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전반적인 교통 인프라, 대대적인 재구조화 일어나”
“공유차량 증가, 주행차량 감소, 도로 폭 작아지고 보행로 증가”
주차수요도 줄어, 도시 유휴공간 증가, 다양한 용도로 활용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자율주행차가 보급이 되면될수록 도로를 비롯한 교통 시스템 구조와 인프라도 그에 맞게 바뀔 수 밖에 없다. 적어도 3단계 수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실용화되면, 무인 운전에 걸맞은 도로 시스템이나 도심지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율주행차의 운행 특성과 행태를 고려한 건축물이나, 교량, 터널 등과 같은 교통 인프라 전반의 대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이런 경우 특히 무인운전, 차량소유 형태, 통행 행태 등 측면에서 특히 큰 변화가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차는 전체 5단계 중 레벨4 이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대부분 국가들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대략 레벨 2∼3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데, 현재로선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윤덕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전략기획본부 연구위원이 ‘내비건트 리서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로 인해 레벨2 시장은 2027년 이후 감소하고, 운전자 개입이 적은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203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또 자율주행차의 발전과 확산에 따라 통행 행태와 차량의 소유 형태도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맥키지 보고서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경우 비싼 고급 차량이나, 차량를 소유한데 따른 부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유차량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로 인해 장차 개인의 자가용보다는 자율주행공유차량(SAV, Shared Autonomous Vehicle)으로 추세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자율주행공유차량의 등장으로 기존 전통적인 차량 통행 패턴도 바뀔 전망이다. 즉 출퇴근과 같이 목적지를 오가면서 주차와 주행을 반복하는 형태가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차량을 운행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일련의 변화들은 결국 도시 공간 자체에 많은 변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연구위원은 “크게 도로 설계, 시설의 용도 등 도시공간의 변화 등이 대거 이뤄질 것”이라며 그 중 도로 설계 측면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기존 도로의 설계는 자동차 동역학 특성과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운전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변화됨에 따라 새로운 도로 설계 기법이 개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자율자동차 시대의 도로는 자율운전 시스템이 물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 시간을 고려한 시야와 거리, 인지하는 시선의 눈높이에 따른 종단 경사의 변곡 등을 감안해야 한다. 즉, 도로 설계는 자율차의 실제 특성을 반영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자율주행차의 제조사마다 차량 기능이 서로 다르고, 표준 ‘특성값’이 없다. 그로 인해 “가상의 데이터를 이용하여 도로설곗값의 변화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설곗값 변화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자율주행공유차량을 도입함에 따라 기존 주차장이나 주유소 등 시설의 용도가 변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공유차량을 도입할 경우 특히 서울시내 주차수요 감소가 예측되고 이로 인해 주차장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주차수요가 감소하면서 기존 주차장이나 주유소 등의 시설이 쇼핑이나 다른 목적시설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본다. 또 기존 버스정류장 등과 같이 고정된 시설 구역이 아닌, 시간대에 따라 목적을 달리하는 ‘플렉스 존(Flex Zone)’과 같이 탄력적으로 도로를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윤 연구위원은 또 “설곗값 이외 도시 가로 또한 자율주행 시대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도시교통관리협회(NACTO)의 사례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NACTO는 자율자동차 도입으로 인해 주행 차량 간의 간격이 좁아지고, 도시 내 주행차량 숫자도 줄어들며, 속도도 역시 줄어들게 되어 지금보다 작은 도로 공간이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기존 도로의 여유 공간은 보행자용 공간으로 더 확충하는 방식으로 도시 가로 설계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차의 확산을 대비, 이미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에서 앤 아버까지 약 40마일 구간에 자율주행 전용차로를 설치하는 ‘Cavenue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자율주행 시대에 도로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게 윤 연구위원의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