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확장 기술'로 PBF 방식 3D프린터의 크기 제약 해결
1m 부품도 제조가능한 프린터 개발
[애플경제 진석원 기자]
3D 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는 부품의 크기가 1m로 늘어나 눈길을 끈다. 기존 3D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의 크기는 0.5m로,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으나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를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생산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의 활용도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3D 프린팅은 3차원 도면을 토대로 입체물을 인쇄하는 제조 기술이다. 재료를 가공하거나 깎아내서 만드는 일반적인 방식과 반대로 재료를 한겹한겹 쌓아서 제작한다. 3D 프린팅은 복잡한 설계를 자유롭게 하고, 맞춤형 제작이나 첨단 경량 부품을 만드는데 최적이다. 이로 인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혁신을 이끌고 있는 기술이다.
특히 원자력 기술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구조의 부품을 이음새 없이 만들 수 있어 안전성이 높아진다. 최근 국내 연구원과 산업체는 이 점에 주목하여 새로운 장비를 마련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세계 최초로 '1m 크기 부품 제작용 PBF 3D 프린터'를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속 절삭기계 전문 제조기업인 씨에스캠(CSCAM)과 협력을 통해 개발했다.
PBF(Powder Bed Fusion, 분말 소결 방식)는 얇게 펼친 분말에 레이저나 전자빔을 정밀하게 쏘아 녹이는 방식이다. 녹은 분말은 고체화돼 겹겹이 쌓을 수 있어 복잡한 형상의 정밀부품 생산에 유리하다. 특수모래, 금속분말, 합성수지 등 분말로 된 소재라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금속 3D 프린팅 기술로 알려져 있다.
단 PBF 장비로 제조할 수 있는 부품 크기가 최대 0.5m에 불과해 산업현장에서 활용하기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가로1m, 세로 0.5m까지 제조할 수 있는 프린터가 만들어지면서 이 장벽을 허물었다.
연구진은 기존 PBF 장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병렬확장 기술'을 사용했다. 프린터의 핵심부품인 레이저 소스와 스캐너 두 세트를 나란히 연결했다. 한곳에 고정된 레이저 소스는 거울 역할을 하는 스캐너를 통해, 가로 0.5m, 세로 0.5m 면적에 빛을 고루 전달한다. 개발된 프린터는 레이저 소스와 스캐너가 각각 2개씩 설치돼 가용 범위를 가로 기준 1m로 늘렸다.
PBF의 장점인 높은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레이저가 중첩되는 부분에 대한 세밀한 제어가 중요하다. 연구진은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레이저 속도와 패턴 등에 대한 변수를 계산했다. 이를 통해 열과 응력에 따른 변형을 미리 예측해 연결 부위를 결함없이 매끄럽게 만들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 기술은 레이저 소스와 스캐너를 가로와 세로 방향 모두 0.5m씩 추가로 연결할 수 있어 앞으로 '수 m 부품 제작용 프린터'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KAERI는 프린터를 활용해 원전 열교환기, 임펠라 등 니켈 합금 소재의 시작품 5종 제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씨에스캠과 함께 PBF 3D 프린터 대형화 기술을 더 고도화시켜, 부품별 맞춤형 공정과 품질인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단종된 부품의 실물을 스캔해 제조하는 '역설계 소형모듈원자로(i-SMR)'와 우주용 초소형 원자로 부품의 개발 및 제조에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KAERI 박원성 원장은 "이번 PBF 3D 프린터의 제조 한계 극복은 연구원의 선도적인 기술 혁신 성과"라며, "앞으로 첨단 원자력 기술은 물론, 에너지‧환경, 국방, 우주 산업 등 타 산업 대형 부품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