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직원 노동조건 유연화, 인수기업 노조 인정 등
최근 미 산업 전역 ‘노조’ 결성 붐 반영, 태도 변화

사진은 애플 본사 사옥 전경.
사진은 애플 본사 사옥 전경.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노동조합을 구심점으로 한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이는 전에 없던 현상으로 ‘코로나19’ 이후의 또 다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노조가 생긴 후 경영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렇잖아도 ‘대퇴사’ 현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던 애플은 직원들의 급여와 휴가 수당을 인상하는 등 회유책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에는 뉴욕에 있는 애플의 플래그십 스토어의 직원들 근무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 이르렀다.

애플 노조는 노조결성을 계기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 매장의 근무 일정을 보다 유연하게 만들기로 합의했다. 애초 회사측은 매장 직원들에게 “몇 달 안에 일정 변경이 시행될 것”이라고 통보했지만, 직원들은 그 후로도 계획이 공개되지 않아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매장 직원들은 이에 대해 매장 매니저와 노동조합에 자신들의 강도 높은 노동 환경을 호소했고, 결국 매장 책임자는 최근 유연하게 근무시간이 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회사측은 최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스케줄링부터 급여, 혜택, 개발, 매장 내 경험과 환경까지 애플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재의 최소 10시간보다 늘어난 12시간 교대 근무, 그리고 직원들이 야근을 선택하지 않는 한, 오후 8시 이후에 일하는 날이 주 최대 3일을 넘지 않게 한다. 직원들은 최대 6일 연속 근무 대신, 5일 이상 근무하지 않는 조건인데, 다만 신제품 출시나 휴가기간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또 정규직 직원은 6개월마다 주말 특별 휴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애플은 ‘대퇴사’가 이어지면서, 최근 몇 달 동안 노동자들을 달래고 강도 높은 노동조건을 유연화하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주었다. 2월에는 유급 병가를 2배로 늘리고, 휴가를 늘리며, 아이들을 위한 백업 서비스를 확대했다. 지난 달에는 최저 임금이 시간당 20달러에서 22달러로 인상되면서 시간당 임금이 인상되었다.

현재 미국 전역의 애플 매장 근로자들은 노동 조합을 결성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애플 경영진은 “노조가 애플의 상황 개선 능력을 늦출 수 있고 그러한 조직들(노조)이 애플이 직원들에게 헌신하는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에 애플의 한 매장에선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를 취소하는 등 상황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글로벌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액피비전 블리자드는 미국 메이저 게임업계에선 최초로 노동조합이 결성된 회사다. 그러나 MS가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고용 승계와 노조 인정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조가 인수를 반대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2일 MS측은 “노동자들이 노조 가입을 원할 때 노동단체와 협력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면서 물꼬가 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장 겸 부회장인 브래드 스미스는 “(액티비전) 직원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과 대화하기 위해 노조를 조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지만, “직원들이 노동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스미스는 블룸버그에 보낸 기고문에서 “우리는 이 권리를 존중하며 노조 결성이나 가입을 포함한 활동에 참여하려는 합법적인 직원들의 노력을 회사가 저지하는 것은 오히려 직원이나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직원들이 그들의 권리를 행사하기를 원하면 노조와 함께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에 전념할 것”이라고 덧붙여 사실상 노조의 권리를 인정했다.

이번 MS의 사례는 최근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게임업계, 대규모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 새삼 불어닥치고 있는 노조 결성 붐과도 관계있다. 최근 미국의 산업계에선 그 동안 번번히 실패하곤 했던 기업체의 노동조합 결성이 잇따르고 있다. 스타벅스의 경우 버팔로를 시작으로 17개 주 60개 이상의 스타벅스 지사의 노동자들이 서비스 업종 국제 노조인 ‘Workers United’에 가입하기로 했다. 또 뉴욕의 한 창고에서 일하는 아마존 닷컴 노동자들도 신생 노조에 가입하기로 했다. 이번에 MS가 사실상 노동조합을 인정한 것은 그런 상황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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