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만에 35% 하락, “가입자 20만 줄고, 2분기엔 200만명 감소”가 결정타
“치열한 글로벌 스트리밍 경쟁이 넷플릭스 성장 발목” 평가도
구독료 치중 넷플릭스 “앞으로 광고 버전 옵션 대거 제공” 전략 수정
“넷플릭스 광고 전략으로 전환?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 큰 영향”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지난 19일(현지 시간) 넷플릭스 주가가 35%나 하락하면서 미 증시는 물론, 세계 주식시장과 글로벌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하락폭으로서 일각에선 ‘넷플릭스의 절체절명의 위기’로까지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세계 스트리밍 업계의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20일부터 이틀 간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 유력한 외신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헤드라인 내지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번 분기, 즉 4월~6월에도 전 세계 가입자 200만 명을 잃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지난 1분기(1월~3월)에 지난해 4분기보다 가입자가 20만명 줄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이처럼 2004년 이후 최악의 낙폭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자체 예상처럼 200만명이 줄어들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주요 투자자들의 반응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1월 넷플릭스 주식 300만주 이상을 사들인 억만장자 투자자 윌리엄 애크먼(William Ackman)은 19일 넷플릭스에 투자한 자신의 펀드가 손실을 보고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애크먼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넷플릭스가 자신의 펀드 수익률을 4%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약 4억 달러의 손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회사의 미래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다”고 애크먼은 낙심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의 주가는 이날 122.42달러 하락한 226.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S&P 500 지수로서도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에 다른 주요 스트리밍 종목들도 영향을 받아 이튿날인 20일엔 동반하락했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3.12달러(8.6%) 하락한 33.16달러를 기록했고 워너 브라더스도 그 뒤를 이었다. 디스커버리사는 1.48달러(6%) 내린 23.01달러에 거래됐다. 월트 디즈니는 7.33달러(5.6%)를 124.57달러로 내렸고 스포티파이 테크놀로지 SA는 14.92달러(11%)를 122.49달러로 내렸다.
이번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은 지난 2004년 10월 15일 “가입비를 인하하고, 당초 계획했던 국제 진출을 연기하겠다”고 밝힌 뒤 41% 하락한 이후 하루 낙폭으론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자사 시가총액이 543억 달러나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넷플릭스도 나름대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광고를 적극 늘리는 것이다. 애초 2년 전 넷플릭스는 “광고로 사용자를 착취하는 것이 아닌, 그저 즐겁고 편안하고 안전한 휴식이 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만 주력하겠다”며 사실상 광고를 배제하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를 위해 프리미엄 요금제의 경우는 아예 광고가 전혀 없는 내용이며, 오로지 구독료만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넷플릭스도 다급해진 표정이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주가 폭락 직후 “회사가 가까운 미래에 광고를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넷플릭스의 구독료 중심 운영방식을 뒤집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그 동안 광고가 지원하는 옵션을 제공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중 하나였다. 그러나 디즈니의 훌루는 오랫동안 광고에 주력해왔고,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사의 HBO Max와 디즈니+도 광고 지원 스트리밍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광고를 배제하면서 단지 구독료를 인상하는 전략으로 임했다. 하지만 스트리밍 옵션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더욱 가격에 민감해졌다. 특히 물가 상승으로 (스트리밍 요금과 같은) 절실히 필요하지 않은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게 투자자들의 우려다. 넷플릭스도 그래서 결국 “저렴한 가격의 광고 지원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트 디즈니사를 포함한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이미 그들의 플랫폼의 저렴한 광고 지원 버전을 제공하고 있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사의 WBD나, HBO Max, 컴캐스트사의 CMCSA 등이 그런 경우다. 디즈니는 또한 2022년 말까지 주력 서비스인 디즈니+로 그렇게 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거의 2억 2천 2백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넷플릭스는 경쟁사들보다 훨씬 더 큰 광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넷플릭스가 장기적으로 광고만으로 30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광고주들이 전통적인 TV에서 스트리밍으로 광고비를 이전하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이번에 광고 지원 버전을 강화하겠다는 넷플릭스가 이러한 변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투자 전문가의 말을 빌려 “넷플릭스가 광고 지원 계층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좀더 신중하게 대처하는게 좋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광고가 없는 경험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 동안 넷플릭스에선 “전통적인 TV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대량의 광고가 지원되는 옵션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면서 사용자들에게 줄 부정적 영향도 예상했다.
또한 광고가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이젠 광고가 있는 저가 요금제로 다운그레이드하는 경향이 늘어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익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는 이에 대해 “대폭 할인 혜택으로 신규 가입자를 충분히 추가해 고객층을 넓힐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단 광고를 옵션으로 한 저가 요금제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인다”고 예상하는 한편, “이에 대비해 저가일지언정, 사용자들이 어디서든 만족할 수 있는 대규모 인프라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켠에선 넷플릭스가 광고 버전 옵션을 확대하기 위한 자체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기보다는 애드테크놀로지, 즉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본사는 품위있는 운영을 기조로 하면서, 다른 업체와 화려한 광고 매칭을 할 수 있다. 본사는 그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그 가능성을 높일고 있다.
다만 광고 구매자들이 넷플릭스에서 광고 경험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아직 나온게 없다. 현재로선 드라마나 쇼가 시작되기 전에 광고가 방영될 것인지, 프로그래밍 전반에 걸쳐 확산될 것인지, 혹은 어떤 빈도로 광고가 어떤 콘텐츠에 등장할 것인지, 아니면 전부 또는 일부 콘텐츠에만 나타날 것인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광고 버전을 확충함으로써 현재의 위기 국면을 탈출한다는 전략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사실 올해 들어 주가가 폭락한 게 두 번째다. 지난 1월 넷플릭스가 1년 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가입자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을 때 넷플릭스의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결국 이번 하락폭을 포함하여 올해만 62%나 하락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사실 동안 ‘코로나19’로 돈방석에 앉으며 승승장구했다.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로 가게된 지난 1년 동안 다른 경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규제 완화와 날로 치열해진 경쟁은 넷플릭스 성장의 장애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주가하락과 그로 인한 광고전략 수정은 향후 광고시장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광고주들은 그 동안 기존의 TV에서 벗어나 스트리밍을 선호해하며 옮겨왔다. 넷플릭스측은 “넷플릭스가 전통적인 TV 광고 캠페인에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거나, 더 표적화된 일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는 광고주들에겐 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자평하며, “넷플릭스 역시 극도로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 광고주들에게 그 가능성을 최대한 어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현지에선 어느 누구도 넷플릭스가 구독자를 많이 놓칠고 이로 인해 주가가 폭락할 것이란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분위기다. 온라인 브로커인 스위스 인용은행의 이펙 오즈카르데스카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가입 둔화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대거 잃어버린 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털어놓았다. 그 만큼 충격이 크고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클 것이란 얘기다. 그런 와중에 최근 트위터 인수에 430억 달러를 배팅하며 혈안이 된 일론 머스크가 넷플릭스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해 이번 ‘넷플릭스 사태’는 또 다른 국면 전환을 예고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