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AI, 3D프린팅 등 적극 활용해야”
매장 자동화, 자동 결제시스템, AR․VR 기술 접목, 로봇 자동화 등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30대 직장인 P씨는 한 편의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매장 직원 얼굴도 못본채 그냥 인공지능 로봇을 통해 물건을 고르고 결제를 한 후 매장을 나왔다. P씨가 미처 느끼지 못했지만, 그가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다양한 디지털 기술이 그를 둘러싸고 작동하기 시작했다. 고객 안면인식 기술이 먼저 P씨를 체크하고, AI무인판매 로봇이 P씨를 상품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이후 스마트 결제 솔루션이 작동했고, P씨가 상품을 고른 후 그의 표정과 만족도 등을 이미지․모션 센싱이 동시에 실시간으로 살폈다. P씨가 가게 문을 나간 후에도 그에 관한 고객 진단 기능에 의해 그에 관한 정보가 피드백되어 데이터로 저장되고, 데이터 마이닝 재료로 활용되었다.
이같은 ‘스마트 상점’이 국내에 등장한지는 이미 3년이 넘는다. 그러나 앞서 사례로 든 경우는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이다. 아직도 자영업자 내지 소상공인들은 디지털화 내지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이에 관한 인식이 낮은 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지난해 이후 소상공인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상공인들이 살 길은 디지털 전환”이라며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중소상인이나 소상공인들에게 IT․디지털기술은 아직 ‘남의 일’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소규모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숙박점업의 경우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3D프린팅 등 신기술을 활용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제조업의 경우는 전체의 0.2%에 불과하고, 도소매업이나 숙박․음식점은 이런 신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실정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스마트 상점과 스마트 매장 기법이 빠르게 정착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2~3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리테일 시장과 도소매업계를 중심으로 나름대로 디지털화를 위한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정부도 전통시장, 상점, 공방 등 소상공인 생업 현장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대면 판매 중심의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온라인 배달, 무선 결제 시스템, 가상현실(VR) 지도 등을 도입한 이른바 ‘디지털 전통시장’을 조성하고 있다. 또 외식 업체나, 카페, 미용실 등에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을 적용해 영업과 서비스 혁신을 도모하는 스마트 상점을 보급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수작업 위주의 공방에도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고, 사물인터넷 등 데이터 수집과 연계를 위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공방도 보급하고 있다. “나아가선 하나의 상권에 디지털 전통시장과 스마트 상점, 스마트 공방 등 디지털 기술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디지털 상권 르네상스도 조성하고 있다”는게 중기부의 계획이다.
그나마 빅데이터 플랫폼, 결제 시스템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매장 인프라를 갖춘 스마트 상점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들 매장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인공지능 기반으로 예상 매출과 고객을 분석하고, 업종별 유망 상권을 가늠하고 있다. 또 당국의 지원으로 간편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온라인 쇼핑몰과 배달 앱을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가상현실,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모범적 사례도 적지 않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대구의 치킨 전문점 ‘디떽킹’은 튀김 로봇을 도입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실수를 줄이고, 일정한 맛을 유지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또 튀김 로봇을 도입한 후 고객이 3배, 월 매출은 2천만 원, 고용 인력은 2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인천의 피자 전문점 ‘피자 이탈리 루원시티점’은 서빙 로봇과 테이블 오더 방식을 도입한 케이스다. 이를 통해 매장 혼잡도를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들은 대기 시간 동안 3D프린터를 이용해 장난감을 만드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서빙 로봇과 테이블 오더 방식을 도입한 후 주문과 배달은 3배, 매출은 4배, 직원은 3명에서 8명으로 증가했다.
이동식 가발 숍 ‘동행헤어’는 50여 가지 가발 스타일을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 미러로 구현한 케이스다. 최신 트렌드 스타일과 색상 선택, 피팅 등 시뮬레이션을 통한 맞춤형 가발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스마트 미러 도입 후 매출이 23% 늘었고 체인점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소개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업종이나 점포별 특성에 따라 지난 2020년 전국 100여 곳의 자영업체와 사업장에 스마트 미러, 풋 스캐너 등의 스마트기술을 보급하고, 1,000여 곳의 소상공인 상점에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주문 및 결제 시스템 등의 스마트오더 기술을 보급했다. 그 후 매년 비슷한 규모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이들 소상공인들에게 스마트광고,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3D스캐너, 키오스크, 스마트오더 등의 마케팅 수단과 기기도 보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