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범죄자들 암호화폐 대신, 달러 등으로 대거 회수
“범죄 자금 세탁 창구 역할 끝나…대부분 운영 중단이나 파산”
“그럼에도 범죄자들, 더욱 교묘한 수법으로 자금 세탁할 것”

사진은 안랩이 제시한 보안위협 대처를 위한 개념도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사진은 안랩이 제시한 보안위협 대처를 위한 개념도이며,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암호화폐 시장의 혼돈 속에서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사이버 범죄자들의 자금 세탁을 돕는 다크웹 거래소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끈다. 주로 시장 거래자들이 서둘러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면서 더욱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미국의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버식스길(Cybersixgill)’에 따르면 암호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현금화, 즉 ‘캐시 러시’가 일어나면서 수 많은 지하 거래소들이 한계점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때문에 사이버 범죄자들은 훔친 자금을 암호화폐가 아닌 법정화폐로 급히 바꾸는 바람에 일부 유명 지하 거래소들이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동안 이들 다크웹들은 사법 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활발한 지하거래를 이어왔다. 사이버 범죄자들이 피해자들로부터 갈취한 돈을 다양한 암호화폐로 옮겨주면서 부당이득을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곤 했다. 대신에 이들 거래소는 그들의 재량에 따라 비싼 거래 수수료를 챙겨왔다. 이들 다크웹들은 그러나 너무 많은 거래는 하지 않되, 암호화폐와 법정 화폐가 적절히 섞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사이버식스길’의 보안 리서치 책임자인 도브 러너는 자사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지면서, 사이버 범죄자들은 이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달러로 바꾸기 위한 투매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 바람에 다크웹들은 암호화폐를 더 사들이게 될 경우 입게 될 손실을 우려한 나머지, 보유 달러를 빠르게 소진하고 아예 운영을 종료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식스길’은 또 지난 봄에 운영되었던 다크웹 거래소 34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단 한 곳도 자신들의 플랫폼을 홍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거래소들이 여전히 해커 포럼에서 활동했지만,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한 4월 초 이후로는 그 어느 곳도 자신의 거래소를 홍보하지 않았다.

‘사이버식스길’은 “이들(다크웹)은 그 동안 지하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사이버 범죄 포럼에서 입소문을 타고 사업을 확산시켜왔다”면서 “그러나 (이번에 문을 닫고 나서 다시) 지하 거래소를 개설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렇다고 합법적인 거래소로 새출발하기 위해선 상당한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암호화폐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산한 거래소들을 되살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만약 추후 ‘재기’를 꿈꾼다면, 다양한 통화로 된 준비금을 쌓고, 여러 플랫폼에서 지급을 받아들일 수 있는 메커니즘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자신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신용을 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동안 다크웹과 사이버 범죄자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온 ‘사이버 범죄 포럼’도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즉, 당장의 셧다운이 영구적이지는 않더라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는 얘기다. 많은 지하 거래소 운영자들이 그들의 서비스를 광고하기 위해 거의 매일 홍보물을 게시해오던 ‘사이버 범죄 포럼’에서 그 자취가 사라지다시피한 것이다. 다크웹들이 다시 리브랜딩하거나, 재출시를 계획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다른 보안업체인 ‘테크타깃’과 ‘서치 시큐리티(Search Security)’는 “흔히 지하에서 거래소를 운영하는 자들은 사이버 범죄자들을 겨냥해 ‘포럼’을 통해 매일, 혹은 수시로 홍보해왔다”면서 “만약 그들이 홍보물을 오래도록 게시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는 그들이 사라졌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사이버 범죄자들이 훔친 돈을 세탁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라는게 이들 전문가들의 경고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이버 범죄 집단들 중 상당수가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즉 “그 수법이 더욱 발달한 사이버 범죄 집단은 돈을 교환하고 세탁하는 더 복잡한 방법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범죄행위를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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