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해외 주요국 규제 사례 참고, 제도 정비해야” 촉구
“발행사 감독 강화, 가상자산 비즈니스 위험관리 의무 부과”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최근 테라․루나 사태나, 암호화폐 가격 추락, NFT의 법적 문제로 인한 혼란, 자금세탁 우려 등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혼돈상태에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와 비슷한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서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책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나 정보통신정책기획원 등 ICT 정책 관련 연구소들이 앞다퉈 이들 사례를 소개하며, 대책을 건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경영금융연구소가 21일 공개한 ‘위기의 가상자산 시장, 해외 감독기관의 대응법’ 제하의 보고서도 눈에 띈다. 그러면 실제 미국 등 주요국들의 가상자산 관련 규제책은 어떨까. 이에 대해 연구소는 “주요국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의 특징(상품 혹은 증권)에 따른 규율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면서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사의 가상자산 비즈니스에 대한 위험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금융연구실 주성철 책임연구원은 특히 “규제 공백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의 특징과 기능에 따라 상품이나 증권으로 구분하고, 각각에 대해 상품거래법, 증권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 코인이나 NFT를 증권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에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탈중앙화 성격이 강하고 운영 주체가 모호한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보고 있다. 이에 거래 행위 규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 등 ‘상품거래’ 관련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밖의 코인과 STO 등은 ‘증권’으로 판단해 ‘증권법’을 적용해 상장 시 증권신고서 제출, 심사 등의 절차를 마련하고, 상장 후에도 회계감사, 주요 정보공시 등의 의무가 부여된다”고 소개, 눈길을 끈다.
이들 나라에선 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주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테라-루나 사태로 촉발된 탈중앙화금융(디파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EU,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는 핀테크 회사의 경우 투자자의 대량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준비금을 확충하도록 했다. 또 발행·유통량, 대표자 프로필 등 주요 내용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금융사의 가상자산 비즈니스와 관련된 위험관리 의무도 부과하고 있는 점이 또한 눈에 띈다. “주요국의 감독기관에서는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행위를 용인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의무를 이행할 책임을 강력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격요건을 충족하는 금융회사에 한해 ‘인가’를 하고 있으며,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가상자산의 종류에 따라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도 필히 도입, 적용해볼 만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현실에 대해 주 책임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따라 ‘특금법’을 개정하였으나, 소비자 보호와 가상자산 관련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 도입은 답보 상태”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