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분석과 예측 뛰어넘어 사용자나 상황의 맥락을 기계에 접목
사용자의 취향, 감성, 기분, 심리적 배경,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최근 국내에선 사용자의 '맥락'을 적용한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최근 국내에선 사용자의 '맥락'을 적용한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지능과 감성을 겸비한 ‘맥락기술’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맥락기술은 사실(Fact) 검증이나 탐색에 그치지 않고, 그런 사실이 벌어지기까지의 의미, 행간의 상황 판단, 심지어는 사용자 혹은 소비자의 감성과 정서까지 고려한 고도의 스마트기술이다.

예를 들어 차량의 도착시간이나 잔여 좌석 수를 알려주는 버스 정류장의 안내판은 자동화 수준의 기술이다. 승객이 버스를 오르내릴 때마다 교통카드를 찍는 횟수와 버스의 크기에 따른 좌석수를 서로 빼거나 더함으로써 잔여 좌석 숫자가 계산되고, 이를 다음 정류장의 안내판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승객의 탑승과 하차 숫자, 전체 좌석 숫자에 기반한 ‘사실’을 파악하는데 그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특정 사용자의 실시간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하는 것이 맥락기술이다. 자신의 약속 시간에 맞춰 집앞 혹은 직장 근처 어느 버스 정류장에 ○ 분안에 ○번째로 오는 버스를 타면 약속 장소인 ○○커피숍에 5분 전쯤 도착할 것이라고 예고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스타트업 중에선 이런 맥락기술이 초보적 기능을 지닌 스마트 워치를 개발, 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역시 맥락기술을 이용한 교육 기자재를 개발 중이라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맥락기술은 교육이나 금융, 비즈니스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교육 분야에선 학습자의 습관이나 정서, 감정 등을 고려한 학습기기가 곧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학습 태도와 습관, 특정 학습 사항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 등을 고려해 이를 교정해주거나, 때론 학습자의 기분과 버릇을 고려한 효율적인 공부 방법 등을 지도해준다는 얘기다. 기계로 되 가정교사나 다름없다.

이는 금융이나 비즈니스에도 멀지 않아 도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기업체의 의사결정이나 시장 전략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에 부합하는 특정 계층의 소비자 정서, 심리 등 ‘인간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한 시장 계획을 짤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스타트업 관계자는 “단순히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유동적인 소비자 성향과 시장 흐름을 읽어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즉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심리적 배경, 사회․경제적 환경, 소득 수준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선택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AI나 알고리즘 설계 단계에서부터 기계 학습 과정에 얼마만큼 인간 사회의 ‘맥락’을 주입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진다”는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엔 기존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술에 ‘맥락’을 더하여 좀더 현실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실감나는 행동과 재연을 가능하게 하는 메타버스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가 속한 환경이나 개인적 취향을 하나의 ‘맥락’으로 표현하여 OOK(온오프 키잉) IR(적외선) LED 마커 알고리즘을 통해 시스템에 전달하는 마커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가상 객체를 변경하기 위해 즉석에서 마커를 조작할 수 있고, 여러 개의 가상 객체에 대하여 동시에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즉 가상현실에서도 ‘현실’의 사용자가 지닌 맥락 그대로 동작하고 상호작용하며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에 관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혜미․류남훈․김응곤 순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연구팀은 ‘증강현실에서 OOK 기반의 맥락 데이터 생성 및 추출 기술’이라는 논문을 통해 ‘맥락 데이터’ 개념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맥락 데이터는 마커가 내포하고 있는 정보의 묶음으로, 마커 디지트 영역의 IR LED에서 빛으로 표현되는 신호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예컨대, 16bit 맥락 데이터의 개념도를 보면 4bit 단위의 블록집합으로 되어 있고, 블록의 순서는 IR LED의 배치 순서와 매칭하여 각 IR LED가 나타내야 할 데이터를 담는다”고 그 구조와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데이터경제가 첨단화될수록 한층 구체성을 띠며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즉, 일상과 접목되는 ICT기술과 AI, 메타버스에 맥락을 이해하고 메타 데이터를 추출하는 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혹은 이미지나 텍스트, 상황 등에서 맥락을 인식하는 AI 기술을 둔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 순천대 연구진은 증강현실의 사례를 들어 맥락기술의 실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즉 “(맥락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속한 상황(과 맥락)을 가상 객체에 적용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맥락에 맞게) 가상 객체의 디테일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 시스템과의 확장된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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