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은행 예금이 몽땅 연준으로 옮겨가고, 은행은 파산” 주장
바이든, 신임 마이클 바 부의장 임명, “CBDC 발행 기정사실” 분위기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월가의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연방준비제도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들은 연준이 CBDC 도입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자 “이는 기존 은행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US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다른 나라들처럼 CBDC를 출범시킬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으나, 월가의 은행가들은 그것이 위험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은행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에 보낸 서한을 보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자체 디지털 달러를 출시할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업의 토대가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연준이 미국에서 발행하는 잠재적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의 미래를 탐색하기 위해 내놓은 보고서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즉, “정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달러는 금융 부문과 암호화폐 기업이 발행하는 안정적 코인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예컨대, 월가에서 로비를 담당하는 기관인 은행 정책 연구소(BPI)를 운영하는 그렉 배어는 “연준의 연구는 CBDC의 이점을 약화하고 대신 CBDC가 금융 시스템을 어지럽히고 소비자와 기업을 해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의 또 다른 은행그룹인 미국은행협회(ABA)는 자체 서한에서 디지털 달러에 대해 “은행 자금 지원의 71%를 차지하는 예금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 이동할 위험이 있다”고 힐난했다. 협회는 “그것은 은행 부문의 자금 조달 비용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극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계했다.
이미 중국은 가장 먼저 CBDC를 제도화하는 등 디지털 화폐는 점차 하나의 추세로 번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CBDC 발행을 연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미국도 연준을 중심으로 이를 적극 검토하는 한편, 최근에 와선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연준은 “이를 추진하는 담당자들은 중립을 지키도록 조심하고, 어떤 계획이라도 의회와 행정부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디지털 달러를 도입할 만한 논리를 개발해왔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 부의장으로 마이클 바를 선출하면서 한층 속도가 빨라졌다. 그 때문에 지난 주 바는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두고 의원들과 장시간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그의 언행 하나하나가 시중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진통 끝에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다른 신임 연준 이사들과 함께 취임 선서를 함으로써 ‘바이든 지명자의 시대’, 즉 CBDC 발행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디지털 달러는 의회 청문회와 입법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연준의 이같은 CBDC 움직임을 가속화할 만한 법안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존 스테이블 코인과 CBDC의 관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등 이미 디지털 화폐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스테이블 코인이 디지털 달러와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더욱 그 가능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월가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월가 로비 단체인 은행정책연구소는 “CBDC를 지지하면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논리 중 하나는 CBDC가 금융 포용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CBDC가 저소득 및 중간 소득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는 사례를 알지 못한다”며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