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MS 등 콘서트, 푸드트럭, 복지 프로그램 등으로 ‘직원 달래기’ 안간힘
R.T.O 통보에 경직된 조직문화, 실적 경쟁 피해 대대적인 ‘퇴사 열풍’ 이어져

사진은 최근 '대퇴사'로 홍역을 앓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가 대거 기술과 제품을 출시했던 CES의 기술설명회 광경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사진은 최근 '대퇴사'로 홍역을 앓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가 대거 기술과 제품을 출시했던 CES의 기술설명회 광경으로 본문 기사와는 직접 관련없음.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미국에선 이른바 ‘대사직’ 혹은 ‘대퇴사’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이를 만류하기 위한 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선 2년 만에 회사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갖가지 회유책과 복지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R.T.O(Return To Office)에 대한 거부감이 빚은 풍경이다. 이는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우리 기업들로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2년간의 화상 회의와 채팅에 의한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예전의 사무실 책상으로 돌아오는 직장인들이 큰 부담과 거부감을 보이거나, 아예 퇴사하는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를 방지하거나 위무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이 달 중에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근처의 원형 극장에서 구글 직원들을 위해 공연을 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월 말에 워싱턴 레드먼드에 오프라인 사무실을 다시 열었을 때, 직원들을 위해 지역 밴드의 음악, 맥주와 와인 시음회, 그리고 테라리움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다.

구글 직원들 대부분은 이 달에 그 동안 비어 있던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은 종래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일하세요”라는 사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또 끊임없이 회의를 열면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적을 강요하던 분위기도 없어졌다.

칩 제조업체인 퀄컴은 직원들의 회사 복귀 첫 주를 맞아 샌디에이고 사무실에서 수천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무료 음식, 음료, 티셔츠를 제공하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측이 아닌 직원들로선 ‘행복한 시간’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회사는 또 ‘Take a Break 화요일’ 행사를 갖고, 팝업 스낵 가판대와 ‘Wellness Wedday’에 대한 그룹 피트니스 클래스와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역시 워싱턴에 있는 법률 소프트웨어 회사인 이미지클리오(ImageClio)사는 아예 직원들에게 “사무실 복귀는 개인 선택에 맡긴다.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지했다. 대신에 지난 주에 사무실에서 대대적인 파티를 열었다. 회사측은 “이러한 축하와 혜택은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회사가 알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즈’에 밝혔다.

뉴욕타임즈가 인용한 컬럼비아 대학의 경영대학 교수인 아담 갈린스키는 “적어도 현재로선 기업들이 당근 대신 당근을 택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집에 계속 머무르는 것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보단,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에 대해 보상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에는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술 회사들은 ‘경이로운’ 사옥과 편의시설, 그리고 온갖 장식과 화려한 부대시설로 번뜩이는 사무실을 짓곤 했다. 그러나 “직접 만나서 협업하는 것이 창의력을 기르고, 혁신을 고무하며, 공동의 목적 의식을 심어주는데 더 낫다”는 오랜 믿음이 ‘코로나19’와 재택 및 원격근무로 깨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새삼 많은 회사들이 건물과 빈 칸막이를 포기하도록 강요했다. 대신에 재택과 원격근무가 오히려 생산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래서 R.T.O.는 이제 직장 복귀를 의미할 뿐 아니라, 원격 근무와 오프라인 출근 중에서 어느 쪽이 기업의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가름해야 하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신 R.T.O를 감행하는 실리콘 밸리의 기술 회사들은 각종 콘서트나, 푸드트럭, 그리고 각종 선물 공세 등으로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그러나 많은 회사들이 이젠 코로나 안전 규정을 완화하고 있어 일부 직원들은 서둘러 돌아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특히 경직된 직장 문화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R.T.O의 미래를 비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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