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테크, 온라인 플랫폼 불법․유해콘텐츠 차단 너머 “디지털 민주주의 회복”
미국 조야도 “제도 도입해야”…국내서도 “유사 법규 필요, 유해콘텐츠 제거” 목소리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지난 주 유럽연합(EU) 의회에서 최종 확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빅테크의 유해 콘텐츠 등에 대한 벌칙이나 규제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터넷에 대한 유럽헌법’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디지털 문명의 기본법으로까지 격상되고 있다. 이는 비단 유럽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국가들, 그리고 우리로서도 벤치마킹할 만한 ‘디지털 기본법’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유럽의회를 통과한 직후 각국 주요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아직은 EU의 각 회원국 의회의 최종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현재로선 대부분 국가들이 동의하고 있어 사실상 강행법규로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DSA는 온라인 시장과 질서에 대한 매우 상세하고도 촘촘한 규제와 지침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 알려진 DSA의 주요 내용은 △적용 범위와 감독 및 벌칙 △콘텐츠 조정 및 시장 규칙, △VLOP(대형 온라인 플랫폼)/VLOSE(대형 온라인 검색엔진)에 대한 추가 의무, △광고에 대한 제한, △서비스 가입과 취소에 대한 규정, 그리고 △어두운 무늬 사용 금지와 같은 세심한 규정도 들어있다.
DSA는 EU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온라인 중개업자에게 적용된다. 물론 그 주요 대상은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MS 등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들이다. 이들에 대한 각종 규제와 벌칙, 감독 조항이 DSA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에선 “‘매우 큰 온라인 플랫폼’(VLOP)과 ‘매우 큰 온라인 검색 엔진’(VLOSE)에 대한 추가적인 ‘더 엄격한’ 요건과 함께 ‘관련 서비스의 성격과 사용자 수’에 비례하도록 의도되었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빅테크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EU 권역에서 월 4,5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는 VLOP 또는 VLOSE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음악 스트리밍 대기업인 스포티파이(Spotify)를 포함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에 해당된다. EU의 감독위원회는 “내부 시장에서 신생기업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보호하기 위해 EU에서 월 4500만명 이하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영세기업과 중소기업은 특정 새로운 의무를 면제받게 될 것”이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이를 위해 별도 위원회가 VLOP와 VLOSE에 대해 감독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이는 기존의 EU의 GDPR(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규정과는 별도의 감독 및 집행 기관을 만든 셈이다. 그러나 각 회원국 차원에서 국가 기관들이 DSA를 더 넓은 범위로 확장, 감독과 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이다. EU 의원들도 애초 “이 협정이 기존의 디지털 규칙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원칙’만을 명시하고 있다”고 규정한 것도 그런 의미다.
유럽 의회에 따르면, 디지털 서비스 수신자가 빅테크나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의한 침해로 인해 손해나 손실을 볼 경우는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도 있다. 이 경우 DSA 위반에 대한 벌금은 한 기업이 전 세계에서 거두는 연간 매출액의 최대 6%까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콘텐츠 조정 및 시장 규칙’ 조항도 핵심 규정 중 하나다. 특히 콘텐츠 조정방안은 DSA를 애초 제정하게 된 ‘유해 내지 불법 콘텐츠 퇴치’라는 명분과 직결되는 것이다. 즉 불법 콘텐츠의 ‘빠른’ 제거를 위해 규칙을 조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럽의회는 이에 대해 “사용자들이 온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이 유포하는 불법 콘텐츠를 신속하게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명확한 통지와 조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이 조항은 또한 사이버 폭력의 피해자들의 보호와 피해 예방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특히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마구 올라오는 음란물이나 동영상 등으로부터 이더 잘 보호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규정은 또한 온라인 시장에서 불법 내지 유해한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그래서 온라인 플랫폼과 빅테크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의무 조항을 여럿 설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 위원회는 DSA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판매자에게 ‘주의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판매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표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유럽 의회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자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검사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면서 “무작위적인 방법을 포함한 불법 콘텐츠가 그들의 플랫폼에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나 대형 검색엔진 등에 대한 추가적인 의무조항들도 마련되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유럽 위원회와 회원국의 감독 기관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정밀 조사할 수 있으며, 특히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접근할 수 있다. DSA는 또한 VLOP의 콘텐츠와 서비스가 “생성하는 시스템적 위험”을 분석하고, “위험 감소 분석”을 수행할 의무를 도입한다.
위원회는 이를 통해 “불법 콘텐츠의 유포, 기본권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민주적 프로세스와 공공 보안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 조작, 성별 기반 폭력 및 미성년자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과 같은 영역에서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VLOP/VLOSE는 의회에 따라 매년 독립적인 감사를 받게 된다.
또한 사용자의 일명 ‘추천 시스템’을 결정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대형 플랫폼들은 프로파일링에 기반하지 않는 옵션을 하나 이상 제공해야 한다. 그 동안은 종종 불투명한 패턴 기술을 적용하여 사용자를 피드에 대한 통제로부터 멀어지게 함으로써 합리적인 선택의 여지를 희석시켰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용자나, 사용자가 선택하는 모든 정보를 개선하기 위해 ‘추천 시스템’의 매개변수를 투명하게 할 것이란 얘기다.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광고에 대한 제한도 가해진다. 특히 사용자 프로파일링에 기반한 광고가 주요 대상이다. 미성년자 데이터의 처리를 금지함으로써 이 조항이 더욱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어 “플랫폼은 EU법에 규정된 미성년자의 개인 데이터 이용에 따른 광고를 제시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어두운 무늬’도 사용 금지된다. 이는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에만 적용되는데, 모든 유형의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는 아니다. 이에 대해 의회는 “온라인 플랫폼과 시장은 예를 들어 특정 선택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거나, 팝업을 방해함으로써 수신자에게 그들의 선택을 바꾸도록 유도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특히 “서비스 가입을 취소하는 것은 가입하는 것만큼 쉬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서비스법은 몇 주 안에 각 회원사들의 인준을 거쳐 오는 연말께 법이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앞으로 약 15개월이 지나야 빅테크를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회는 “콘텐츠 조정과 기타 거버넌스 규칙을 조화시켜 불법 콘텐츠 및 제품의 제거를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와 개인 정보 보호의 번거로운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대형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대한 자체 책임사항을 도입하여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편 DSA가 유럽 의회에서 최종 심의에 이르기까지 구글 등 빅테크의 EU 로비는 상상 이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들 거대 기업들은 그러나 결국 주요한 디지털 규제 조항을 삭제하거나 통과를 완전히 막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DSA에 대해 유럽 의회와 집행위원회는 “항상 오프라인에서 불법이 되는 것이 온라인에서 불법이 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목표이며, 비로소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다른 EU 의원들은 DSA를 “세계 최초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한 법으로서, 일종의 인터넷을 위한 유럽 헌법”이라고까지 추켜세우고 있다. 이에 미국도 상당한 자극을 받은 듯한 분위기다. 미국의 베스타거 전 미 국무장관, 상원의원, 전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 등 저명한 인사들은 DSA가 통과된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유럽이 DSA를 제정한 것처럼 (미국도) 너무 늦기 전에 설명할 의무 주어지지 않는 허위정보와 극단주의를 차단하고 세계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제도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