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으로 포도․딸기 감별 수확, 무게 따라 가격도 흥정
제초 작업, 병해충 방지, 꿀벌응애 퇴치로 양봉농가 보호
기상과 기후 관측, 데이터 분석으로 재배 환경과 수확량 예측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애그테크’로 불리기도 스마트 농업 기술은 최근 AI를 접목함으로써 사람이 농사짓는 것과다를 바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농업은 본래 일조량이나 강우량, 병충해 등 자연 환경에 크게 좌우되며, 인간의 숙련된 경험이나 지식, 감각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미국과 스페인, 이스라엘,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재배 환경과 기상, 파종과 경작, 수확에 이르기까지 AI 기술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노동력을 아끼면서도 농업 생산성은 더욱 증가하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IRS글로벌이 약 600여 페이지가 넘게 작성해 펴낸 ‘글로벌 스마트 농업 시장 동향’ 보고서는 이런 추세를 가장 잘 분석, 진단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이미 AI농업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인간의 눈으로 판단하던 것이 축적된 빅데이터로 대체되었으며, 인간은 예측할 수 없었던 데이터를 축적하고, 미연에 감지할 수 없었던 이상을 감지하며, 농업의 모든 작업을 AI가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가 소개한 주요 국가의 몇몇 사례를 보면 그런 분석이 한층 설득력을 얻을 만하다.
이미 미국에선 인간의 눈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농업 정보를 감지하는 인공위성이 실용화되고 있다. 항공우주국(나사)의 인공위성 ‘Landsat’가 대표적이다. 이상공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수신한 후 지구 표면의 환경 데이터를 관측한다. 역시 나사의 인공위성 프로그램인 ‘PACE’도 있다. 이는 위성사진을 통해 미생물과 플랑크톤,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분석해낸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에 의해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기술인 매크로스코프가 사용된다.
이 분야 전문기업인 미국의 ‘Farm Logs’의 사례도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기상 데이터나 위성사진ㆍIoT 디바이스 등을 통해 작물의 건강 상태나 성장 상황, 토양의 영양 상태, 수확량을 예측한다. 그렇게 분석된 다양한 데이터를 농가에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농가 중 3분의 1 이상이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다.
스페인에선 농업용 로봇으로 수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애크로 봇’(AGROBOT)이 그것이다. 애크로 봇에는 광학 인증 기술이 적용되어, 사람과는 달리 딸기를 수확할 때 일일이 인간의 눈으로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없다. 광학 인증 기술을 통해 모든 각도에서 딸기의 사진을 찍고, 로봇이 판단하여 익은 것만 잘라낸다. 그런 다음에 또 크기별로 분류하여 상자에 담는 작업까지 해낸다.
프랑스에서도 포도 수확에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그 중엔 ‘Wall-Ye’로 불리는 와인용 포도 수확을 전문으로 하는 로봇도 있다. 앞서 스페인의 사례처럼 사람과 달리, 이 로봇은 포도밭을 혼자 돌아다니면서(자율주행) 포도나무를 둘러보고, 잘 익은 포도만 골라서 잘라낸다. 또 너무 많이 자라난 가치를 전정하는 작업도 한다. 이 로봇에는 카메라 6대가 탑재되어 있으며, 수많은 포도나무의 형태까지 기억하며 구분해낼 수 있다. 또 스웨덴 양봉 농가들은 벌을 해치는 기생충인 꿀벌응애 등 해충의 징조를 알고리즘으로 찾아내고, 조기에 퇴치하는 알고리즘도 개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상추를 관리하고,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이는 슈퍼 머신도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블루 리버 테크놀로지’사가 만든 ‘레터스 봇’(LettuceBot)은 얼핏 평범한 트랙터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계학습 엔진이 창작되어 있는 로봇이다. “1분 동안 5천 개의 꽃봉오리를 촬영하여 자라나기 시작한 양상추의 간격이나 모양을 인식하고, 6mm 이내의 오차로 잡초를 확인하여 제초제를 살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양상추가 많이 심긴 부분에도 제초제를 살포하여, 영양분이 잘 전달되도록 성장을 돕는다. 그래서 제초작업을 도맡아 해낼 수 있고, 화학물질의 사용량을 90% 절감하게 하는 ‘착한 로봇’이다.
미국에선 또 커피콩을 분별해내는데도 로봇이 쓰인다. 예를 들어 ‘Bext360’이란 로봇은 저울처럼 생긴 모바일 로봇인데, 커피콩의 품질을 분석하고 계량하며, 품질이 좋은 콩을 분별해낸다. 그리고 상ㆍ중ㆍ하로 마크를 붙여 평가한다. 심지어는 공정한 가격을 교섭하는 앱도 작동한다. IRS글로벌은 이에 “커피 재배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가는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생활한다는 데이터가 있는데, 이러한 로봇이나 앱을 통해 부당한 중간착취를 철폐하고, 공정한 거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도 AI 농업을 적극 개발하고 있는 국가다. 현지의 벤처기업 ‘Prospera Technologies’는 일체의 농장 관리를 AI에 일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농장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가 기온ㆍ습도는 물론, 작물의 건강 상태와 병충해 등을 감지하고, 이에 맞게 수분이나 비료, 채취 시기 등을 조절한다. 또 수확량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호주에선 ‘양치기 개’의 역할까지 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시드니대학에서 개발된 이 로봇은 소를 쫓아다니는 로봇이다. 단 한 마리라도 놓치지 않는, 매우 숙련된 양치기 개나 다름없다.
로봇암도 이미 농업 전반에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대학이 개발한 ‘soft gripper’도 그 중 하나다. 로봇암용 그리퍼는 내부에서 공기압을 조절하여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여, 대상물을 부드럽게 잡는다. “지금까지의 로봇암은 힘 조절을 잘 하지 못하여 찌부러뜨리거나 힘이 없어 놓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것은 마치 사람의 손처럼 잡기 때문에, 섬세한 작물을 수확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이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림 파괴를 막는데도 AI가 유용하다. WRI(세계자원연구소)는 빅데이터를 취급하는 미국 기업 ‘Orbital Insight’와 제휴를 맺고, AI가 촬영한 방대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새 도로나 삼림 벌채의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어떤 숲이 위협에 처해질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한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삼림 벌채나 난개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