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의 ‘블루칩’, 주요 생산국들 세계 각지서 ‘니켈’ 확보전 가열
중국․일본은 인니․필리핀 등서 현지투자․개발, 한국은 대부분 수입에만 의존
“생산국 브라질 등 현지 투자와 제휴, 국내 상품거래소 설치 등 대책 시급”

배터리용 니켈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대비한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배터리용 니켈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에 대비한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으로 본문과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전기차와 배터리용 니켈을 확보하기 위한 국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현지 개발이나 조달 방식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거의 전략을 수입하고 있고, 배터리용 니켈의 전구체는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배터리 수요 급증으로 전세계 이차전지용 니켈 수요가 폭증하고, 배터리나 관련 소재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생산 공정을 늘리는 등 자동차 부품 시장의 변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SNE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한 해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9%나 증가한 220만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니켈을 핵심 소재로 한 배터리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원료이며, 특히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해 양극재에 투입되는 니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원자재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러-우 전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지난 3월에는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가 일시 중지되는 등 수급 불안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켈 중에서도 순도가 높은 클래스(Class) 1(니켈 함량 99.8% 이상)이 합금, 도금 등 다양한 용도와 함께 배터리 양극재의 원료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전기차 등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그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니켈의 주요 생산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러시아, 브라질 등이다. 중국읜 경우 인도네시아 현지에 대한 적극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니켈 개발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자본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또 일본의 경우 2000년대부터 필리핀에 대규모 광산을 개발하여 원광 및 중간제품을 자국 내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니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딱히 지속 가능한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니켈 원광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가 하면,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배터리용 니켈의 경우 니켈 기반 ‘삼원계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전구체’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배터리 양극재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전 세계 생산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원료가 되는 전구체는 국내 수요의 79%를 수입에 의존하고, 수입액의 90% 이상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에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구체의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우려가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계 전기자동차 회사들은 니켈 확보 쟁탈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으며, 광산이나 자원개발 회사들도 니켈 광산 개발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니켈 산지로 알려진 브라질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무역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의 니켈이 국제 시장에 유통되지 않으면서 니켈 가격은 폭등하여 톤당 8만 달러를 넘어섰다. 그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 스테인리스 생산 확대 등 니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많아졌다. 이에 세계 최대 산지인 브라질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코트라 상파울루 무역관이 펴낸 자료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니켈 광산은 기존의 중부 지역을 넘어 북부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성장으로 니켈가격이 상승하면서 2010년 말부터 브라질 니켈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줄을 이었다. 브라질 광물청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브라질에는 5개의 니켈광산과, 4개의 플랜트가 있다. 니켈은 광석 채굴에서 중간재 생산을 거쳐 정제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용도에 따라 Class1, Class2로 구분된다.

향후 니켈 시장은 인도네시아의 산화광 개발이 확대되면서 Class 2 제품을 중심으로 초과 공급이 예상되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고순도 니켈(클래스 1)의 공급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가 2024년 7월부터 배터리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니켈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예정이어서 늘어나는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충분한 니켈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본래 니켈 원광에는 황화광과 산화광(Laterite) 두 종류가 있다. 황화광에서 추출되는 원광이 이차전지 재료로 쓰인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고압산침출법(High Pressure Acid Leaching)을 사용하면 산화광도 일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가공할 수 있다. 배터리용 니켈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고압산침출법(HPAL), 니켈 선철을 니켈 매트(matte)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문제는 탄소배출량이다.

이는 기존 황화광을 이용한 공정보다 약 3~4배 많은데다 수자원 고갈, 폐기물 발생, 삼림파괴 등 ESG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료에서 최종 제품까지 각 단계별 탄소배출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 및 기업과의 거래를 축소하는 등 ESG 기준에 부합하는 니켈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게 국제무역통산연구원의 지적이다.

이 기관은 “또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핵심광물 안보파트너십(MSP) 등 새로운 공급망 구축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자원 보유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광물, 에너지 등 공급망 상류 부문에서 메이저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M&A를 촉진하고, 소비가 많은 자원을 중심으로 상품거래소 설립을 추진하여 자원시장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코트라 역시 국내외적으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브라질 광물청(ANM), 광물기업, 연방/주정부 등과 교류를 통해 브라질 광물자원 비지니스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체 공급선 확보 차원에서 브라질에서 니켈을 신규로 개발하는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발리(Vale) 등 일부 브라질 기업들은 브라질 뿐 아니라 전 세계의 니켈 광산 및 플랜트에 투자하기때문에 이들 기업과 제휴하여 제3국에 공동진출하는 방안도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브라질 내 이차전지 산업이 발달할 것이 분명하므로, 우리 전지나 소재 기업들은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하거나 이차전지 충전소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게 코트라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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