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블록체인 플랫폼 통해 가상자산 거래 및 결제 시스템 구축 등
금융계, 블록체인 핀테크와 합작 등으로 가상자산 상품화에 박차
[애플경제 김향자 기자] 최근 ICT기술에 주력해온 테크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이 모두 가상자산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메타, 페이팔, 트위터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결제 서비스에 가상자산을 포함하거나 NFT 기능을 도입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가상자산 수탁이나 자산관리 서비스, 투자상품 출시 등 가상자산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이 펴낸 연구보고서 ‘자본시장 포커스’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빅테크를 중심으로 플랫폼과 자사 서비스를 연계하며 가상자산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기관들도 디지털 플랫폼화를 추구하며 가상자산 사업에 진입하고 있다.
그 중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회사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상자산을 연계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카카오는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를 통해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메신저와 연동된 가상자산 보관 기능의 지갑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여 계열사의 사업 및 서비스와 연계하고 있다. 네이버도 계열사 플랫폼의 서비스와 NFT 기술을 연동시켜 자사 가상자산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네이버페이를 통한 NFT 결제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 국내 시중은행들도 블록체인 핀테크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현재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간접 진출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시험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가상자산 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연구원은 또 “증권사들은 자체 사업 방식은 아니지만,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자산 유동화증권(DABS) 매매 및 투자 사업에 우회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특히 핀테크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디지털자산 수탁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 해외는 어떠할까. 글로벌 빅테크기업들은 국내 기업들보다 더욱 활발하다. 기존 시스템에 NFT를 도입하거나, 결제 서비스를 필두로 가상자산을 추가하며 금융시스템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그 중에서 메타는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체 금융 사업부문인 ‘메타 파이낸셜 테크놀로지’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되는 토큰 형태의 자체 가상자산인 ‘저크벅스(Zuck Bucks)’를 개발 중이다. 결제 전문 기업 페이팔도 지난해 3월 페이팔 지갑 내에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이용하여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Checkout with Crypto’를 출시했다.
트위터 역시 자사 상품인 팁스(Tips)에 가장자산으로 송금할 수 있게 했다. 2022년 1월에는 자사 서비스에 NFT 관련 기능을 추가했고, 4월에는 간편결제 기업 스트라이프와 협업하여 트위터 내에서 USDC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지원을 시작했다. 구글도 디지털카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을 사용하여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빅테크는 또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기술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방법도 구사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 컨센시스에 투자하였으며, 페이팔은 가상자산 수탁회사인 커브를 인수하고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개발하고 있다. 구글은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인 디지털에셋, 블록앱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였으며, 최근에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백트, 코인베이스 등과 제휴를 맺고 제휴사의 직불카드와 구글페이를 연동하여 가상자산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은 이같은 가상자산 사업화를 위한 흐름 가운데 “금융회사와 테크기업 간 경쟁과 협력 체제가 공존하며 시장을 확장해나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적시했다. 즉, 전통적 금융기관들은 금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시키거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강화함으로써 빅테크들의 금융분야 진출에 대응하고 있다.
반면에 테크기업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고객확보 및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력을 보완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테크기업은 전통 금융기관의 금융 노하우를 접목하며 서로 윈윈을 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금융회사와 테크기업 간 경계가 약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한금융과 KT는 지난 1월 지분투자 및 업무협약을 맺고 NFT 기반 가상자산 발행 및 거래 플랫폼 구축 공동사업, 전자문서 사업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일부 카드사의 경우 빅테크나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NFT 발행 및 조회 기능과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가능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다만 국내는 현재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어 있지 않아 금융회사가 주도적으로 가상자산의 사업화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특히 증권사의 경우 가상자산 신사업에 대한 기회를 탐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증권사의 경우 부동산 DABS 플랫폼들과 제휴를 맺고 일종의 증권형토큰(Security Token Offering: STO)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주로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 관련 핀테크와의 업무협약 형태가 대부분이고, 가시적인 가상자산 사업모델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연구원은 또 “국내 금융기관들의 가상자산 사업화는 향후 규제당국의 제도 마련 여부에 따라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만일 가상자산 신사업 육성을 위한 업권법 제정이 이루어진다면 중장기적으로 다양한 신규 비즈니스가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