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장인들 절반이 즐겨 사용, 전문가들 “국내 기업들도 비슷” 우려
부서 간 사일로, 폐쇄적 정보 구조 탓, “업무 수행 위해 부득이하게 사용”
“치명적 보안 리스크 유발…정보와 콘텐츠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방지”
[애플경제 박문석 기자]회사가 아무리 사이버보안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업무 편의를 위해 보안에 취약한 개인 파일 공유 도구를 즐겨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져 관심을 끈다. 미국의 SW 및 클라우드 기업인 ‘OpenText’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들은 사내 조직 간에 일종의 사일로(칸막이)가 형성된 폐쇄적 구조가 많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비록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국내 기업과 직장인들도 비슷한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부서 간의 정보가 사일로로 인해 서로 차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내 구성원들은 각자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파일을 검색하는 데만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보니, 조사 대상이 된 직장인의 절반 이상(56%)이 자신만의 업무 관련 파일 공유를 위해 원드라이브(OneDrive)나, 구글 드라이브(Google Drive), 왓츠앱(WhatsApp), 드롭박스(Dropbox)와 같은 개인 파일 공유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OpenText’가 종합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의 3분의 1(32%)은 보안 리스크가 날로 증가하면서, 회사가 사이버 보안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몰라라하는 식으로 이런 위험한 관행을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3분의 2(63%)에 가까운 사람들이 “업무 파일을 공유하기 위해 개인 파일 공유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44%는 “이런 관행을 제재하거나 반대하는 공식적인 회사 방침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해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오픈텍스트’는 “아무리 기업들이 효과적인 정보 관리 툴을 실행하려고 해도, 그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협조하지 않는 한 항구적인 사이버 보안은 요원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공유 파일을 남용하는 이유도 여러자기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와 출퇴근을 겸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직장인의 경우는 특히 재택근무때 겪는 불편을 그 이유로 들었다. 대상자의 4분의 1 이상(26%)이 “협업하거나 동료와 파일을 쉽게 공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개인 공유 파일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역시 비슷한 숫자의 사람들은 “원격으로 작업할 때는 회사 파일 시스템과 컨텐츠에 쉽게 액세스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고 이유를 들었으며, 또 다른 사람들은 “업무 수행에만 매일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사무실과 집을 오갈 때마다 갖고 다니느라 어려움이 크다”고 개인 파일 공유의 불가피성을 들었다.
정보 과부하도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응답자의 거의 5명 중 4명(76%)은 “상시 정보나, 지속적인 소셜 미디어 작업, 매일 확인해야 하는 수많은 앱 등으로 인해 늘 정보 과부하가 일상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오픈텍스트’의 연구․조사 과정에 협조한 응답자의 4분의 1 이상은 “매일 11개 이상의 계정이나, 리소스, 도구, 앱을 사용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로 직장 생활과 개인의 사생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도 그 원인으로 꼽힌다. 즉 하이브리드 근로자의 43%가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올바른 디지털 도구가 없거나,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부족함을 느낀다”고 개인 파일 공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게다가 직장 내에 만연한 정보의 사일로화로 인한 폐쇄적 풍토 역시 이를 조장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절반에 가까운 직장인들이 “(타부처와 정보 교류나 협조가 없다보니) 업무 수행을 위해 회사 네트워크나 공유 시스템에서 특정 작업 파일이나 정보를 검색하는 데 보통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을 소비한다”고 답했다.
‘OpenText’측은 이에 대해 “(사이버 보안 정책)을 통해 날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정형 데이터와 비정형 데이터의 방대한 규모와 그 복잡성을 모두 관리할 수는 없다”면서 “그래서 이번 연구․조사를 통해 ‘정보’ 그 자체는 (개인 파일 공유의 남용에 대한) 해답이 아님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체계적인 중앙집중형 정보 관리를 그 해결책으로 들었다. 즉, “사일로를 해체하고 정보를 중앙 집중화할 때 답이 나온다”면서 “집중된 모든 정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통합하면 정보가 더욱 고급화된다. 즉, 패턴과 추세가 나타나고, 통찰력이 강화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등 정보관리의 이점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부실한 정보 관리로 인해 사내 구성원들이 불편을 겪으면서, 불만을 품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음으로 인해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5명 중 2명은 그런 산만한 정보체계가 업무 수행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5명 중 1명은 “동료가 최신 버전의 문서를 공유 시스템에 저장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3분의 1 가까이는 “최신 정보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각자 사일로에 갇혀있으면서 한 직장에서도 정보 교류가 제대로 되지 않고, 그렇다보니 업무에 지장을 주는 셈이다.
이에 자신만이라도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개인 파일 공유 도구를 남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5명 중 2명은 “(사일로로 인해)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으며, 3명 중 1명은 “전체 직무만족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적잖은 수의 사람들은 “일과 삶의 균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까지 답했다.
‘오픈텍스트’ 측은 이같은 결과를 두고, “사무직 직원들, 공급업체, 고객의 데이터가 넘쳐나고 있다보니, 이를 처리하기 위한 시스템과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의 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보안 위험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 해결책으로 “직원들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뒤지고 다닐 필요없이, 정확한 최신 정보에 쉽게 액세스할 수 있게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업체들은 정보 관리나 정보 거버넌스를 자동화하고, 컨텐츠를 캡처, 분류, 보존하는 정책도 자동화하는게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이는 비록 미국의 조사 결과이지만, 국내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얘기다. 인공지능 자동화 시스템 전문업체인 Q사(서울 송파구)의 한 관계자도 “본사는 진작그런 현상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있다”면서도 “특히 ICT업계에선 그런 ‘개인화’ 현상은 매우 위험하며 치명적이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자동화 거버넌스를 시급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