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지원으로 테슬라 현지 공장, 스페이스X와 중국기업 연계
텐센트 테슬라 지분 소유, 인권탄압 신장 위구르에 현지 전시장 개설
미 의회 “국가안보 도외시한 행태” 규탄, 각종 법안으로 규제 나서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를 멀리하거나 경계하고 있는데 반해, 지나치게 친(親)중국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거세다. 특히 워싱턴 정가에선 머스크가 중국과의 사업 제휴를 통해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의회 일각에선 “머스크와 중국 간에 거래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베이징이 테슬라의 핵심 비밀에 접근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친중국 태도는 특히 친기업적 성향을 띤 공화당 의원들을 포함해 워싱턴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우려의 초점은 중국이 자국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스페이스X의 해외 공급업체를 통해 그 기밀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의회 일각에선 또 스페이스X와 테슬라, 양사 간의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로서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광범위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현지에서 중국에게 필요한 첨단 배터리 패킷을 개발했고, 중국은 머스크가 원하는 저렴한 배터리 기술을 제공했다. 그야말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격이다. 이런 미국 조야의 우려는 최근 중국의 우주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 나왔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관계가 강화되면서 더욱 미국과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테슬라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데, 이는 중국 공산당과 시 부주석의 지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당국은 머스크에게 테슬라 차량과 배터리 팩을 생산하는 상하이 공장을 위해 2019년 저금리 대출, 저렴한 토지 및 기타 인센티브를 주기도 했다. 또한 2018년과 2019년 초 테슬라는 미국 제조공장의 부실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때도 중국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테슬라의 2021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에 중국 은행으로부터 두 건의 대출을 받았는데, 여기에는 상하이 공장 건설을 돕기 위한 14억 달러의 시설도 포함되어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이 협정에 따라 은행 부채 6억1400만달러를 갚을 수 있었다.
이같은 밀월관계는 워싱턴 정가와 백악관을 더욱 불만스럽고 불안하게 한다. 미 의회 크리스 스튜어트 의원은 중국 정부가 스페이스X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보위성을 발사하는 미 국가정찰국의 이에 대한 기밀 브리핑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가 중국과 어떤 형태로든 얽혀 있다면 누구나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의회로선 그 자세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며 브리핑 요구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머스크와 스페이스X, 테슬라의 대표들은 일절 논평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중국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텐센트홀딩스는 테슬라의 주식 5%를 매입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당시 머스크는 “이것은 단순한 투자 이상의 것”이라고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텐센트가 테슬라의 투자자이자 조언자로서 일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텐센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에서 금지하려 했던 위챗 메시징 앱을 소유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보안 검토를 받는 요주의 1호인 기업이다.
중국의 데이터 정책도 문제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첨단 기능을 제공하고 알고리즘을 훈련하기 위해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중국은 특히 이런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함에 따라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현지에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
백악관은 아직 머스크의 이런 행보에 대한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 라이몬도 미 상무장관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중국의 강압적인 관행, 반경쟁적 관행, 우리의 IP를 훔치려 하거나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를 훔치려 하는 관행은 확실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거래하는 모든 사업가들은 극도로 경계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사실상 머스크와 테슬라를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갔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공화당 최고위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래시)은 지난해 12월 중국이 제3자를 통해 우주기술 비밀에 접근할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특히 머스크의 중국 내 테슬라 사업장을 언급하며 “중국에 진출한 어떤 기업도 중국 공산당의 압력과 착취에 시달릴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이런 미 정가의 우려는 특히 머스크가 중국의 잠재적 안보 위험을 무시한 듯한 일련의 행보로 인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애초 미 의회는 중국의 신장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강제 노동으로 제조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위구르 신장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머스크는 그로부터 불과 몇 주 만에 신장 수도인 우루무치에 전시장을 열었다.
이에 대해 앞서 루비오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이 이 지역에서 대량학살과 노예 노동을 은폐하는 것을 돕고 있는 행동”이라고 트윗을 통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머스크는 이달 초엔 주미 중국대사를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테슬라 공장에 초청,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앞서 2021년엔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 비디오 링크를 통해 참석했으며,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이룩한 경제적 번영은 정말 놀랍다, 특히 인프라에서!”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머스크는 또 “중국은 매우 중요하다. 그곳 사람들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반면에 미국은 점점 더 안일해지고 있다.”고 ‘오토모티브 뉴스’ 팟캐스트를 통해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많은 미 의회 의원들은 “의회 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합법적인 국가 안보 우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태도”라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