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층 조사 결과’, 수 일 간격으로 연속 공표 ‘눈길’
디지털 시대의 핵심…플랫폼 모빌리티, 미디어, 유통, 금융, 자동차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매셔블)
사진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매셔블)

[애플경제 김홍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디지털 시대의 주요 산업 지형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있는 산업 모니터링과 실태 조사 결과를 공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수 일 간격으로 국내 클라우드 시장 실태를 공개하고, 좀더 구체적인 현황 파악을 위해 심층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디지털 시대의 핵심산업이라고 할 플랫폼 모빌리티, 미디어, 유통, 금융, 자동차 등 5대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시장 규모=이에 따르면 우선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4조 2백억 원 수준에 달하면서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IaaS・SaaS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는 각종 IT 인프라를 사용량 기반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망라한다. 또 PaaS(Platform as a Service)는 소프트웨어(응용프로그램)를 개발, 테스트할 수 있는 컴퓨팅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는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 등을 아우른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는 기업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며, 전사적자원관리(ERP), 문서도구 등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현재 IaaS・PaaS 분야는 소수 시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SaaS 분야는 소프트웨어 분야별로 지배적 기업이 상이하다”며 2018년 기준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IaaS는 아마존 51%, KT 20%, LGU플러스 3%, PaaS는 MS 18%, 아마존 13%, 오라클 10%, SaaS는 SAP 9%, MS9% 더존비즈온 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또 “클라우드 사업자가 이용기업에게 △직접 서비스를 판매・공급하거나, △영업파트너사를 통해 위탁거래, 재판매 방식으로 서비스를 계약・공급하는 형태”임을 강조하면서 “일부 클라우드사는 클라우드(IaaS) 사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판매하면서 제3자의 소프트웨어도 중개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또 다른 자료를 통해 플랫폼 모빌리티, 미디어, 유통, 금융, 자동차 등 5대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도 공개했다. 이들 산업은 “ICT 접목, 산업간 융합, 신규사업자 진입 등이 활발히 이루어져 새로운 경쟁·불공정 이슈 등이 발생할 소지가 높은 업종”이라는게 공정위가 밝힌 선별 배경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플랫폼 모빌리티=그 중 플랫폼 모빌리티는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유차량과 이용자, 또는 운전자와 승객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택시 등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모바일 앱을 통한 호출·예약이 보편화되면서 플랫폼의 영향력이 지속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그 중 카카오 모빌리티가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GPS 위치지정, 자동결제 등 다양한 기능의 호출서비스 제공을 넘어 택시업, 택시가맹업 등에 직접 뛰어드는 등 저변을 빠르게 넓혀가는 중이다.

2015년 출시된 카카오T는 2021년 누적 가입자 수 3천만명(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도달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 티제이파트너스를 통해 9개 택시회사를 인수했다. 이 밖에도 택시가맹업에 다양한 기업들이 진출하여 현재 전국단위로 6개 택시브랜드가 운영 중이며, 배차시간 단축 등 플랫폼 간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6개 택시브랜드는 카카오T블루, 마카롱택시, 나비콜, 반반택시, 타다라이트, 우티택시 등이며, 이들이 전체 택시의 14.6%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향후 만능 교통앱 개념의 통합모빌리티서비스(MaaS)* 체계가 완성되면 플랫폼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라고 했다. MaaS(Mobility as a Service)는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 및 택시, 공유차량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하여 경로검색·예약·결제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미디어=이번 공정위 모니터링에선 특히 미디어 분야에서 OTT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TV를 대체하고, 장소에 제약이 없는 편재(ubiquitous) 소비가 일반화되면서 미디어 산업의 거래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르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전 세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의 시청시간과 광고매출수입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유료방송 플랫폼 역시 가입자 포화상태로 성장이 정체 중이란 얘기다. 반면에 “OTT는 기존 방송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다양한 사업자가 진출하기 용이하며, 국내 시장규모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요 사업자를 나열했다. 즉 방송사업자(구pooq, 티빙 등), IPTV사업자(웨이브, 시즌, U+TV모바일), 포털사업자(네이버TV, 카카오TV), 독립플랫폼 사업자(유튜브,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등이다.

공정위는 또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M&A나 투자·업무제휴 등을 추진하면서 기존의 수직적인 미디어 생태계(CPND)도 업역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다양하게 재편되는 양상”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옥수수와 POOQ,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KT스카이라이프-현대HCN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은 콘텐츠와 플랫폼, 네트워크, 단말기를 아우르는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자동차 시장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을 지향하며 급변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산업구조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르면 특히 IT기업이 자동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자동차업체와 IT기업 간 전략적 제휴가 늘어나는게 최근의 추세다. 실제로 미국의 알파벳, 중국의 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 등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또 GM이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하거나, 포드가 아르고 AI를 인수하는 경우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또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발전할수록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생산 분리 및 세분화가 진행되어 산업구조 개편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현재의 수직적 공급체계(완성차-1차-2차-3차 협력업체)는 첨단기술의 전파속도가 늦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기능 설계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완성차기업들은 전기차 부품 공수를 위한 M&A나 자율주행 기술기업과의 제휴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회사 설립이 대표적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분야 전문기술업체인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력하여 커넥티드카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부품업체들은 장래 명운이 걸린 미래차용 부품 생산·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자체대응 및 독자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정위가 IBK경제연구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할 경우 부품개수가 3만개에서 1만9천개 가량으로 줄어든다. 이에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29.5%가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유통산업 역시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중가하면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온 분야다.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을 비롯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제조·서비스 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온라인 유통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한 양상이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 홈코노미 확산 등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전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신선식품 등 거래상품도 다양화되었다.

특히 “유통산업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온·오프라인 간 경계가 희미해진 옴니채널로의 이행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공정위는 롯데쇼핑의 사례를 들었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2020년 2월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200곳(약 30%)의 폐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유통기업들도 연결성·편의성을 극대화한 슈퍼앱 전략을 시도하는 등 온라인·모바일 환경에서의 성장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으로 다수의 미니프로그램(쇼핑, 음식배달, 모빌리티 등)을 통합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고객의 유입과 체류시간을 늘려 마케팅 비용 절감 및 수수료 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카카오가 검색서비스·메신저에서 금융, 쇼핑, B2B,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전환한 경우나, 쿠팡이 쇼핑 중심에서 음식배달, OTT서비스 등으로 전환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한 “대형 유통사들은 자체 풀필먼트센터를 구축하거나 택배사와 제휴하여 빠른 배송을 구현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풀필먼트(fulfillment)는 상품보관 및 재고관리, 선별·포장·배송·반품 및 고객대응까지 일괄처리하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기준으로 쿠팡 29개, SSS닷컴 3개, 마켓컬리 5개가 운영 중이다.

그런 가운데 중소상공인들은 시장접근의 주요 통로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어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오픈마켓에 대한 의존도가 45.6%, 배달앱에 대한 의존도는 56.6%였다. 공정위는 “이같은 플랫폼 의존도 증가는 플랫폼을 보유한 대규모유통업체나 유통플랫폼업체의 다양한 행태(MFN, self-preferencing 등)의 경쟁제한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금융 분야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이런 기류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공정위도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핀테크, 빅테크 도입 등에 주목하며 그 변화 양상을 전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에 따르면 특히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이 경쟁하면서, 업역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는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연결성· 편의성, 기존 금융권과 차별화된 혁신적 서비스 등을 강점으로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페이 증권을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기존 금융사(미래에셋)와 연계하여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지급결제 시장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치열하다. 즉 지급결제 데이터를 다른 업종에서의 상품개발·추천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금액은 2020년의 경우 전년 대비 41.6%나 증가했다. 또 상위 3개사(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비중이 약 65%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처음 영업을 시작한 이후 이용자나 여·수신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금리대출의 경우 기존 은행의 75%까지 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4월 기준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이용자 수를 보면 카카오뱅크가 1,432만명, 케이뱅크가 537만명에 달한다. 공정위는 “그간 예대율 규제로 인해 가계대출에 집중해 왔으나, 최근 금융당국이 해당 규제를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기업대출 분야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파악했다.

이에 따르면 또 중소 핀테크들도 송금, P2P대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활발히 개발하면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300여개의 핀테크 기업 중 60% 이상이 자본금 10억원 미만 스타트업이며, 혁신기술을 토대로 기존 금융기관과 제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금융사의 규모나 인지도보다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이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소비자 니즈 관련 데이터 경쟁력을 보유한 빅테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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