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신한은행, CJ CGV 등 민간 기업 등 고령층․장애인 돕기 나서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선언…“쉬운 표현, 사용자 환경 최대한 단순화”
[애플경제 이주옥 기자] 공공장소나 각종 매장, 음식점 등에 키오스크와 무인 단말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에 익숙지않은 고령층이나 장애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그런 가운데 사회 일각에서 이런 디지털 소외계층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신한은행 등 일부 기업들이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디지털 기기 적응을 돕기 위해 나선 것도 그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최근 신한은행, CJ CGV 등 민간 기업과 함께 디지털 약자의 의견이 반영된 무인단말기(키오스크)를 개발할 것을 약속하면서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을 선언했다. 우선 큰 글씨와 쉬운 어휘를 표기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없애 사용자 환경(UI)을 최대한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노약자 등이 키오스크에 익숙하지 않아 뒷사람 눈치 보는 일이 없도록, 시민 모두 무인단말기 앞에서 조금씩 기다리자는 취지의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디지털 안내사’ 100명도 선발했다. 이들은 어르신 생활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주요 지점을 순회하며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바로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활 현장으로 찾아가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안내하고 다중이용시설을 주요 거점 삼아 순회하면서 무인단말기(키오스크) 활용법과 간단한 스마트폰 이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런 정책에 동참하는 의미로 큰 글씨와 쉬운 말로 표현한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기기’를 출시하면서 고령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CJ CGV는 디지털 약자 친화 무인발권기를 설치, 디지털 약자들이 해당 기기를 통해 영화 티켓을 구매하거나 예약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어르신·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가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디지털 약자들이 생각하는 개선 방안을 수렴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디지털 약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키오스크와 디지털 디바이스가 보편화되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는 디지털 약자들의 고통과 불편함에 대한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흔히 시중의 키오스크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안내 기능이 많지 않고,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화면 확대 기능도 그다지 쓸모가 없다. 장애인들을 배려한 키오스크 역시 음성 안내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시각 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이에 최근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는 도심 유명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아 단체로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등 집단행동을 하며 그들의 입장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인들이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한 절박함의 표현이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 5월 실시한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사 결과 서울에 사는 55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무인단말기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본 사람은 45.8%에 불과했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 ‘필요가 없어서’,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 등이었다.
서울시는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디지털 소외계층이라는 새로운 약자들이 많이 생겨나서, 디지털 포용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시민 모두가 어떠한 차별이나 배제 없이 디지털 세상에 참여해서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