대기업의 경우는 로우코드나 노코드 사용자들이 IT부서의 전문개발자보다 4배나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가트너는 당시 그 장점 몇 가지를 강조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LC/NC 문화는 부족한 SW 개발 인력난을 상당 부분 해소시킬 것이라는 기대다. 이 분야 전문가인 이장원 럽디(주) CTO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게재된 보고서에서 가트너와 모건스탠리 등을 인용하며 “2024년까지 약 3,800만 명의 개발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전 세계에는 약 2,600만 명의 개발자가 있다”고 인력난이 심각함을 전했다. 더욱이 “코드 베이스 기반의 개발자는 빠르게 육성하는게 어렵다”면서 “SW 개발 인력난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시민개발자를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다. 코딩 과정을 생략한 앱 개발 방식을 익히기만 하면 된다. 그에 따르면 “로우코드 플랫폼 업체들도 성황을 이루는 가운데, 기본 로우코드 개발자 프로그램은 2주(80시간), 특정 애플리케이션 인증 교육은 3주 반을 책정하는 곳도 있다”는 얘기다. 또 기업으로선 ‘몸값’이 비싼 앱 개발자를 굳이 채용하지 않아도, 로우코드나 노코드 개발자를 비교적 싼값으로 채용하거나, 교육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큰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 의료계처럼 해당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IT전문가에 의한 앱 개발 자체가 문제일 경우도 있다. 이때 의료직에 종사하면서, 해박한 의료 지식을 갖춘 의료인들이 직접 앱을 개발할 수도 있다. 이는 비단 의료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가트너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의료계의 경우, AI 도구나 IT기술 사용자들의 60% 이상이 의사인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나 의료 IT 기업은 그 보다 매우 적었다.
이는 일반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종사하거나 수행하고 있는 업무에 숙달된 상황에서 특정한 문제 해결을 위한 앱을 개발하는게 가장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또 기왕에 정통한 자신의 업무에 관한 앱인 만큼, 개발 속도도 빠를 수 밖에 없다.
가트너가 인용한 미국의 한 비즈니스 기술 리더는 “LC/NC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워크플로우를 쉽게 다룰 수 있고, 그 덕분에 길어야 몇주 만에 전자상거래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고 그 특장점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존 앱 개발자들이 코딩과 프로그래밍으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를 구축할 경우 길게는 1년6개월이나 걸리는데 비해, 보통 로우코드를 통한 앱 출시는 아무리 길어도 5주일이면 된다.”고 비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