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2 시리즈 (사진 : 삼성전자)
갤럭시 S22 시리즈 (사진 : 삼성전자)

[애플경제 진석원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논란에 고초를 겪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해명과 사과문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를 소비자 기만행위, 권리 침해 행위라며 인터넷 카페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방'을 개설하고 ' 카카오톡 '집단소송 톡방'도 만드는 등 집단소송 준비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스마트폰 구매자들이 지난 2일 개설한 네이버 카페 '갤럭시 GOS 집단소송 준비방'은 이틀만에 가입자수가 1300명을 돌파한데 이어 10일 기준 6500명을 넘어섰다. 카페 운영진은 법무법인 에이파트의 김훈찬 변호사 등 5명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집단소송 참여자 모집에 나섰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인당 30만원으로 책정됐다. 또한 소송은 갤럭시S22 사용자 뿐만이 아니라 GOS 기능이 탑재된 다른 기기 사용자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것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플래그쉽 모델인 갤럭시 S22가 '게임 옵티마이징 솔루션(GOS)' 기능을 강제했기 때문이다. GOS는 고사양 게임이나 앱 실행 시 발열과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기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기능이다. 화면 밝기와 해상도, 초당 프레임 수, CPU 및 GPU 성능 등을 조절해 발열관리와 배터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다만 이러한 성능 저하를 기기의 상태에 맞게 천천히 낮추는 것이 아니라 앱을 사용하는 순간부터 확 낮추고 시작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실 GOS 기능은 갤럭시S22 외에도 2016년 모델인 갤럭시 S7부터 삼성전자의 대부분 스마트폰 모델에 적용되어 있다. 문제는 갤럭시S22에선 이를 '강제'했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사용자들이 원하면 유료앱 등을 통해 GOS 기능을 비활성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갤럭시S22는 운영체제(OS)가 안드로이드 12 'ONE UI 4.0'으로 업데이트된 이후 GOS 비활성화 자체를 막아버리면서 사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안드로이드12 업데이트 이후 GOS의 성능 저하 정도가 커졌다는 반응도 많다. 이전에는 일부 고사양앱을 사용하는 헤비 유저들에 한해서만 불만이 제기되었으나 업데이트 이후 체감 정도가 커지면서 일반 사용자들까지 논란에 참여하고 있다.

전자기기 CPU의 성능을 판별하는 플랫폼인 긱벤치(Geekbench)에서 테스트한 결과 GOS가 켜진 갤럭시 스마트폰의 성능은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 확인됐다. 싱글코어의 성능은 53.9%, 멀티코어의 성능은 63.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특히 GOS에 따른 성능 저하 수치가 최신 모델로 갈수록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신모델인 갤럭시S22울트라가 2년 전 모델인 갤럭시S20울트라보다 낮은 성능을 보였다.  

또 유명 IT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들도 직접 성능을 실험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삼성 스마트폰은 게임 실행 시 약 30%~70%까지 성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S22 GPU의 공식 클럭(Clock)은 818MHz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성능 테스트에서는 200~300MHz 수준으로 나타났다. 클럭은 CPU의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클럭이 높을 수록 CPU의 성능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2년 전 출시된 갤럭시S20 FE 모델이나 중저가 모델인 갤럭시A52s 모델보다도 낮은 수치다. 특히 대표적 경쟁업체인 애플의 아이폰과 비교했을 때 5년전 출시된 아이폰7보다도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는 달리 뛰어난 성능과 퍼포먼스를 강조해 광고하고 강제로 성능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사용자들은 "플래그쉽 모델을 구매하는것은 그만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반쪽짜리 제품에 고객이 모르게 성능 저하를 걸어둔 폰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며 실망감을 표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두 차례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소비자 달래기에 나섰다.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통해 빠른 시일 내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먼저 논란이 일어난 GOS 기능에 성능 우선 모드를 추가할 계획이다. 

(사진 : 삼성멤버스 공지 캡처)
(사진 : 삼성멤버스 공지 캡처)

지난 4일 삼성전자는 삼성멤버스를 통해 "GOS에 성능 우선 옵션을 제공하는 업데이트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회사 측은 성능 우선 모드를 적용할 경우 CPU/GPU 성능 클럭 제한을 풀고, 단말 제어 온도 상향 시 초당 프레임이 약 10프레임 정도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업데이트와는 별개로 과열 시 일부 기능 차단 등 GOS의 기본적인 기능은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GOS 활성화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비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게임 유저의 환경을 고려해 지속적인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S22 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에 대해서도 최적화 SW 업데이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과문에 대해 "제대로된 보상책이나 대책은 없이 소극적인 태도."라며 불만은 여전하다. 한 소비자는 "광고에서는 최고의 성능이라고 강조하고 출고가가 100만원인 넘는 프리미엄 모델이 정작 성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라고 토로했다. 또 한 소비자는 "결국 160만원 짜리 하이엔드 모델이 50만원 대 중저가의 보급형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과문은 필요없고 배상이나 하라." 등 구체적 보상책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갤럭시S22 출시 초기, 개통 첫날에만 역대 최다인 30만대 이상이 개통되며 순항하던 삼성전자는 이번 GOS 논란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기술적인 문제로 시작된 논란이지만 이제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를 속인 삼성'이라는 딱지표가 붙었다. 애플도 2018년 배터리 성능 저하 논란으로 집단소송을 당한 바 있는데 이 배터리게이트는 지금까지도 애플의 원죄처럼 남아있다.

긱벤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성능지표를 분석하여 제시하는 벤치마크 목록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갤럭시S22, 갤럭시S21, 갤럭시S10 등 21개 모델이 모두 제외되어 벤치마크 차트에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4일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위 광고에 속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해주세요(GOS 이슈)' 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청원은 10일 기준 8485명이 참여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계속되는 논란으로 조사에 착수한 결과 삼성전자의 과장광고 제품에 대해 환불과 보상 조치를 해달라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의 조치도 경고나 수천만원 정도의 벌금으로 끝날 것이란 회의적 입장이 많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삼성전자에서 어떠한 변화와 해결책을 마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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