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기준 중․미, 유럽 순위다툼, 제품과 기술은 ‘현․기’도 상위권
2030년 안정적인 ‘톱5’ 위해선 기술혁신으로 ‘일본 추격’ 따돌려야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2022년 들어 세계 전기차 시장은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의 득실과는 별개로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에 60억 달러 가량의 투자를 하기로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도 현재로선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최근엔 아이오닉5 등 일련의 전기차차를 내놓으며 세계 시장에서 5~6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국내 전기차 수준에 대해선 많은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 전문가인 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분명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비교적 빨리 앞서가고 있다”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2030년 이후에 내연기관을 일부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무렵이면 1년에 약 300만 대 정도까지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환기시켰다.
그럼에도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역시 ‘자본’과 자금력이다. 특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로선 전기차 생산을 위해 전동화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천문학적이란 얘기다. 그런 어마어마한 전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이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현재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도 이런 조건과 유사한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볼 때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테슬라를 제외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 순위를 두고 중국, 유럽, 미국 업체 간에 순위가 수시로 바뀐다. 반면에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가운데 전기차 시장은 날로 팽창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중국 주도로 최근 3년간 약 4배 규모로 성장했다. 세계 신차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7%에서 22.1분기 7.7%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589만대에 달하는데, 그 중 중국이 271만대로 점유율 59.1%를 과시한다. 그 뒤를 이어 유럽이 118만대, 미국 48만대 가량이다.
메이커별로 보면 테슬라가 단연 압도적이다. 글로벌 시장 25% 점유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VW, GM, BYD(중국), 현대·기아차 순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압도적인 점유율 75% 안팎을 차지하고 VW, 포드, GM이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은 폭스바겐과 테슬라가 20% 내외 유사한 점유율을 보이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내에선 BYD(17%) 등 중국 메이커 15곳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테슬라도 중국에서 2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테슬라의 세계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같은 추세 속에서 특히 전기차 시장의 판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다. 전기차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조금이 주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약 133조(한화) 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육성시켰다. 미국 역시 최근 거액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중국을 따라잡을 계획이다. 한국도 해마다 1조 원 이상의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 물량이나 규모면에선 미․중을 따라잡기 어렵다. 다만 “제품 수준으로 보면 당연히 글로벌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좀 앞서 있는 수준”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권용주 교수에 따르면 판매량 수준에선 한국이 1년에 자동차를 185만 대 정도 국내에서 판매한다. 이에 비해 미국이 겨우 1750만 대, 중국이 2,500만 대를 판다.
특히 내연기관 경쟁에서 크게 우위를 보였던 일본의 경우 “현재로선 우리보단 전기차 생산과 시장 진출이 늦은 편”이라는 전문가들의 얘기다. 물론 일본도 전기사 양산 준비는 다 갖추게 되었다. 그럼에 본격적인 대량 생산은 아직 비루고 있는데, 이는 “모든 자동차 회사가 전기차의 출발선에 있는 거고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 상황과도 같다”고 했다.
다만 현대기아차의 아이오닉5는 유럽에서도 평가가 좋고, 일본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권영주 교수는 “일본은 배터리 전기차가 아직 많지 않다보니, 아이오닉5에 매료된 소비자들이 많다.”면서 “그 동안 일본은 전기차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가 막상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아이어닉5를 보곤 그 수준에 경악했다”고 전했다. 그래서 “이러다가는 우리가 정말 한국에 전기차 시장을 다 빼앗기거나 내주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기차는 20세기를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 왔던 자동차 회사들의 순위나 판도를 뒤집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성지영 수석연구원은 그런 측면에서 “현대기아차는 미래 생산역량에서만 우위를 보이고, 기술혁신 등 나머지 부문에서는 경쟁력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생산역량은 GM, 미래 생산역량은 현대기아차, 현재 기술혁신 부문은 GM, 미래 기술력은 토요타가 가장 우수하다는 진단이다. 현대기아차의 기술혁신 순위는 3위권이다. 특히 토요타는 전기차 업력과 현재의 생산능력은 뒤처지지만, 제조 노하우나, 미래 기술력에서 월등히 앞서 있어 현대기아차의 지위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토요타의 2021년 전기차 판매대수는 6천대에 불과하지만, 최근엔 2030년 350만대 판매를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현재 생산역량과 기술혁신 수준을 감안하면, 구조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기술혁신을 위한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