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 생태계를 아우른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
생산과 부품 등 공급망, 제도와 인프라, 시스템 등을 갖추고 충족시켜야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 Urban Air Mobility) 등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을 둔 경쟁이 뜨겁다. 아직은 출발 단계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만큼 기술 경쟁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다툼도 치열하다. 그런 가운데 이 분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결국은 모빌리티 시장의 최후 승자는 생산능력과 같은 하드웨어나 기술이나 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생태계를 먼저 장악하는 자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단순히 기술과 생산공정, 단기간의 시장만을 겨냥해선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외적 환경과 소비 성향, 법과 제도적 환경에 적합한 마케팅, 유통 경로 등을 두루 망라해야 하는 것이다. 테슬라는 그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수 년 전만 해도 전기차 시장공략에 나선 테슬라에 대한 반신반의의 시각이 많았다. “생산라인이나 하드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오래 가진 못할 것”이란 회의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오늘날 테슬라는 당분간 필적할 만한 대항마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 위상을 누리고 있다.
테슬라는 알루미늄 주조 방식의 생산기법이나 부품 자체 생산 등은 물론, 설계와 탭리스 배터리 등에 이르기까지 차별화를 기하는데 성공했다. 또 일론 머스크 개인의 카리스마도 작용한 브랜드 이미지와 중국 시장 공략,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시장 접근, 종전 완성차업계와는 다른 운영 시스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도요타․GM 합작 공장을 인수, 가동하면서 처음엔 도요타 인맥과 인력을 그대로 흡수했다. 그러나 이들 완성차 업계 출신들의 공장운영 방식을 타파하고, 종래 수동 방식의 소프트웨어 운영이 아닌, 전면 로봇 자동화 등으로 첨단 공정을 실현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새로 짓고, 유럽에도 대규모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그래서 “2030년까지 연간 2천만대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머스크는 장담한다. 물론 두고 볼 일이지만, 독보적인 위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테슬라는 단순한 생산과 판매 수준을 뛰어넘는 전기자동차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런 만큼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전기차 뿐 아니다. 자율주행 분야나 새로운 미래산업인 UAM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서 한국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오늘날 테슬라에 탑재된 수준의 기술을 시범보인 적이 있다. 당시 한민호 고려대 교수가 여의도에서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자율주행기술 관련 기업 20위권 중 한국 기업은 없다. 이를 두고 김동영 KDI 수석연구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 동안 기술 외적 요인, 즉 자율주행차의 생태계를 고민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그 원인을 꼽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즉 자율주행기술의 수요를 고려하고, 이를 충족시킬 공급망과 시장 환경, 소비자 지형 등을 면밀히 살피며, 이를 기술과 접목하는 ‘비전’의 부재라는 지적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전개될 UAM 시장도 마찬가지다. UAM과 자율주행기술은 필연적으로 하나일 수 밖에 없다. 복잡한 도심을 피해 빌딩 숲 사이나 상공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실현하기 위해선 수많은 조건변수를 해결하거나 극복해야 한다. “과연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도시 교통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소비자 내지 시민들에게 어떤 편익과 안전성 등을 보장하며, 관련 법규와 제도는 어떨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상용화되고 있는 전기차 생태계를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물량 면에선 중국이 세계 전기차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주도 하에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중국의 전기차 생산회사는 100여 개에 달할 정도였다. 그 기술력 또한 만만찮다. 또 넓은 국토를 종횡무진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수 만 개의 배터리 교환식 충전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전기차 시장은 이미 중국이 미국 등을 따돌리며 1인자 자리를 굳힌지 오래”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섣부른 평가’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 세계 전체에 보급된 자동차는 20억대 가량이지만, 그 중 전기차는 400만 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 만큼 “아직은 전기차 시장이 출발 단계인 만큼 두고 볼 일”이라는게 또 다른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본고장이라고 할 미국 시장이 전기차에 관한 한 아직은 ‘닫혀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기도 한다.
즉 전기차는 소형, 단거리에 적합하지만, 대륙을 누비는 장거리, 대형차를 원하는 미국 내 소비자들에겐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아직도 내연기관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회주의 특성상 중앙정부가 경제와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중국과는 다른 점이다.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을 짓고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작 미국 시장에선 아직 만족할 만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미국 전역에 50만 곳의 전지차 충전시설을 확충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생태계의 한 부분인 충전망과 함께 공급망도 더욱 확충될 것이란 예상이다. “만약 어느 시점에 전기차 구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대중화가 되고 시장이 확장될 것”이라는게 이런 예상을 하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즉 아직은 미흡한 미국의 전기차 생태계가 완전히 구축되고, 그렇게 되면 중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확장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구도는 앞으로 본격화할 자율주행차나 UAM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시설의 혁신과 기존 노동력의 적절한 배분, 부품 등 공급망의 안정적 순환, 대중화를 뒷받침할 사회적 인프라 등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단순히 생산능력과 기술에 그치지 않고, 생태계를 아우른 경쟁력을 갖추는게 최종 승부의 관건”이라는게 이 분야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